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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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한참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인은 단어를 오래 품고 쓰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쓰고 읽어온 바다는 그저 바다의 바깥이었구나, 지금까지 내가 좋아한 것은 존재가 아닌 단어였구나. 부끄럽지만 아주 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단어를 오롯이 품을 수 있으려면 맘껏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요."(p.54)

"시를 쓰는 순간은 적막의 쓸모를 깨닫는 순간일 겁니다. 나를 가둠으로 대화가 시작되고, 그 대화로 시를 쓰며 가장 고요하고 묵묵한 속사정을 기록하는 순간."(p.55)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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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증여의 철학
지카우치 유타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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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는 교환이 아닌 “증여”의 개념과 원리,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서술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증여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및 그것의 이동‘으로 정의한다. 선물처럼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서 거저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 증여가 교환수단이 되어 어떤 대가를 바라고 주거나 받는 사람도 부담이 되어 나중에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더 이상 증여가 아니며 그 관계도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교환에 의존하기도 한다. 선물보다 돈으로 주고 받고, 애초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주지 않거나 기대도 하지 않는… 그러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증여가 사라진 세계(교환이 지배적인 세계)에는 신뢰 관계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신뢰는 증여 속에서만 생겨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속 교환적인 인간관계만 쌓아온 사람은 그 뒤에 어떻게 될까요? 주위에 증여를 하는 사람이 없고, 자기 자신 역시 증여의 주체가 아닌 경우, 우리는 매우 간단히 고독해집니다.”(p.55)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도와줘‘라는 요청이 응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제적 정신적 육체적으로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누군가의 의지를 받아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환의 원리는 그것을 부정합니다.“(p.59)

저자는 서로 신뢰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 사회가 되려면 증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증여는 다시 돌려받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거저 주는 것이며 받는 사람도 그것이 증여인지 모른 채 있다가, 한참 뒤에 깨닫고 난 뒤 스스로가 증여의 주체자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거저 주어야 진정한 증여가 된다. 이런 증여에 원리에 기대는 분야는 교육, 의료, 소방, 치안 유지, 공공 위생 등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제도가 올바른 증여의 철학에 기반하여 세워졌을 때 사회는 좀더 안정적이고 인간다움을 유지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환과 돈의 원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 증여의 원리가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저자는 원래 증여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합리성만 긍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불합리한 것에 우리 마음과 사고에 더 크게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하면서 ”오로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불합리성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p.117)고 강조한다. 사랑에 빠지면 결점도 좋은 점으로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름 없는 영웅은 자신이 발신한 증여를 깨닫는 사람이 없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누구도 깨닫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기까지 하죠. 왜냐하면 수취인이 자기가 증여를 받았다고 깨닫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사회가 평화롭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p.237)

세상에는 이름 없는 영웅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이름이 없어야 진정한 증여가 된다. 이름을 밝혀서 사람들이 알게 되면 보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환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증여 수취인은 자신이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을 당장 알 수 없다. 나중에 한참 뒤에 깨닫게 되고 다시 증여를 발신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언가가 ‘없음’은 잘 알아채지만, 무언가가 ‘있음’은 깨닫지 못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저 거기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거기 있는 것’을 언어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저 거기 있는 것들이 실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사실, 그저 거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야 마땅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이 만약 없어지면 정말로 곤란해진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p.237)

이 책은 그동안 잘 알지 못했지만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증여의 세계를 탐험하게 만든다. 깨닫지 못하고 설명되지 못한 부분을 여러 철학의 개념을 가져와 차근차근 풀어주고 있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언어의 한계인 동시에 그만큼 가치있고 더 고찰해야하는 지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자본주의 속에서도 증여의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고 나도 한 명의 증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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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왜선물을줄때기쁨을느끼는가, 지카우치유타, 다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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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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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의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물리학자인 저자가 사람과 사람, 과학과 철학 등 경계를 넘어 자기만의 통합적 시선을 담은 에세이이다. 책제목처럼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존재의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자신과 타인 간의 구분보다 '협력'이 자연의 진리라고 강조한다.

