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일 면식도 없는 분의 블로그를 보고

문학적인 감수성이 짙으면 우선적으로 눈 여겨 보는 버릇이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전체적인 밑그림이 호감의 작용으로 나타난다.


블로그을 어떻게 알게 된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문학적인 색채를 엿보게 되니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정재영 님(블로그에서는 어사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은

소설을 쓰신 작가이셨던 것은 훨씬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역시나 그랬구나, 작가다운 느낌이 다르지 않았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출간하면서 주소를 주십사 간곡히 부탁하고

책을 드릴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받고 나서 당신 자신의 책도 있다 시면서

두 권이나 보내 주셨다.

(아 정말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기분?" 들었다.)

 

 

한 권은 사진 에세이와 소설책이었다.


특히 사진 에세이 분야의 책이라서 어찌나 반갑던지,

국내에서 출간되는 책 중에 사진 에세이는 웬만해서는

거의 다 사보는 편인데 글쎄 이 책은 미처 알지를 못 했다.

알라딘에 책을 검색해도 키워드로 걸리지 않았던 것이

내가 모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었다.

 

 

작가는 횡성에 계시는 분이셨다.

횡성에 섬강과 횡성호가 있었고 여기에서 담은 풍경 사진과

전형적인 농촌의 살가운 사진들이 연작으로 나열되었고

그 사진에서 추출된 작가의 추억과 삶과 인생을 녹여서

한 권의 에세이로 풀어 내었던 것이다.


어릴 적의 가난이 만들어 준 결핍의 맛이 이제는 

추억의 그리운 맛으로 둔갑 된다는 것은 작가의 나이가

이미 젊은 나이가 아닌 중년 이상의 나이임을 직감하게 된다.


그런 고달픈 시간들, 배고파 퍼먹던 어머니의 마음같은 아련한 맛들.

그런 곳에서 살았던 시간의 뒤안길로 된 모든 것들이 그리워 먹먹해지며 급기야,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효과는 감성의 울컥함이 농밀하게  다가온다.


그 시대 그 나이 또래에 반드시 겪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의 피치 못한 이야기는

때로는 식상하고 지루한 이야기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의 아련한 추억이 뼈가 저리듯 다가오고

심장이 붉게 뛰도록 돋아나는 되새김질이었다.


우리의 삶이란 것은 특별한 것보다는 이렇게 보통의 가난한,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그 어떤 삶에서 우러남이 반드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적 평범함 속에서 나오는 그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주목되고 느껴지는 이유는 아닐까 싶었다.

사진이 평범해도 담긴 이야기가 그래서 더욱 특별히 질펀해지는 까닭이다.

 

 

책은 한달음에 읽었고 편한 느낌의 진한 그리움으로

점철되어 심장의 촉수가 가볍게 발작한다.


왜 섬강에서 그리움을 만나게 된 이유를

책에서 끈덕지며 물고 늘어지게 꺼내 놓은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작가의 가슴에 조각된 그리움이라는 모종의 응결된 정체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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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보내 주신 책... 감사히 잘 읽었어요.리뷰 간략하게 기술했습니다.

보통 사진 에세이는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한번 읽고 덮어 책장에 꽂아 보관 진시용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각 날 때마다 다시 펴 보는 순환성이 있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예외는 아닐 것이라 장담하죠.


이게 어쩌면 사진이 많은 지면을 차지하게 될 때,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사진을 두고 두고 오래 보는 힘이 있더군요.


계속 사진 담아 주시고 글 쓰고

언젠가 새로운 이야기의 책으로 엮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리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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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1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09-11 10:27   좋아요 2 | URL
책이 편안하게 읽혀지더라구요.나이들어 가면서 추억이 그리움으로 나오는 이야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