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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평점 :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몇년 전부터 프레드릭 베크만 부터해서 북유럽 작가들의 재밌는 소설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데 왜 이제서야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무척 즐겁게 읽은 이 소설 역시 노르웨이의 소설가 니나 리케의 작품이다.
니나 리케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로 단짠단짠 매력이 있는 웃다가 울다가 즐겁게 몰입하게 되는 페이지터너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만 이어지는게 아닌 우리 인생과 인간 본성에 대한 저자만의 메시지를 전하며 독자들도 함께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책제목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은 이 소설의 스토리를 그대로 설명해주는데 권태에 빠진 여의사가 벌이는 불륜 행각을 중심으로 이웃과 환자들의 유쾌상쾌통쾌 좌충우돌 스토리가 일품이다.
주인공은 동네 가정주치의이자 중산층 가정의 아내인 엘렌. 그녀는 병원 업무와 결혼 생활에 찌들어 있던 어느 날, SNS상에서 벌어진 실수로 옛 애인과 웃픈 재회를 한다. 하지만 모처럼 되찾은 긴장과 활력도 잠시, 진료실은 예상치 못한 이웃들의 등장으로 위기에 봉착하고 요동치는 엘렌의 이중생활도 위기를 맞게 된다.
그외에도 볼일을 보고 엉덩이를 닦지 않은 치질 환자, 매년 프랑스로만 여행을 떠난다고 울먹이는 철없는 20대 여성, 허구한 날 병원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 160kg 뚱뚱보, 우울증으로 몇 차례 자살을 시도한 유명 코미디언, 딸에게 버르장머리와 식이장애를 동시에 선물한 아버지,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하는 부부 등 씬스틸러 조연들의 조미료가 웰메이드 소설 그 자체로 일품이다.
상투적인 빈말과 스몰토크의 장점은 뒤에 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까다로운 환자와 상담을 마치고 나면 나는 미소 지으며 문가에 서서 말한다. “안녕히 가세요. 잘되실 거예요. 행운을 빌어요. 얼른 나으세요.” 하지만 굳게 닫힌 치아 뒤에서는 다른 단어들을 만들어낸다. 누구도 이들을 보거나 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 말로 내뱉어진다. 밝은 대낮에 환자 얼굴에 대고 쓰레기를 처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