"형태와 질감은 우리 뇌가 해석하고 연결한 것입니다. 공명하는 것이죠.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공명합니다. 의자를 보면 우리는 그것이 의자라는 것을 알고, 의자는 우리가 아는 그 기능과 공명하고, 우리가 경험한 다른 의자들과 연결된 수많은 기억과 공명합니다. 그냥 사물이기만 한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p.38)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공명'한다고 한다. 공명해야 존재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참혹함을 언급하면서 함께 아파하고 해결하는데 온힘을 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탈레반, 다에시, 서방의 폭탄으로 자녀, 형제, 자매, 부모가 죽거나 불구된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해야 합니다. 폭탄은 누가 터뜨리든 모두에게 똑같이 피해를 입힙니다."(p.95)라고 외친다. 해결, 평화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권력과 폭력, 전쟁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한다.

동시에 그는 지노 스트라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책을 언급하면서 '연결된 삶'은 어때야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트라다는 이머전시라는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는 단체를 설립한 외과 의사이다. 그와 단체는 한 번에 한 사람씩 치료해 수천 명의 사람을 죽음과 고통에서 구해내는 것을 목표로 헌신한다. 그 대상이 탈레반이더라도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은 다른 인간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기에 우리는 그들을 치료한다"(p.150)고 선언한다조금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흔들림없는 인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삶의 태도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간성은 인간성을 연결하고 더 확대되어 견고하게 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트라다처럼 세상 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강해지려고 계속 안달하는 대신, 우리 자신을 공통의 문제를 가진 하나의 인간 공동체 일부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항상 우리가 의로운 사람이라고 믿어야 합니다."(p.149)

과학자로서 저자는 큰 영향력을 미쳤던 주요 과학자들의 업적을 자신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갈릴레오는 지구가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치밀하고 세밀한 준비를 했다. 당시 당연해 보이는 진리에 대항하여 정면 반박하기 위해서는 필요했던 절차였다. "이를 위해서는 끈기, 느림, 예시가 필요합니다. 명백하다고 주장하는 논증을 하나씩, 차근차근, 천천히 해체해야 합니다...이 엄청난 정신적 노력을 갈릴레오는 깊은 고속 속에서 수행했습니다."(p.121)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역사적 과학적 결론 뒤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헌신, 과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조수 간만의 차도 지구의 공전 때문이라는 갈릴레오의 잘못된 추론도 언급한다. "그 눈부신 위대함, 그 번뜩이는 해안, 그리고 실수까지"(p.124) 한 인물에 대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서를 철학자 같이 서술된 인생 이야기로 할까. 광범위하면서도 통합적인 듯 묘한 느낌의 책이다. 지적이고 세련되면서도 유쾌한 낯섬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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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격 - 옳은 방식으로 질문해야 답이 보인다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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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경 저자의 <질문의 격>은 올바른 '질문'에 대한 개념과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올바른 방식으로 질문을 하면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것뿐 아니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막연하게 던지는 여러 질문들을 예로 가져와서 어떻게 적절하고 옳은 방식으로 질문할지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단순한 질문과 답을 어떻게 조합하여 더 나은 질문으로 만드는지 그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어린이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차용하고 직관적으로 질문하고 이에 대해 어른으로서 알고 있는 일반적인 답을 해본다. 이것을 조합하여 문장을 만든 후 답이 타당한지 조사하면서 내용을 바로잡고 더 나은 답을 위한 질문으로 재구성하면 된다.

예를 들어 '꽃은 왜 필까?"라는 질문이 "식물이 필 때가 되면 어떻게 꽃을 피울까?"라는 이제 질문으로 바꾸어 그 답을 찾게 되면 알지 못했던 정보나 통찰을 얻게 된다. 때가 되어 꽃이 피기는 하지만 미리 준비가 되지 않으면 얼어 죽거나 타서 죽기도 한다는 것. 따라서 "그러니 꽃이 어떻게 피느냐 하면 꽃을 피우고 싶은 꿈과 소망으로 피는 것"이라는 내용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먼저 질문의 태도이다.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에 '남이 만든 표시' 덕분에 몰라도 아는 척할 수 있어 질문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아는 것처럼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가깝다.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보다 위험하다."(p.33)

