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를 버리세요 나남신서 1783
임헌우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다른 일반적인 책들의 구성과는 다르다. 본문 내용을 보면 여백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 여백이 글과 너무 잘 어울린다. 또한 시집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어선지 읽기 편하고 그 내용도 전달이 잘 된다.

 

 바닥은 가슴 아픈 지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닥을 싫어한다. 바닥의 냉정함, 그 침묵의 깊이는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바닥의 싸늘함을 느껴 보지 못한 사람은 바닥이 존재하는 이유와 바닥에서 던진 수많은 질문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보통 우리들은 흔히 상대방이 힘들어 하거나 괴로워 할 때 그 맘 이해한다고 많이들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겪은 일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그 마음을 알 수는 없다. 즉 당사자의 고통이 얼마만큼인지 짐작은 하지만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바닥은 어쩌면 당신의 과거에도 존재해 왔고 또한 당신이 희망차게 바라보는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바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런 바닥을 긍정하는 사람들에게만 바닥은 반란을 이야기한다. 바닥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만 바닥은 상승의 꿈을 고백한다. 그리고 지금이 진정 바닥이라면 앞으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보아도 좋다.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희망은 중요하다. 그것 때문에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희망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라고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강조한다.

 

  창조적 생각을 가진 우리나라의 수많은 청년들에게도 희망이 필요하다. 영역과 현장에서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필요하다. 그러한 현실적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사회적 시스템과 토양이다.

 

 우리는 생각이 없어서 어떤 일을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아서 하지 못할 때가 많다. 생각하느라 정작 적당한 시기를 놓쳐 버린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생각은 많은 경우 유용하다. 반추하지 않는 삶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경우는 생각을 멈추고,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너무 많이 생각한다면 어떤 것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하고 난 다음의 결과를 먼저 예상하게 된다. 이때 우린 종종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다면, 우리는 해야 할 동기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둘러대기 바쁠 것이다.

 

 우린 많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두려움은 때로 유용한 것이기에 인간의 본성으로 자리하게 된 것이라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추론한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개 많은 두려움과 걱정을 하게 된다. 아침운동을 시작했는데, 내일 늦잠자면 어떻게 할까를 걱정하고, 다이어트를 막 마쳤는데도 다시 살이 찔 걱정을 먼저 한다. 신중함이 지나쳐도 걱정이고, 또한 신중함이 너무 없어도 근심이다. 시간이 너무 없다고 불평하지만, 막상 시간이 나면 불안하다.

 

 하지만,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두려운 생각이 나를 막는 것은 떨쳐 버릴 수 있다. 두려운 마음이 든다면,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이 정말로 내가 두려워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긴장하라고 마음이 보내는 신호인지를 구분해 봐야 한다. 그러면 두려움의 실체를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를 안다는 것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할 것인가를 아는 것이다.

 

 대다수의 걱정은 아직 발생하지 않는 일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의 두려움은 시도해 보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두려움의 동의어는 망설임일지도 모른다.

 

[저자소개]

 

저자 : 임헌우

저자 임헌우는 교수라는 직과 디자이너라는 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어워드에서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본상을 수상하였으며, iF 커뮤니케이션 어워드 2013과 그래픽디자인 USA에서도 본상을 수상했다. 계명대학교 최고의 명강의에 선정되기도 하였고, 탁월한 강의평가 결과로 ‘우수교육상’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학생들로부터 장난삼아 받은 ‘선생니므상’을 가장 자랑스러워한다.
저서로는 교보문고 정치사회부분에서 60주가 넘게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가 있으며,《새로운 편집디자인》(공저),《디자인 방법론》(공편역),《멋지게 실수하라》(번역 및 디자인),《인문학콘서트2》(공저) 등의 책을 펴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신세계, 롯데홈쇼핑, 롯데건설, GS건설, 포스텍 등 많은 기업과 단체에서 인문적 상상력과 창조성, 디자인씽킹 등으로 400여 회의 특강을 진행하였으며, 최근에는 인문학 강의로 그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또한 디자인센터장을 맡고 있다.
파버카스텔 250주년 기념 초대 전을 비롯하여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서울국제북아트, 부산국제디자인 등의 수많은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대구MBC, TBC, 대전MB, KTV, KBS FM 등의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헌우 교수는 세상의 모든 이력이나 가치보다 일요일 저녁의 ‘책 읽는 시간’을 가장 사랑한다. 특히 읽고 싶은 책의 첫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의 떨림과 정신없이 책 속을 걷는 그 시간의 몰입을 열렬히 사랑한다. 그때 독서의 사운드트랙이 되어 주는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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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4-12-07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에 있는 “엿장수 가위”가 정말 정겹네요.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 엿장수 아저씨들 정말 많이 오셨었는데요.
어디선가 찰칵찰칵 흥겨운 엿장수 가위 가락이 들려옵니다.
그러면 아이들 신납니다.
너두나두 엿하고 바꿔먹을 집안을 뒤져
빈병, 고철, 헌책, 못쓰는 양재기, 이런 걸 찾아서 가져갑니다.
그러면 엿장수 아저씨가 반기면서 엿판에 한가득 꽃무늬를 입힌 엿을
저 큰가위와 끌 모양의 쇠붙이로 탁탁 쳐서 떼어내 주셨죠.
그땐 그 엿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죠.
인심 좋은 아저씨한테 “개평” 얻어먹는 것도 잼났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엿장수 아저씨들 벌이는 됐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엿하고 바꿔먹은 고물들하고, 애들 코 묻은 돈 몇 푼하고
하루 수입이 됐을지 뒤늦게 걱정되네요.^^

지금은 저 위 큰가위는 보기가 힘들어요.
일종의 골동품이 된 것이죠.
추억의 엿장수 아저씨들도 거의 모두 사라지셨으니까요.
엿장수 가위 디자인, 정말 정감 가는 디자인예요.
덕분에 어린 시절 추억 함 맛보았네요.^^

엄띵 2014-12-08 11:2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일단 표지에서 추억이 떠올라 기쁘더라고요.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