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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학 중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만큼 고전이란 명칭에 잘 어울리는 작품은 없을 것이다. 조국을 뜨겁게 사랑했던
헥토르, 억누를 수 없었던 아킬레우스의 분노,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모험과 처절한 복수 이야기를 담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배후에는 그리스의 오랜 영웅 서사시 전통이 자리하고 있다. 호메로스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 내려오던
여러 옛 노래와 이야기들을 재구성하여 하나의 일관적이고 짜임새 있는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 최초의 인물이다. 창작 과정에서 호메로스는 자신만의
뛰어난 시적 재능과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을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작품에 담았다.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 마지막 해에 일어난 51일간의 일화를 통해 10년에 걸친 전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간 순서에 따른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몇 가지 극적인 사건에 집중하여 과거를 회고하는 동시에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호메로스의 이러한 방식은 그리스를
비롯한 서양 서사시의 교과서가 되었으며, 비극 작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감을 주었다. [오디세이] 또한 트로이 함락 후 10년간에 걸친 모험과
귀향 과정을 단 40일간의 일화로 압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풍부한 내용과 깊이 있는 심리 묘사, 인간과 자연에 대한 독특한 비유를 담고 있어
소설의 원형으로까지 일컬어진다.
서양의 문학이 서양의 문화를 밑거름으로 해 발전한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서양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양 문화의 근간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은 서양 정신사의 근간으로 서양의 문학과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헬레니즘이 우세할 때는 고전주의, 사실주의 등으로 나타나고, 헤브라이즘이 우세할 때는 낭만주의, 상징주의 등으로 나타났다.
헬레니즘은 예술을 사랑하고, 조화, 통일, 균형 등을 추구함으로써 조각을 비롯한 조형 예술, 문학과 연극 등의 발전에 공헌했다. 반면
헤브라이즘은 예술과 문학에 공헌한 바가 별로 없다. 히브리 사람들은 조각이나 회화 같은 것들을 우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헬레니즘이
서양의 예술, 과학, 철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친 반면, 헤브라이즘은 신앙과 도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매년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는 큰 축제가 있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축제에서 공연한 연극에서 비극이 유래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비극의 소재는 대부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연유되었다. 플라톤이 호메로스를 비극 시인들의 최초의 교사이자 지도자라고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리스 비극은 인간과 신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신에 의해 인간이 어떻게 비극적 운명을 맞이하고,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http://image.yes24.com/momo/TopCate176/MidCate06/17551744.jpg)
[일리아드]의 주제는 분노와 불화, 그리고 복수이다. 그 주제는 작품 전반에 깔려 있다. 전쟁이 일어난 원인만 보더라도 불화와 복수를
바탕으로 한다. 올림포스의 아름다운 세 여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파리스로 하여금 미를 겨루게 되고, 거기서 파리스는 황금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었다. 이 때문에 헤라와 아테나는 분노하고, 아프로디테와 함께 인간 세계의 트로이 사람들과 불화의 관계에 놓이고, 동시에
복수심을 불태운다.
[일리아드]에서도 아가멤논이 아폴론 사제의 딸을 돌려보내고, 대신에 아킬레우스의 여자 브리세이스를 차지하여 아킬레우스와 불화를 겪는다.
또한 브리세이스를 차지하여 아킬레우스와 불화를 겪는다. 또한 아킬레우스는 친구인 파트로클로스를 죽인 헥토르에게 분노하고, 원수를 갚아 나가는
것이 작품의 중요한 플롯이다.
이처럼 [일리아드]는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과 아프로디테, 아레스, 아폴론 등 신들 사이의 불화,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등 인간 사이의 불화와 갈등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분노와 복수는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이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일으키며 끊없는
보복으로 이어진다. 어디에선가 그 연결 고리를 끊지 않으면 세상은 무서운 혼돈과 무질서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서
화해를 말하고 있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계기로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화해하고, 헥토르가 죽고 나서는 아킬레우스와 프리아모스가 화해를 한다.
결국 호메로스는 불화보다는 화해를, 분노보다는 관용을, 전쟁보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세이]는 트로이가 함락된 후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도중에 경험한 10년 동안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배를 타고
항해하는 동안 그는 괴물이나 악한들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하고, 아름다운 신과 여인으로부터 유혹을 받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인물도 만나게
된다. 그가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되고, 전투가 벌어지는 등 그가 겪는 갖가지 모험은 인생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항해 도중 그가 겪는 방황과 모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경험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중해지고, 강해져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디세우스의 모험에는 유혹과 도전, 좌절과 절망, 극복과 승리가 깃들어 있다.
오디세우스의 삶의 여정이 그러하듯이 인간이 겪게 되는 갖가지 고통과 역경, 좌절과 절망, 극복과 승리가 곧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의 실전과 후일담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비교, 대조된다. 우선 본질적으로 [일리아드]는 비극의
원형이며, [오디세이]는 장편 소설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작품 모티프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일리아드]는 전쟁의 외적인 플롯과
액션이 있는 반면 [오디세이]는 10년 동안의 귀향길에서 치르는 내적인 심리 개척이 있다.
구성에 있어서도 비교할 만하다. 우선 [일리아드]는 주로 인간의 정열을 다루고 있다. 파리스와 헬레네의 불륜,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슬픔,
헥토르의 조국애, 프리아모스 왕의 화해 등으로 나타난다.
[오디세이]는 인간의 기지나 지혜, 술수를 다룬다. 오디세우스는 육체와 지성 등 인간적 장점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또한 지혜를 겸비하고
용기와 불굴의 영혼을 지녔으며, 감성도 풍부하여 노래를 듣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인물이다. 이밖에도 [일리아드]가 용기와 명성만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이상화했다면, [오디세이]는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가치관을 이상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킬레우스가 이상주의자라면,
오디세우스는 철저한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기원전 6세기 이후부터 그리스의 교과서가 되어 음송자들에 의해 그리스에 유포되고, 지식인들에게 암송됨으로써
그리스의 언어, 문학 및 조형 미술, 나아가 그리스인들의 자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그리스 문화의 사원이다.
플라톤과 크세노파네스 같은 일부의 철학자들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신들이 부도덕하다는 이유를 들어 호메로스를 비탄하기도 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와 호라티우스는 [시학]에서 호메로스를 극찬했으며, 레싱, 헤르더, 괴테 등에 의해 문학에 있어 불멸의 사표로 높이
받아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