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결심 #이화열 #앤의서재 #서평단<고요한 결심>은 조력사를 신청한 시어머니의 선택을 통해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인과 결혼하고 현재 파리에 살고 있다. 시어머니 '아틀레스'의 결정과 그 여정에 동행하면서 저자는 죽음이 일깨운 삶의 감각을 세밀하고 밀도있게 그려낸다. 인간이라는 누구라도 거부할 수 없는 노화와 죽음을 일상적인 언어로 담대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떤 죽음은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남고자 했던 한 존재의 결행이자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문장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고통이자 슬픔이기보다 삶을 더 또렷하게 마주할 수 있는 도움닫기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는 삶을 더 깊게 감각하겠다는 다짐이며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제일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아틀레트는 타인에게 자신이 맡겨지는 상태를 원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집'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 삶은 아직 자신이 결정한다는 감각이 허락되는 공간이다. 식탁 위에 무엇을 놓을지, 커튼을 열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곳. 그 일상의 사소한 결정들이 '나는 아직 삶의 주인이다'라는 감각을 지켜준다."(p.42)3년 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2년 동안 병원을 오고 가면서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셨다. 그럼에도 요양원에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며 집에 꼭 있겠다고 하셨다. 어머니에게도 '집'은 자신의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20여년 전에 돌아가신 친정엄마도 병원 생활을 잘 하시다가 갑자기 추석을 앞두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하셨다. 추석을 보낸 후 바로 바로 의식을 잃고 2주 뒤에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다. 엄마는 환자가 아닌 한 존재로서 '집'에서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일상을 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머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책에는 시어머니를 향한 저자의 애정이 가득하다. 30년 간 함께 알고 지내온 세월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주었던 나날들 때문이다. 죽음 안에는 삶이 스며들어 있다.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드러난다. 반대로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양이 죽음까지 이어져 있다. 죽음이 두렵고 막연하다면 내 삶을 들여다보면 된다. 삶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 죽음이 아니라 내 가까이에서 밀착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 내 삶을 더 소중하게 쓰다듬고 싶어진다."아를레트..., 그녀는 처음부터 내가 '아를레트'라고 부르는 걸 좋아했다. 프랑스 시어머니와 한국 며느리.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는 관계였지만, 마치 건강한 사람이 제 몸을 의식하지 않듯 편안한 습관처럼 30년을 지냈다." p.27"끝이 가까워지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여전히 살아있다는 그 '느낌'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삶이 주는 친밀함과 부드러움, 따듯함으로 이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쿠기 한 조각, 그리고 아주 작은 위안뿐이다." p.33**출판사 제공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