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 삶의 장면마다 발견하는 순우리말 목록
신효원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사랑한단어들 #신효원 #생각지도 #서평단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신효원 저자의 우리말 사랑이 가득 담긴 책이다. 어휘력의 보물창고이자 저자의 일상과 성찰이 담긴 에세이다.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이야기도 흥미롭고, 고르고 고른 우리말로 표현하는 섬세한 노력에 감동도 밀려온다. 잘 사용하지 않지만 적절한 문장 안에 스며든 우리말의 가치와 아름다움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생기있고 또렷한, 개성있는 우리말을 널리 알리고 적극적인 사용을 독려하는 저자의 커다란 몸짓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리말은 '드레'이다. 인격적으로 점잖은 무게를 일컫는다. "앞선 문장과 다음 문장 사이를 건너며 밑줄이 늘어갈수록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드레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가고 있을 테니까."(p.28) 나도 매일 조금씩 드레 있는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고 싶다. 저자는 드레를 시작으로 성격을 나타내는 우리말들을 곶감 빼먹듯 먹으라는 식으로 쭉 전시해준다. 그 중에 '수럭스럽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는 말이나 행동이 씩씩하고 시원시원한 데가 있다는 뜻이다. 내향적인 나에게 꼭 필요한 모습이 바로 수럭스러움이다. 드레와 수럭스러움. 마음 속에 콕 박힌 우리말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이 있다. '내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 이다. 저자는 대학생 때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다. 도서관 맨 꼭대기 층에는 한쪽 벽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원창이 있었고 그 원창을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순간을 좋아했다. "도서관 창이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인 거처럼 노을이 창 구석구석 색색이 눈부시게 비쳐 쏟아졌어. 그 순간이 되는 나는 어떤 힘을 얻곤 했던 것 같아. 신성하고 경건한, 어떤 단단한 힘 같은 거." (p.92) 마치 저자가 개인적으로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비슷한 경험과 감상에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표현한 문장들을 하나씩 꼼꼼히 읽어보게 된다.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내게 남은 작은 것에 대한 찬양'에서 나오는 '오보록하다' 우리말은 앞으로 나의 모토처럼 새기고 싶은 단어이다. '자그마한 것들이 한데 많이 모여 다보록하다'라는 뜻이다. 곧 50을 앞두고 있다. 무얼 더 많이 갖추려고 하지 말자. 나에게 주어진 작고 귀한 것들을 힘껏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쉽게 산만해지는 내 시선을 잡아서 오보록하게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인연들에게 다정한 눈빛을 건네고 싶다.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잃어 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 지금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남겨진 삶을 더 열렬히 사랑하며 우리 곁에 오보록하게 머물러 있는 작고 귀한 것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p.170)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원국의 필사집 - 따라 쓰다 보면 글쓰기가 쉬워지는
강원국 지음 / 테라코타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원국의필사집 #강원국 #타레코타 #서평단

"잘 썼지만 완결하지 못한 글보다는 다소 부족해도 완성한 글이 값지다." p.23

어설프게라도 글을 시작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다. <강원국의 필사집>은 어느 독자라도 자기 안에 있는 문장을 깨워주는 글을 소개하고 있다. 무얼 써야할지 몰라서 시작도 못하겠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시작하기로 했다면 쓰면 된다. 똑같이 필사를 하든 변주하여 사용하든 한 단어, 한 문장부터 글쓰기 첫걸음은 가능하다. 책에는 필사란도 제공하고 있다. 먼저 필사를 하면서 비슷한 경험이나 생각을 떠올리고 글을 쓰면 좋을 것 같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첫문장

"밤의 밑바닥이 하애졌다"와 같은 경험이 생각난다. 2년 전 온가족이 처음으로 놀러갔는데 3일 내내 눈이 왔었다. 숙소에 묶여서 어두운 창가에 하얗게 날리는 눈의 정취에 물든 적이 있었다. 그 날 밤의 밑바닥은 하애졌고 나는 신기하듯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눈보기 어려운 동네에서 살던 우리 아이들은 정성스럽게 계획했던 여행 일정을 소화시키지 못하더라도 펜션 마당에 쌓인 눈과 신나게 노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 좋은 문장 덕분에 이렇게 한 단락 글이 완성된다.

