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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5월
평점 :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다 퇴사하고, 남편과 함께 500일 동안 35개국을 여행한 곽새미 저자의 책이다. 퇴사하면 정말로 ‘망하는’ 줄 알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백수의 복지, 자유를 누리며 행복한 반백수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좌충우돌, 유쾌상쾌 퇴사자 분투기다.

저자 자신의 인생과 일상, 퇴사 전후의 여러 에피소드들, 생각, 경험, 느낌 들이 담긴 에세이다. 퇴사를 고려하고 있거나 퇴사를 한 독자들에게는 조언과 교훈이 될만한 대목들도 많았고 퇴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행복을 쟁취해나가는 저자의 스토리에서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실존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오아시스 같은 책이었다.
죽도록 일해도 내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불안정한 시대를 살면서 저자는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퇴사 후 세계여행을 다녀와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제주에서 일 년 살기, 스타트업, 미니멀리스트의 삶, 책 쓰기 등 직장에 매여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들을 시도하는 이야기들을 읽으면 한편으론 부러우면서도 나라고 못할 일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의 구성은 네개의 챕터로 이어지며 퇴사를 하기까지의 이야기부터 세계여행을 떠난 이야기, 여행 이후의 일상과 최근의 일상에 대해 시간 순으로 풀어낸다. 그 좋은 회사를 왜 나왔냐는 이야기부터 불안해서 퇴사를 머뭇거리는 분들에게 하는 조언, 2년의 퇴사준비와 퇴사 보험, 부모님 설득법 등의 퇴사를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이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만한 문제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다.
퇴사하고 뭘 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면 지금 자리에서 버티는 게 낫다.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나왔을 때 덜 불안하다. 우물 안에서 사는 개구리처럼 바닥까지 치고 내려간 자신감을 되찾고 퇴사를 마음을 먹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렸다. 퇴사 전과 후 바뀐 게 있다면 시간에 대한 소유다. 나는 더 이상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덕분에 경제적 수입은 0에 수렴하게 되었지만, 나는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외에도 여행을 하며 생각했던 여러 화두들을 이야기하고 제주 일 년 살이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또한 세계 일주하고 나서 달라진 게 뭐야? 월급이 끊겨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아요, 사모예드를 키우는 돈 많은 프리랜서가 되고 싶어, 제주에서 뭐 먹고 살지? 백수부부에서 작가부부가 되다, 지속가능한 프리랜서의 삶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인생은 너무도 짧다. 뭐 좀 해보려고 하면 언제고 끝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늘 먹고 싶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참지 않는 것. 내 하루를 아껴주고 귀하게 여기는 건 내 몫이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나한테 말하는 듯한 응원같은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고민될 땐, 하세요. 퇴사나 세계여행은 인생의 큰 결심이잖아요. 가지 말아야 할 이유, 가야 할 이유를 찾으면 백 가지도 넘을 거예요. 그런데 살펴보면 가야 될 이유는 다 나를 위한 거예요’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