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자들 위픽
백온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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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자들 #백온유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이토록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우리는 울지도 않고 하소연하지도 않고 억울해하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우리 삶에 불행이 너무 많았다. 원래 사람이 이런 식으로 담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p.85

고아원에서 자란 '태화'의 죽음 앞에 유일하게 '연고자'로 서게 된 '윤아'의 이야기. 태화와 윤아는 고아원에서 가족처럼 지냈다. 어른이 되어 각자 자립하며 일상을 꾸린다. 하지만 태화가 어릴 때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 더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자 윤아는 태화와의 연락을 단절한다. 어느 날 태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례식을 앞두고 태화가 자신을 찾아오게 되고 둘은 그동안 하지 못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은 각별하고 애정이 깊었다. 하지만 덜 슬프고 덜 상처받기 위해 거리를 두었다. 윤아는 태화가 죽고 나서야 연고자로서 그동안 주지 못했던 사랑을 전한다. "너의 몸이든 영혼이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너를 수습하고 너를 감당하고 오래도록 기리겠다."고 뒤늦게 깨닫고 후회 속에서 이 말을 한다.

나의 불행에 치여 누군가의 사랑을 저만치 밀어두고 있는 건 아닐까.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삶을 뒤흔드는 비극같은 불행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나를 넘어뜨리는 작은 역경들 속에 계속 파묻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안에 계속 있고 싶은지도 모른다. 사랑을 위해 번거로워지고 상처 받을 각오를 하고 싶지 않다.

"상처를 덜 받기 위해 거리를 두는 태도는 얼핏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겁했던 게 아닌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극진한 사랑의 감정들, 아낌없이 쏟아내지 못해서 부패한 마음을 소설 여기저기에 부려놓았다. 조금 난잡하고 징그럽게 느껴질지라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울 것 같아서다." p.108 '작가의 말' 중에서

안전이라는 맹목적인 목표를 내려놓으면 보이는 게 있을 것 같다. 정리되지 않고 불안하여 흔들리는 그 마음의 가치. 사랑이라고 해서 늘 매끈하고 단단한 게 아니라는 것. 이 진실을 받아들이면 덜 상처받기 위해 움츠려들었던 마음을 살짝 펴볼 수 있지 않을까. 소설 속 화자 '윤아'처럼 뒤늦게라도 깨달으면 된다. 죽음 이후에라도 연고자가 되어 사랑했던 존재를 계속 애정하며 지켜볼 수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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