자기 글을 쓰도록 이끄는 문장을 글쓰기 초보자가 고르기 어렵다. 베테랑 저자가 골라준 이 책의 문장들은 쓰기 훈련을 위해 체계적으로 선정되어 있다. 첫 문장을 위해, 비유와 묘사가 살아 있는 문장들, 어휘력을 키울 수 있는 글들, 스토리텔링과 퇴고를 위한 문장까지. 각각 20개의 문장들로 구성되어 총 100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이 제일 먼저 연습하고 싶은 부분부터 읽어봐도 좋다.

"묘사와 비유 역량은 단박에 키워지지 않는다. 배울 수도 없다. 스스로 익혀야 한다. 감각적이고 느낌이 있는 문장을 따라 써 보는 수 밖에 없다.이 장에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정교한 묘사, 찰스 디킨스의 섬세한 비유까지 느낌 있는 문장 스무 편이 등장한다. 이들 문장은 설명하지 않는다. 느끼게 한다. 눈앞에 장면이 그려지고, 가슴이 아려오며,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p.70-71)

나는 묘사와 비유가 약하다. 설명만 하려고 한다. 저자가 알려준 20개의 문장을 필사해본다. 문장의 감각이 내 손끝에 전해왔으면 좋겠다. 하루 아침에 습득되기는 어렵겠지만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힘이 난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뤼미에르 피플 -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뤼미에르피플 #장강명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11기 #하니포터 #서평단

장강명 작가의 <뤼미에르 피플>은 2012년 발표된 작품의 개정판이며, 뤼미에르 빌딩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연작소설이다. 801호부터 810호까지 박쥐인간, 반인반서와 같은 상상 속 인물 뿐만 아니라 줄담배를 피우는 어린 임신부와 가출 소년, 전신마비가 된 일중독자, 호스티스와 웨이터 커플, 청각장애인, 여론조작기관 팀 멤버 등 평균적인 삶에서 벗어난 이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루저거나 잉여자이며 결핍과 슬픔, 죽음과 절망 가운데 벗어나지 못한 채 죽은 듯 살아간다.

소위 '괴물'의 등장은 정상적이고 평범한 인생의 기준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우리 사회의 '표준 인간'이란 누구를 지칭하는가. 목표와 성취로 완벽한 삶을 산다고 자부했지만 하루 아침에 불구자가 된 802호 주인공은 표준 인간인가 루저인가. 충만한 미래를 위해 포기했던 현재에 온전하게 거하게 된 그는 그제서야 강제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승부의 연속'으로만 살아왔던 그가 마주한 전신마비라는 현실은 어떠한 가치나 의미를 발견할 수 없게 만든다. 그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자신과 정반대로 살아가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며 오롯이 감정과 욕망을 따르는 삶을 상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인생을 뒤쫓았던 또 다른 거주자 802호 커플들의 마지막도 결국 타락과 절망이다. 이렇듯 작가는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디스토피아적인 모습과 결말을 보여준다. 표준적인 삶의 기준은 누가 만들었고 왜 우리는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지 묻고 있다.

"그녀가 내 근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껴"(p.104)
"체계는 없더라도 사람 사이의 인정이나 연민 같은 게 오히려 우리를 구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359)

사회가 원하는 표준인간이 되지 못하더라도 위태로운 이웃의 대한 책임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야말로 인간다운 모습이다. 뻔한 말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주장이 아닐까.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쓰는몸으로살기 #김진해 #한겨레신문 #하니포터11기 #하니포터 #서평단

한겨레신문 칼럼리스트 김진해의 <쓰는 몸으로 살기>는 말의 본성과 몸의 움직임이라는 두 줄기로 저자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란작가로서 있어 보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수련해야하는 하나의 무술처럼 설명한다. "몸의 움직임을 아는 사람은 글을 대하는 자세도 좋아집니다."(p.21)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이미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남다른 감각으로 글감선택부터 구성과 내용의 방향성까지 알려준다. 여러 사례와 실전에서 캐낸 실용적인 방법을 어렵지 않게 펼쳐내고 있다.

