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박민규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냉대를 받은 인간의 마음은 차가운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 관심과…사랑을 받은 인간의 마음만이 더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p. 299
눈물 나는 인생. 인생에서 눈물은 기본값인가 보다. 너도 나도 모두 눈물 흘릴 많은 인생인데 인간은 왜 수백 가지 사소한 이유로 서로를 못살게 굴까. 못생겼다는 이유로 냉대와 멸시를 받았던 19살 한 여자. 그녀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한 남자. 그는 인생을 시시하다고 여기는 19살 청년이다.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면서도 외모를 두고 함부로 말하는 이들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밑줄 긋다가 포기한 작품이다. 열등감과 수치심 덩어리였던 나의 19살이 생각났다. 평생 아버지의 직업을 두고 부끄러움을 목에 달고 겨우겨우 버티었던 나의 여린 마음을 마주하느라 울고 또 울었다. 이 작품을 좀 더 일찍 읽었다면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이 상태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빨리 벗어날 수 있었을까.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외모와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이 잘못된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을까.
"서로를 까는 것도 결국 비슷한 무리들의 몫이지. 결국 열등감이란 가지지 못했거나 존재감이 없는 인간들의 몫이야.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 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지. 안 그래도 다들 시시하게 보는데 자신이 더욱 시시해진다 생각을 하는 거라고. 실은 그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데 말이야. 보잘것없는 여자일수록 가난한 남자를 무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더더욱 불안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세계는 그런 거야.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봐줄 수 없는 거라구. 그래서 와와 하는 거야. 조금만 이뻐도 와와, 조금만 돈이 있다 싶어도 와와, 하는 거지. 역시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야."(p.233)
자신의 밑바닥에 대한 수치심을 약자에게 쏟아내는데 능통한 사람들. 불안을 조장하여 돈을 빨아들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한없이 떠밀리는 우리들. 이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주인공 남자가 여자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사랑, 뻔한 결론이지만 이것만이 답이다. 모두가 고개를 내두를 정도로 추녀였던 그녀를 그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었냐는 질문은 사랑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외모와 돈을 넘어서는 무시 못 할 약진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문장과 문장 사이의 말줄임표, 문단과 문단 사이에 결정적인 문장을 던져놓는 구성은 꽤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오랜 전에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구구절절 묘사하고 설명하고 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다가 이런 장치들 앞에서 멈춰서 그 장면에 머물러 과거의 나와 조응하게 되고 작가의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게 해준다.
"이렇게, 이런 얼굴로 태어난 여자지만 저의 마지막 얼굴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얼굴일 거예요. 그리고 끝으로… 꼭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번도 못한 말이고 다시는 못할 말이지만… 부디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곡차곡 이 말을 눌러쓰면서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있는 거라고… 저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p. 303
작가에 대한 논란과 그의 잠적에 대한 이야기는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고 지금 작가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곧 영화도 개봉한다고 하니 더 호기심이 일었다. 여자 주인공의 못생김이 정도를 작품 속에서 그저 막연히 상상하고 넘어갔는데 영화에서는 고아성 배우가 독자들의 그 상상의 범위를 어떻게 아우를지 궁금하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