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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직지와 훈민정음 그리고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3대 걸작이다. 우리 글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있었다.
구텐베르크를 인정하고 나면 우리 직지의 진짜 가치가 보인다. 직지는 인간 지능의 승리다. 맹수에게 이빨과 발톱이 무기이듯 인간에게는 지식과 정보가 무기다. 그 지식과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깔끔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장치가 금속활자다.

직지의 정신과 맞닿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이다. 직지와 한글에 담긴 인류의 위ㅣ대한 지성, ‘나보다 약한 사람과의 동행’이라는 정신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이 책은 금속활자가우리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추적하는 스토리다. 1편은 현재를 배경으로 시작되지만 2편에서는 조선 세종과 15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스토리가 펼쳐지며 흡입력을 발휘했다. 인간 지성이 만들어낸 최고의 유산을 둘러싸고 지식을 나누려는 자들과 독점하려는 자들의 충돌, 그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인물들의 기막힌 운명이 펼쳐진다.

“나는 종종 최고(最古)의 목판본 다라니경,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직지,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꼽는 최고(最高)의 언어 한글, 최고(最高)의 메모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지식 전달의 수단에서 우리가 늘 앞서간다는 사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한국문화가 일관되게 인류의 지식혁명에 이바지해왔다는 보이지 않는 역사에 긍지를 느끼게 된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렇다! 백성에게 글을 만들어주자!”
세종은 역사상 누구도 하지 못했던 위대한 생각을 해냈지만 사방이 적이었다. 처음에는 가장 가까운 집현전 학사들에게조차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씩 설득한 끝에 몇몇 학사들을 끌어들였지만 새 글이 거의 완성되어가는 요즘에 와서도 조심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고관대작들은 물론 집현전 학사들 중에도 제 나라 임금을 업신여기고 명나라 눈치를 보는 데 이골이 나, 모든 판단 기준을 오로지 명나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데 두는 자들이 태반이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는 책값을 반으로, 아니 반의반으로, 아니 그것의 반으로, 또 반으로 떨어뜨려. 그 결과가 무언지 정말 모르겠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가난하고 무식하고 저급하고 비열한 자들이 다 책을 보게 된다. 세상은 시정잡배의 성토장이 되어버려. 네가 그 여자를 어디에 숨겼는지, 왜 숨겼는지 묻지 않겠다. 단 한 자라도 금속활자가 세상에 나오면 너를 파문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