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세계의 농담 - 삶의 모퉁이를 돌 때 내게 다가와주는 고전들
이다혜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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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늘 궁금하다. 그들의 선택한 책 목록도 알고 싶고 어떻게 읽었는지 서평도 꼭 읽어보고 싶다. 그래서 서평집을 고를 때는 아무래도 저자의 힘이 크다. 이다혜 작가는 책과 영화 분야 모두를 섭렵한 글쟁이라고 해야 할까. 오래전부터 팟캐스트 방송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자주 찾아서 들었고 시네21 등 여러 지면을 통해 그녀의 글을 즐겨 읽었다.

<오래된 세계의 농담>은 고전을 읽고 건져올린 그녀만의 해석과 감성이 담겨 있다. 책에 대한 충실한 서술과 명료한 시선이 유독 빛난다. 제일 먼저는 아무래도 나도 읽어 본 책을 그녀는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서 펼쳐보게 된다. <월든> <끝과 시작> <데미안> 등 제목만 봐도 반갑다. 나와 달리 봤던 부분에 밑줄을 긋게 되고 여운은 오래 남는다.

"하지만 이 책은 상승이 아닌 침참을 말한다. <월든>의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인 '대부분이 사람들은 절망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는 그 해결책으로 '절망의 도시를 떠나 절망의 시골로' 들어갈 것을 권한다. 그는 낙원이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p. 45

한 문단으로 책의 주제와 내용을 관통하는 자기만의 통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월든은 절망을 벗어나 희망과 힐링을 위한 낙원이 아니었다. 시골도, 침참도, 적막함도 삶의 일부분이니 괜찮다고 말한다. 절망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고 오늘의 삶을 살아내야겠다고 마음먹게 만든다.

저자를 통해 전혀 몰랐던 책의 존재를 알게 되는 재미도 크다. 자크 프레베르의 <절망이 벤치 앉아 있다>는 시집이다. 시인은 영화 각본도 썼다고 한다. 전혀 모르지만 저자의 설명과 감상을 따라가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는 제목에서 사실 벤치에 앉아 있는 존재는 '나'일 것이다. 어떤 일로 인해 나/당신은 이전과 영원히 달라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제와 같은데, 나는 알고 있다. 어제의 나는 살아졌음을." (p.34)

어제와 달라진 자신을 격하게 마주했던 저자만의 뼈아픈 경험이 이어서 나온다. 어떤 경험은 그날을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나누어지고 나를 달리 보기 시작한 세상을 향해 제일 먼저 느끼는 건 어제의 나를 떠나보내야 했던 '절망'이었을 것이다.

저자가 꺼내준 오래된 세계의 농담들은 지금 우리에게도 다양한 웃음과 미소를 건네준다.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진하고 여운이 깊은 농담이어서 곁에 두고 더 오랫동안 읽고 싶다. 책의 앞표지에 저자의 사인과 함께 이 문장이 오늘의 나를 살린다. "읽기가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다면"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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