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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잡은 인생 - 삶의 가동 범위를 넓히는 본격 건강 독려 프로젝트
한승혜 지음 / 디플롯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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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잡은 인생>은 저자가 경미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폴 댄스와 함께 한 여정을 그리고 있는 에세이다. 그녀는 여러 권 책을 냈던 작가였지만 프리랜서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글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한없이 무너지던 순간, 거침없이 우아하게 몸을 날리던 폴댄서의 영상을 떠올리며 학원을 찾아가게 된다. 이전에 여러 운동을 시작했지만 몇 개월 가지 못했던 것에 비해 폴 댄스는 현재 5년 넘게 전문가 과정까지 섭렵하며 몰입하고 있다.
“다른 사람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어제의 나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초라하고 못난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하기만 한다면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p.69)
저자는 폴 댄스를 배우면서 초라하고 못난 자신을 받아들인다. 서평가, 비평가, 칼럼리스트,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한 저자인데 자신을 못나게 여겼다니, 놀라웠다.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고 서평도 일부러 찾아서 보기도 했던 내 입장에서는 의아했다. 내가 보이기에 그녀는 무척 부러운 타이틀을 여러 개나 가졌는데 말이다. 한편으로 위로도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과제가 있는 것 같다. 나도 나를 혐오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어서 그런지 모든 문장이 내 이야기 같아서 반가웠다. 머릿속을 텅 비우고 폴 댄스에 몰입할 때만큼은 자신을 덜 미워하게 되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작은 취미 생활로도 어떤 마음과 태도로 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돌보는 소중한 순간으로 만들 수 있구나 싶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속도대로 자기 마음과 몸의 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이건 무슨 일을 하든 꼭 갖추어야 할 모습인 것 같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하지만 자기 자신의 한계를 거스르는, 몸과 마음의 경고를 무시하는 노력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지나친 노력은 욕심이나 강박의 다른 말이었고, 그것이 때로는 스스로를 해칠 수 있었다.”(p.93)
“이제는 안다. 나를 다그치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기쁘게 하는 것도 모두 나 자신이다. 중간에 멈춘다고 나약한 것도 아니라는걸, 설령 나약하다고 한들 그것이 가치 없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안다. 물론 안다고 늘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는 않지만.” (p.96)
물공포자였던 내가 수린이가 된 지 한 달째. 킥판과 헬퍼를 떼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 중에는 벌써 배영을 시작했다. 그래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꾸역꾸역 수영가방을 챙기고 나선다. 이 책이 나에게 말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