AI 시대 질문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몇몇 전문가들의 외침으로만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질문하지 않는 습관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질문하지 않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무사유'이며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예로 '아이히만'을 언급한다. 43만 7천 명의 학살을 '최종 해결책'이라는 이름으로 실행했을 때 그 진실에 대해 한 번도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하기의 무능함이 일상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악을 저지를 수 있다. 이들은 자기가 다 알고 있다고 자신하며 직감을 믿는다. 그러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한다." (p.60)

이런 경각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본다. 또한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용도 같이 기억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질문을 하면 '더 나은 답'을 얻을 수 있고, 관점의 전환' '사고력 키우기' '유대 관계 형성', ' 실수나 잘못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여기서 유대 관계 형성이 기억에 남는다. "적절한 질문을 받았을 때 마음이 환하게 열리는 비결은 그러한 수고를 무의식적으로 느껴 고마워서가 아닐까"(p.70)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건성으로 질문을 던지며 시간만 보내기보다 적절한 질문을 '생각'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저자는 방송 작가로서 인터뷰 대본을 쓰면서 1400개의 질문지를 작성했던 '질문의 고수'이다. 책에는 수많은 사례와 예시를 보여주는데 그 내용에서도 작가만의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은 그 글의 내용과 깊이도 남다르구나를 그 자료를 통해 더 확인할 수 있다. 질문하는데 주저되거나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여러 예시들을 실전문제처럼 풀다 보면 질문력이 한층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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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 - 최강 형제가 들려주는 최소한의 정치 교양
최강욱.최강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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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과 최강혁 저자의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은 진짜 보수와 진짜 진보가 무엇인지 역사적 배경부터 현대 주요 정치적 사건과 인물 이야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한 마디로 “당신은 왜 그 입장입니까?라는 날이 선 말보다 “어떤 가치가 당신을 움직이게 합니까?"라고 묻는 방식과 태도를 바꾸게 이끈다.

하나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생각의 기준을 열어두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저자의 색깔 때문에 좌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수와 진보에 대해 골고루 이야기한다. 실제로 좌와 우,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경계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 선택의 방향성이라는 것을 역사적 사건을 짚어가며 서술하고 있다. 보수는 왜 신중한 태도를 지향하고 진보는 왜 속도를 중시하는지에 대해 기본부터 언급하고 있다. 또한 한쪽을 고르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사고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의장석에서 바라보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유한 계층을 대표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는 지롱드파가 오른쪽, 서민 계층을 대신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자코뱅파가 왼쪽에 앉았습니다. 이때부터 느리고 온건한 변화를 원하는 보수 세력은 우파, 빠르고 과감한 개혁을 원하는 진보 세력은 좌파로 불리게 됩니다." (p.70)

좌파든 우파든 그 기원은 프랑스 혁명 과정 당시 루이 16세 처형을 두고 입장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모두 왕정폐지와 공화정 실현이라는 목표는 같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좌파든 우파든 '변화'를 원했다는 것.

현대로 돌아와서 경쟁이 삶의 기본값이 된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모두가 책임져야 할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즉 부모의 기대가 아이의 선택을 가로막고 실패가 개인의 탓으로만 돌아오는 구조, 가짜뉴스나 반지성주의 등 왜 우리는 익숙한 생각에만 끌리고 낯선 목소리에는 벽을 세우는가? 인터넷과 알고리즘 시대, 무엇을 기준 삼아 사고하고 판단할 것인가?

책의 말미에는 두 명의 정치인이 등장한다. 독일의 총리 메르켈과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 그들의 이름은 정치적 이상을 상징하기보다는 갈등이 깊어진 세상에서 조율과 설득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두 사람은 소리치기보다 오래 듣는 쪽을 택했고 대결보다는 설득을 선택했다. 그 태도는 지금 우리의 정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로운 보수 의로운 진보>는 낡은 편 가르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 어떤 관점이 더 옳은가를 따지기보다 각 관점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판단이 아니라 이해다. 누구를 비판하는 대신 어떻게 말할 것인지 어떤 언어로 논의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정치는 나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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