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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사실 철학 책을 싫어했다. 특히 교과서에서 배웠던 철학자들의 생애와 그들이 주장했던 철학이론, 개념들을 정리하고 해설한 철학책이 너무 따분했다. 그런 틀을 깬 책이 올해 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였고 이번 여름 나온 바로 이 책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되겠다.

이 책은 덴마크에서 철학 명강의로 유명한 스벤 브링크만의 책이다. 덴마크 공영방송의 라디오 강의 시리즈를 통해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에서 나온다”라고 말하며, 소크라테스, 니체, 데리다, 로이스트루프, 머독 등 고금의 철학자로부터 길어 올린 10가지 삶의 관점을 제시했던 그의 강의를 담아낸 책이다. 그 행복하다는 덴마크 국민들도 불안과 허무에 시달리다 이런 철학 강의를 듣는다는게 재밌다.

얼마전 최태성 강사의 <역사의 쓸모>란 책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은 <철학의 쓸모>이기도 했다. 저자는 철학으로 우리 삶에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가치를 매기고 우리 삶의 토대로 활용하자고 한다. 특히 심리학과 자기계발서가 말하는 ‘자아’를 비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논리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맛있는 걸 먹거나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 내면의 ‘진짜 나’를 찾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며 쾌락을 좇고 자아실현과 자기계발에 매달린다고 행복해지는게 아니라고 한다.
주로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가 옹호하는 입장들은 주관적인 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성격이 같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욕망의 노예나 폐쇄적인 나르시시스트로 만들 뿐,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불안하고 허무한 감정을 결코 지워주지 못한다고 한다.

저자는 그때가 바로 이 책의 제목 ‘철학이 필요한 순간’ 우리는 ‘관계적 존재’로서 살아가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공동체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란걸 깨닫고 그런 철학적 통찰을 통해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하며 10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선, 존엄성, 약속, 자기, 진실, 책임, 사랑, 용서, 자유, 죽음을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니체, 키르케고르, 아렌트, 로이스트루프, 머독, 데리다, 카뮈, 몽테뉴 10명의 철학자들을 빌려 설명하고 각 철학자들마다 한 챕터, 한 강의를 맡는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는 도구화였다.
우리 삶에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제가 이 강의를 통해 다루려는 ‘태도 또는 관점’입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유동하는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굳게 서 있을 만한 단단한 토대를 제공하지요. 그런데 오늘날 이런 생각은 안타깝게도 상당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도구화’라 불리는 사회 흐름 아래서 말이지요. 도구화란 우리가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들이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나 도구처럼 취급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예컨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거나 우정을 나눌 때에도 그 관계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잘 따져야 ‘현명한’ 처신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 책의 철학의 쓸모를 가르쳐 준다고 느꼈던 구절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도구화에 저항하는 최전선에서 우리를 지키고 이끌어줍니다. 쓸모없는 것이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이지요. 우리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도구화된 시대에서는 그런 쓸모없는 활동이야말로 삶의 진짜 의미를 되찾아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쓸모없는 일을 하세요. 쓸모없음이야말로 최고의 선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연습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이 책에도 ㅡㄱ와 비슷한 얘기가 있다.
우리는 대개 죽음을 한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몽테뉴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음을 올바로 이해할 때에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거지요. 그의 표현을 빌리면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라는 것입니다. 죽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지 않고 그 의미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는 삶이 짧고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낭비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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