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추얼의 종말 -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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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 


요즘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책이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이번엔 의식, 놀이, 축제, 그리고 팬데믹과 공동체의 소멸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보여주며 삶의 정처 없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부제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리추얼이란 독일어 ‘Ritual’이고 삶을 더 높은 무언가에 맞추고 그럼으로써 의미와 방향을 제공하는 상징적 힘이자 정처 없는 삶을 정박할 수 있게 해주는 단단한 닻과 같은 구실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일정한 형식과 규칙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자아를 탈내면화하고 타자와, 주변의 사물들과, 세계와 관계 맺게 하는 이렇다 할 소통 없이도 공동체를 형성하고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 방점을 찍었다. 


솔직히 한병철 저자의 책들을 좋아하지만 너무 고차원적인 사유에 감탄하면서도 100% 명쾌하게 이해하며 읽진 못하다보니 서평을 쓰기도 살짝 버거운 느낌은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주옥같은 문장들의 발췌만으로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문에서 저자는 나는 리추얼이 소멸해간 역사를 향수 없이 간략히 서술할 것이며 그 소멸의 역사를 해방의 역사로 해석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의 병적 현상들,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침식을 뚜렷이 드러낼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를 집단적 나르시시즘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 법한 다른 삶꼴Lebensform들을 숙고할 것이라고 먼저 친절하게 알려준다. 


신자유주의는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를 강제하고, 이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는데, 리추얼도 이로 인해 사라지는 것 중 하나다. 그 양상은 어떠한가? 끝없이 새로운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업데이트해야 하는 세계, 어느 하나에 머무르는 것, 지속하고 끝맺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세계다. 가령 우리는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시리즈물을 지칠 때까지 몰아본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리추얼이 살아 있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방식,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 욕망과 나르시시즘의 덫에 붙잡힌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나서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며, ”자아의 저편, 소망의 저편, 소비의 저편에서 이루어지며 공동체를 조성하는 새로운 행위와 놀이의 형태를 발명하는 일“에 독자를 초대한다.


그외에도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대목들이 즐거웠다. 


디지털 소통은 주로 흥분에 의해 조종된다. 디지털 소통은 흥분의 즉각적 배출을 장려한다. 트위터는 흥분 매체로 기능한다. 트위터에 기반을 둔 정치는 흥분 정치다. 본래 정치란 이성이요 매개다. 아주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이성은 오늘날 단기적인 흥분에 점점 더 밀려난다.


오늘날에는 끊임없이 도덕화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회는 난폭해진다. 공손함이 사라진다. 진정성 숭배는 공손함을 경멸한다. 아름다운 교제 형식들은 점점 더 드물어진다. 이런 면에서도 우리는 형식에 적대적이다. 도덕은 사회의 야만화를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도덕은 형식이 없다. 도덕적 내면성은 형식 없이 작동한다. 심지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는 도덕화 경향이 강할수록 더 불손하다.’ 이런 형식 없는 도덕에 맞서 아름다운 형식의 윤리를 방어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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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 - 직관과 상식에 맞는 양자이론을 찾아가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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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


솔직히 나도 이 책을 양자역학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기대로 집어들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양자역학에 한발짝 다가선 기분은 확실히 들었던 책이다. 물론 이 책의 목적은 직관과 상식에 맞는 양자이론을 찾아가고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현실적인 관점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용기를 북돋아주긴 한다. 


“모든 것은 다음 두 질문에서 시작된다. 첫째, 물질은 인간이 자신을 알건 모르건 상관없이 자신만의 안정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가? 둘째, 인간은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술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 제시할 답은 과학의 본질과 목적, 그리고 과학의 역할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이것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관한 질문이다.”


지금의 양자역학은 이렇게 말한다. “관측이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확률만 겨우 알 수 있다. 예측은 불가능하다.” 또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당신이 눈을 감았다가 뜨면 원자는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으면 원자는 ‘모든 가능성이 내재된 파동’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원자는 ‘특정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입자’로 돌변한다.”


현실주의적 양자이론의 대표 주자이자 양자 중력 연구의 권위자인 이 책의 저자 리 스몰린은 이 책에서 양자역학이란 무엇인지, 그것은 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지, 지금의 이론은 어떻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는지, 양자물리학이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양자물리학 연구는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등의 물음에 차근차근 답하며 직관과 상식에 맞는 양자이론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래도 이 책은 복잡한 수식 없이,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부터 양자물리학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한다. 책의 구성은 3부로 이어지며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부터 반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현실주의의 최고봉인 아인슈타인을 누르고 물리학계의 주류로 떠오르게 되는 과정을 읽어볼 수 있다. 뒤이어 1950년대부터 시작된 현실주의적 접근법인 드브로이의 파일럿파 이론과 데이비드 봄의 제자들이 제안한 자발적(물리적) 붕괴모형을 소개하고, 이론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저자를 포함한 현실주의 물리학자들이 현재 연구 중이며 이후의 발견에 디딤돌이 될 파일럿파 이론, 자발적 붕괴모형, 역인과율, 과거에 기초한 접근법, 상호작용을 교환하는 고전적 다중세계, 초결정주의 이론을 정리하고, 각 이론의 한계와 보완 가능성을 짚는다. 더 나아가 그는 시간과 공간 중 근본적인 양은 시간이며 공간은 부수적인 개념임을 논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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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 2022 - X이벤트, 위기와 기회의 시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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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 2022 


매년 연말이 되면 내년 전망과 트렌드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는데 그 중에서도 카이스트 미래전략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비장한 국가 전략과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특히 어느 한두명의 저자가 쓴 책이 아닌 국내 최고의 미래 연구교육기관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가 발간하고 6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일종의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책값으로 따질 수 없다.