저자는 쓰기에 관해 놓치고 있는 것들을 보여준다. "말에 가려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을 찾으려고 더듬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글을 쓸 만한 재료를 빨리 발견하여 매끈하게 표현해보라는 말이 아니다. 무엇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동시에 "나는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가"(p.25)를 검토하란다. 그래야 선택된 어휘와 표현들도 겸손하게 돌아볼 수 있다. 적절한 선택에만 집중했는데 불필요한 선택과 미선택까지 볼 수 있는 시야를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쁜' 글이 남는다" 꽤 도발적인 소제목이다. 당연하다는 섣부른 판단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기존의 상식에 반하는 발견, 도덕을 거역하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p.41) 즉, 기존의 강력한 논리를 뒤집고, 약한 관점에 힘을 실어주는 전복적 사유를 해야한다. 한번도 의심을 받짐 않던 생각에 질문과 의심을 초대하는 일, 그것이 글쓰기라고 한다. 나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글을 쓰려고만 했다.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뻔하고 맞는 말, 흔한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쁜 글을 쓸만한 생각의 폭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저 그럴 듯하게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작법서들을 찾아 읽고 핵심내용을 정리하곤 했다. 근사하고 독창적인 표현을 외우고 변형해서 적용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좁고 뻔한 관점과 둔한 움직임은 여전하다. 나만의 생각을 캐어내려는 몸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결과물은 그 전과 동일할 뿐이다. 쓰는 몸이 되어야 한다. 땀을 흘리고 숨이 차서 헉헉 거려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쓰는 몸으로 살기>는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욕망을 되짚고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그럴 마음과 몸이 준비되었는지 생각하게 한 책이다.

**출판사 제공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몰래 피우는 담배 위픽
임솔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유리의 엄마는 암 투병 중이며, 유리는 “질병이 역설적으로 엄마를 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생각한다. 반면, 동생 ‘규리’는 인생을 마음껏 낭비하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며 실컷 인생을 낭비하기로 결심한다. 엄마는 은향의 편지를 외면하며 "누가 누굴 도와"라고 말하고 유리 또한 모른 척하려 하지만, 규리는 병원에 돈을 보내고 끝내 은향을 직접 찾아가는 행동을 보인다. 이처럼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거나, 혹은 어머니의 상황을 통해 다른 종류의 선택을 하고자 한다.

규리를 통해 연결된 은향은 놀라운 고백을 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나갈 생각도,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마음도 없이, “다만 죽기 전에 종순을 한 번 만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은향은 병원 안에서 척을 하지 않고 나답게 지낼 수 있어 편안하고 좋다고 느낀다. 그녀는 “난 적어도 이 안에서 척을 안해요. 나답게 지내요. 편안하고 좋아요. 정말이에요.”라고 말한다. 편지를 통해 되살아난 이모의 그림자는 기억조차 희미했던 인물들과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자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를 해나가는 시간을 갖는다. 소설은 누군가는 삶을 견디며 버티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떠날 준비를 하는 등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마주하게 한다.

자매의 관계를 지탱해 온 것은 복잡한 거짓말들이었다. 규리는 유리가 엄마 몰래 담배를 피우고, 성적표에 엄마의 사인을 조작했으며, 참고서를 사겠다며 돈을 받아간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규리 또한 “유리의 거짓말에 자주 기댔다. 그래서 더 멋대로 지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유리가 규리에게 “이제 포기 같은 걸 선택하지마 규리야.”라고 말했을 때, 규리는 “그건 포기가 아니었어. 증명이었지.”라고 반박한다. 규리는 과거의 자신이 궁지에 몰려 선택지 같은 건 없었으며, 그때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답고 좋은데” 지금은 좀 건방지고 재수 없는 기분이 든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녀는 그때의 자신이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삶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라고 한다.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다. 포기(처럼 보이는 행동)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을까. 은향과 규리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 사랑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자신의 지향을 증명하는 길은 딱 하나였다. 누구에게는 자신을 놓아버리는 포기처럼 보이겠지만 그들은 마지막 발버둥이었고 향변이었다. 누가 그들을 궁지에 몰리게 하고 단 하나의 선택만 하도록 몰아 세우는가. 무거운 질문 앞에서 서게 만드는 작품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