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장소
나희덕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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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장소>는 나희덕 시인의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의 개정판이다. 시인은 영국과 미국, 프랑스, 튀르키예 등 해외 여러 도시들부터 한국의 회산 백련지, 전주 한옥마을, 전남 백운동 별서정원, 소록도와 나로도 등 국내 곳곳을 천천히 걸으며 수많은 장소들을 만났고, 그곳에서 든 성찰들을 사진과 함께 책 속에 담아냈다. 


산책과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 이야기는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신선한 시각을 던져준다. 시인은 영국에서 알게 된 한 친구와 스페인의 한 수제품 가게에서 반지를 고른다. 반지 모양도 독특하고 그 사연도 여운 깊다. 시인과 친구는 비슷한 또래로서 "비슷한 고통과 고독을 통과해왔다는 연대감" 하나로 금세 가까워진 것이다.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듯 화환처럼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준 모습이 곧 나에게 다가올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 나에게도 우정반지를 나눌 친구가 있고 각자의 분위기에 맞는 반지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우리의 손은 더이상 예쁘지도 젊지도 않다. 마디가 뭉특해진 손으로 오랜 세월 셔터를 누르고 붓을 들고 펜을 잡았다. 또한 우리의 손은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수없이 밥을 짓고 걸레질하는 데 바쳐졌다. 고단한 세월의 흔적을 거느리고 만난 우리의 손. 그러니까 이 반지를 희미하게 남아 있는 상처들과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한 주름들 위에 끼워주는 어떤 화환과도 같은 것이다." p.34


시인은 낡고 버려진 물건에도 깊은 사색을 보여준다. 영국의 한 정비소 근처 주변을 산책하다가 만난 낡은 소파. 방치된 집의 버려진 물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초록 소파 구석구석에 자라고 있는 풀을 보면서 "수많은 생명을 키우는 요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왜냐하면 소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니 하얀 꽃잎이 날아와 소파에 내려앉고 새 한마리도 와서 쉬어가는 것이다. 마치 "겨드랑이에는 풀을 키우고 넓은 등에는 새들을 업어 키우며, 소파를 돌아오지 않는 주인 대신 이 폐허의 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p.38)고 표현한다. 초록 소파가 펼쳐내는 풍경을 이렇게 마음 속에 채워넣는 시인의 시선에 따라 나도 익숙하고 흔한 것들에 정성어린 눈빛을 보내고 싶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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