이번 2022년판에서는 인류에 의해 일어나는 극단적 사건, ‘X이벤트’를 살펴보고 새로운 세상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을 사회, 기술, 환경, 인구, 정치, 경제, 자원 7개 분야로 나눈 S.T.E.P.P.E.R 전략을 제시한다. 


X이벤트라함은 슈퍼코로나바이러스부터 블랙아웃(대정전), 하이브리드 전쟁, 핀테크와 암호화폐로 인한 금융 대변동 등 ‘극단적 사건’을 의미하는 ‘Extreme Event’의 줄임말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코로나 팬데믹 등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여파를 몰고 오는 미지의 재앙을 뜻한다. 인간이 초래한 재앙이라는 점에서 천재지변과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2부에서 읽을 수 있었던 새로운 세상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인구(Population), 정치(Politics), 경제(Economy), 자원(Resources) 7개 분야로 나눈 S.T.E.P.P.E.R 전략이 인상적이었는데 내년 대선을 앞둔 후보들과 국가 지도자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도 생겼다. 


그 외에도 카이스트가 제시하는 메타버스, 완전 자율주행, 도심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미래세대 전략, 디지털 거버넌스, 디지털 자산, 공유경제 2.0, 순환경제 등에 대한 심층 분석도 소중한 읽을거리였다. 


암호화폐에 대한 전망과 경고도 주목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매우 크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반등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변동론으로 짚어보면 2018년 상반기의 가격 폭락 이후 찾아온 2021년 상반기의 가격 하락은 대략 40개월의 비교적 짧은 주기를 갖는 키친 순환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시장이 다소나마 활기를 찾을 때까지 1년 정도는 걸린다고 봐야 한다. 만일 이를 넘어 10년 주기의 중기 파동을 보여주는 주글라 순환에 해당한다면, 2022년은 암호화폐 시장의 빙하기 초입이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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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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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송 과장 편


요즘 장안의 화제였던 김부장 이야기를 드디어 있었다. 극찬과 소문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고 정말 시간순삭을 경험하는 페이지터너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일종의 세태풍자, 세태소설인데 우회적인 방식이 아닌 너무마도 리얼한 2021년 대한민국 직장생활과 부동산에 관한 일종의 하이퍼리얼리즘 스토리였다. 책 자체를 즐기며 읽을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솔직히 즐긴다기보다 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이었고 뼈때리는 교훈과 반성, 삶의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야기는 김 부장, 송 과장, 정 대리, 권 사원 등의 생생한 일상을 그려내고 부동산 폭등, 월급노예, 끊어진 사다리 같은 블랙코미디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읽어볼 수 있다. 완결편이기도 한 이 책 투자의 고수로 등장하는 송 과장편은 사원부터 전무까지 모두의 부동산 멘토인 송 과장의 비하인드 스토리이며 젊은 시절 어떤 계기에 의해 투자에 뛰어들었고 어떻게 30대 이른 나이에 경제독립을 이루었는지 흥미로운 송 과장의 비밀을 공개한다. 


송과장은 아버지 친구와의 만남이 결정적인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했는데 아버지 친구는 평일주말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지으며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분명 어제까지 비슷한 집에서 비슷한 밥을 먹으며 비슷한 삶을 살던 아버지의 친구가 토지 보상을 받아 하루아침에 60억 거부가 된 사건은 어린 송 과장에게 그야말로 큰 충격을 안겨준다. 부에 대한 갈망, 투자에 대한 개념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송과장은 아버지 친구처럼 땅으로 60억 보상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혼자 책으로 공부하고, 혼자 무작정 수십 킬로미터 땅을 밟으며 공부를 해나간다. 맨땅의 헤딩이다. 그런 송 과장의 수준을 한 번에 몇 단계 상승시킨 사건이 벌어진다. 말 그대로 고수와의 만남이다. 박 사장. 토지투자 전문 중개사인 박 사장은 수년간 혼자 책을 읽고 발로 뛰며 독학으로 배워온 송 과장의 투자머리에 또 한 번 충격을 안겨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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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청춘
정해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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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청춘 - 정해연 장편소설


설정 자체부터 흥미진진한 전형적인 페이지터너 소설이다. 기존에 두사람 몸이 바뀐다는 얘기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바뀐 두 사람 모두 백일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는 색다른 설정이 추가된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저렇게 몸이 바뀌면 100일간 뭘 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고 돈과 젊음 사이에서 발란스 게임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돈을 열망하는 고등학생과 청춘을 열망하는 대기업 노년 회장이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흥미로운 이야기면서도 자연스럽게 인생에서 중요한게 무엇인지에 대한 일종의 메시지를 전하는 흐름이었다. 


나는 과연 100일 남은 죽음 앞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생각하며 두 주인공의 100일을 읽게 된다. 평생을 몸 바쳐 일해온 대기업 SH물류의 회장 주석호는 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눈을 뜬 곳은 저승이 아닌 웬 냄새나고 좁아터진 방, 석호는 곧 자신이 김유식이라는 고등학생 몸에 들어왔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몸을 찾아가 보니 제 몸에는 김유식이 대신 들어가 있는데...


석호는 돈 버는 일에 매달리느라 흘려보냈던 청춘이 아쉽고, 유식은 가난한 편모가정에서 엄마에게 호강 한 번 못 시켜준 게 아쉽다. 좌충우돌 벌어지는 주변의 사건과 다양한 인물들은 그 둘을 좀처럼 가만히 두질 않는다. 갖은 사건과 돌발상황들을 함께 겪으며 두 인물도 자연스레 우정을 쌓게 된다. 전혀 통하는 게 없을 것만 같은 육십 대 노인과 십 대 소년이 투덕거리며 다툴 때면 어느샌가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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