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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증여의 철학
지카우치 유타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5년 5월
평점 :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는 교환이 아닌 “증여”의 개념과 원리,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증여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및 그것의 이동‘으로 정의한다. 선물처럼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서 거저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 증여가 교환수단이 되어 어떤 대가를 바라고 주거나 받는 사람도 부담이 되어 나중에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더 이상 증여가 아니며 그 관계도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교환에 의존하기도 한다. 선물보다 돈으로 주고 받고, 애초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주지 않거나 기대도 하지 않는… 그러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증여가 사라진 세계(교환이 지배적인 세계)에는 신뢰 관계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신뢰는 증여 속에서만 생겨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속 교환적인 인간관계만 쌓아온 사람은 그 뒤에 어떻게 될까요? 주위에 증여를 하는 사람이 없고, 자기 자신 역시 증여의 주체가 아닌 경우, 우리는 매우 간단히 고독해집니다.”(p.55)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도와줘‘라는 요청이 응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누군가의 의지를 받아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환의 원리는 그것을 부정합니다.“(p.59)
저자는 서로 신뢰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 사회가 되려면 증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증여는 다시 돌려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거저 주는 것이며 받는 사람도 그것이 증여인지 모른 채 있다가, 한참 뒤에 깨닫고 난 뒤 스스로가 증여의 주체자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거저 주어야 진정한 증여가 된다. 이런 증여에 원리에 기대는 분야는 교육, 의료, 소방, 치안 유지, 공공 위생 등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제도가 올바른 증여의 철학에 기반하여 세워졌을 때 사회는 좀더 안정적이고 인간다움을 유지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환과 돈의 원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 증여의 원리가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저자는 원래 증여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합리성만 긍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불합리한 것에 우리 마음과 사고에 더 크게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하면서 ”오로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불합리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p.117)고 강조한다. 사랑에 빠지면 결점도 좋은 점으로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름 없는 영웅은 자신이 발신한 증여를 깨닫는 사람이 없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누구도 깨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까지 하죠. 왜냐하면 수취인이 자기가 증여를 받았다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사회가 평화롭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p.237)
세상에는 이름 없는 영웅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이름이 없어야 진정한 증여가 된다. 이름을 밝혀서 사람들이 알게 되면 보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환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증여 수취인은 자신이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을 당장 알 수 없다. 나중에 한참 뒤에 깨닫게 되고 다시 증여를 발신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언가가 ‘없음’은 잘 알아채지만, 무언가가 ‘있음’은 깨닫지 못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저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거기 있는 것’을 언어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저 거기 있는 것들이 실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 그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야 마땅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이 만약 없어지면 정말로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p.237)
이 책은 그동안 잘 알지 못했지만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증여의 세계를 탐험하게 만든다. 깨닫지 못하고 설명되지 못한 부분을 여러 철학의 개념을 가져와 차근차근 풀어주고 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언어의 한계인 동시에 그만큼 가치있고 더 고찰해야하는 지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자본주의 속에서도 증여의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고 나도 한 명의 증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우리는왜선물을줄때기쁨을느끼는가, 지카우치유타,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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