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턱의 청년들 - 한국과 중국, 마주침의 현장
조문영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10월
평점 :
문턱의 청년들
아주 의미있는 주제로 여러명의 저자가 모여 쓴 사회비평 책으로 한국과 중국 그 사이와 너머의 청년들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느 사회비평서와는 살짝 결이 다르게 일상문화와 생애기획, 마주침의 현장을 찾아서 생생하게 쓴 이야기들이다.

우리 시대 청년들의 교육, 취업과 노동, 창업, 주거와 지역, 소비, 연애와 결혼, 인터넷문화 등에 대한 분석을 책상머리에 앉아 쓴 뇌피셜이 아닌 현장연구 방식으로 생생하게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으로도 자세히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었던 청년에 대한 시각과 생각들을 바로 잡는 시간이 되었다.
책의 구성은 13명의 저자의 글이 13개의 챕터에 배정되어 있고 기존의 통념, 불안, 혐오와 고투하며 때로 친밀성을 위태롭게 자본화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의미의 집과 가족을 실천 중인 한중 여성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고 취약한 노동 환경, 지역 편차, 공론장의 위계와 씨름하면서 제 일터와 삶터를 모색하고, 불공정에 대한 감각을 벼리는 과정을 살피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한국과 중국이 유학과 팬덤, 기술과 창업을 매개로 연결되고, 남한과 북한, 중국 대륙과 대만이 청년들의 여러 활동을 통해 교접하면서 형성되는 마주침의 장소들에 대해서도 읽어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올 한해 가장 뜨거웠던 부동산 문제를 보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는데 결혼은 누구와 살 것인가의 문제만큼이나 어떻게 어디서 살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혼이라는 선택은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도 직결된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 특히 청년 여성의 주거 문제를 다룰 때 발생하는 난점은 이것이 이행기 청년의 일시적인 과정으로 이해되기 쉽다는 점이다. 주거가 가족과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를 고려할 때 청년의 주거 문제란 ‘아직’ 결혼을 통해 ‘정상가족’을 형성하지 않았으나 언젠가 그러한 생애경로를 밟아 나갈 청년 1인 가구를 그 대표적 표상으로 삼는다.
또 다른 화두 중 안티 페미니즘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웠는데 청년 남성은 과거의 성차별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과거의 차별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현재의 젊은 남성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본다. 역차별 담론은 현재를 기점으로 일단 성별 갈등으로 표출되며, 과거의 성차별을 현재에 교정하는 것이므로, 현재의 20대 여성은 과거의 성차별을 보상받는 주체로, 20대 남성은 과거의 성차별 때문에 피해를 받는 주체로 그려지게 된다.
그 외에도 중국의 청년 문제에 대해서도 접해 볼 수 있어서 신선했는데 실제 중국 대도시에서 청년 세대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가정을 이루는 과정은 한국에서보다 더 절박하고 위태해 보인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집값은 이미 서울의 집값 수준을 넘어섰는데 중국 청년들의 평균 소득은 한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소득 대비 집값은 훨씬 더 높게 체감된다. 집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한국처럼 전세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월세도 가파르게 상승하여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 처하기 쉽다. 게다가 외지인 청년의 경우 중국의 호구제도로 인해 교육, 의료 등 사회복지 혜택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베이징에 정착하는 데에 이중의 장벽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