어제 모처럼 저녁에 미장원에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짤랐다.
매달 단골로 들리는 미장원이라서 일전에 여사장님에게 책이라도 선물겸 드렸더니 좋아하시고,
대뜸 다음 책은 또 언제 나오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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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사장님, 글이라는 건 언제라도 쓰면 될 일이지만,
사진은 날이면 날마다 찍을 수가 없으니 빨리 낼 수가 없답니다.
포토에세이가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는 분야도 아니라서요.
사진은 가서 직접 찍어야 하니 일정 부분 사진이 모이고 글이라도 모여야
시도해볼 수가 있거든요.
일주일중 유일하게 휴일 날 잡아서 사진에 매진한다하더라도
사진이 그만큼 또 쌓일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일년에 포토에세이가 출간되는 량이 다른 장르의 책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소수만 있게 되는 까닭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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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략 구체적으로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한달에 5권잡아도 포토에세이는 100권이 미쳐 안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책이 어마어마한데도 사진책은 많이 없다.
그런가.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많아도
사진의 세계가 깊어지지가 않는다. 퍼블리싱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다.
카메라 들고 설치는 작가는 너무 많다. 그런데,
사진집도 인기 없기는 매 마찬가지다.
전문 사진 작가들은 전시회를 겸해서 전시회의 사진집을 내고
겔러리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나누고 만다.
혹은, 전시회라도 대부분 사진 도록도 만들어 내지도 않고
도록도 거의가 비매품처럼 나누어 지기 때문에 직접 구할 수도 없다.
어느 사진전문 출판사의 사진집은 거의가 다큐의 주제가 강한 사진집을 출판하는데
그렇다고 내가 다큐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것도 아니라서 작가들의 출판이 적어서
사진을 만나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도 하다.
뭐 그렇다고 나 혼자 보자고 전문 작가분들이 책을 내지는 않으니
섭섭하더라도 별 다른 방법도 없다.
어떻게 사진 찍는 사람들이 사진을 전혀 보고 소비를 하지 않다니,
생산만 있고 소비가 없는 한국 사진계이다.
유명한 팝 아티스트 엘튼존이 배병우의 삼릉 소나무 사진을 억대로 구입했다고 소문나니
한동안 경주 삼릉에는 사진가들로 바글바글하는 웃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걸 보면
참 웃픈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