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03 : 폭풍의 언덕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3
정윤채 그림, 권기희 글, 손영운 기획, 에밀리 브론테 원작 / 채우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폭풍의 언덕]에는 이제까지의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물들, 즉 자신을 키워 준 집안에 2대에 걸쳐서 철저하게 복수를 하거나,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사랑하는 남자를 곁에 두고 지켜 주려고 하거나, 죽음까지도 뛰어넘으려고 하는 불멸의 사랑을 하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쉼 없이 거친 바람이 몰아치는 음산한 저택, 워더링 하이츠를 배경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1847년에 출판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애증과 복수, 화해를 그린 빼어난 작품이다. 작품은 격정적인 자연을 상징하는 드러시크로스를 대비하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두 집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성으로 제어되지 않는 열정과 사랑은 작품 속의 자연 환경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고, 때문에 유령의 존재까지 포용할 정도로 웅대했다.

 

~~~~~~~~~~~~~~~~~~~~~~~~~~~~~~~~~~~~~~~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국어사전에 보면 이와 같은 뜻의 말이 있다. 바로 애증이라는 말이다. 이 애증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된 뜻을 가졌는데,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동시에 생기는 감정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순되고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애증이라는 감정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사랑이 깊어지면 이 애증이라는 감정이 찾아오는데, 상대방이 자신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을 때나, 가슴으로는 사랑하지만 이성으로는 인정할 수 없을 때, 주로 느낄 수 있다.

 

 [폭풍의 언덕]에서도 이 애증이라는 감정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이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한평생, 오직 한 여인 캐서린만을 사랑한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에드거와 결혼했을 때, 그는 증오에 사로잡혀 복수를 한다. 또한 캐서린이 죽은 뒤에도 히스클리프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수를 멈추지 않는다. 그로 인해 복수의 칼날은 캐서린의 딸에게까지 미친다.

 

 소설 [폭풍의 언덕]은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광기 어린 사랑을 그린 애증의 대 서사시이다. 원작자 에밀리 브론테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애증을 악마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하게 묘사한다. 그리하여 1847년 발표된 [폭풍의 언덕]은 현대에 와서도 인간의 정열을 극한까지 추구한 걸작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이러한 이유들로 [폭풍의 언덕]은 192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그 편수는 10여 편이 넘는다.

 

 

 [폭풍의 언덕]에는 히스클리프, 캐서린, 힌들리, 에드거, 캐시, 헤어튼, 린튼, 이사벨라 등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강한 증오심, 강한 야성, 남다른 병약함 등 특별한 개성을 보여 준다.

 

 주인공인 히스클리프는 폭풍이라고 볼 수도 있다. 평온한 마을에 들이쳐서 가만히 있는 집들을 흔들어 놓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 속에서 히스클리프는 폭풍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서 불행을 불러오는 위험한 인물이다. 복수와 야망을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이사벨라와 결혼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아들을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고,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하는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치기도 한다. 또한 자신에게 해를 끼친 모든 사람들에게 집요하고 치밀하게 복수를 하기도 한다.

 

 이런 히스클리프를 목숨보다 더 사랑한 인물이 캐서린이다. 그녀 역시 히스클리프만큼이나 강한 개성을 가진 인물로, 사랑에서 강한 애정과 열정을 보여 준다. 아버지 언쇼가 리버풀로 여행을 떠날 때, 그녀는 선물로 말채찍을 사 달라고 한다. 여섯 살 남짓한 여자 아이의 선물로는 섬뜩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캐서린과는 왠지 잘 어울린다. 아버지는 말채찍 대신 히스클리프를 데려왔고, 그녀는 야생마 같은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초월할 것 같은 그녀의 사랑도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사랑과 조건 사이에서 갈등하던 캐서린은 결국 히스클리프가 아닌 에드거와 결혼한다. 그런데 결혼을 했음에도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그녀는 히스클리프와 에드거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이 갈등은 결국 캐서린의 생명까지 단축시키는데, 그런데도 그녀는 히스클리프를 생명이 다할 때까지 사랑한다. 결국 캐서린은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다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