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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평점 :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요즘 퇴사, 이직, 은퇴와 관련된 책들이 거의 쏟아져나오는데 이 책은 뭔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일하고 그 이후의 삶을 ‘진짜 나’로 채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 중인 한시연씨는 현재 직장인 브이로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녀는 일상을 재밌게 편집한 영상을 20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매주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회사는 회사대로 다니면서, 퇴근 후 일상을 올리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또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일.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이만큼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들여야 하는 품도 적지 않았을 거다.
을지로에 작은 펍을 차린 김가영씨는 컴퓨터 개발자다. 그녀는 퇴근 후 다시 펍으로 출근해서 11시까지 펍을 관리한다. 그녀는 개발자를 본업, 펍 운영을 부업으로 구분하지 않고 둘 다 자신의 본업으로 여길 정도로 두 가지 일을 다 좋아한다.

책의 목차 챕터의 제목들만 봐도 속시원한 인생의 답을 듣는 느낌이다.
회사를 바꾸거나 그만둔다 해도 끝나지 않을 고민에 대하여
언젠가 우리 모두 배에서 내려야 할지 모른다
기회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에겐 ‘딴짓’할 권리가 있다
세상이 정해준 대로만 일할 필요는 없다
무엇을 포기할지 정하는 일이 가장 먼저다
나를 위한 ‘일’은 없지만, 나를 위하는 ‘일’은 있다
시작은 미약하게! 끝은? 아무도 모름
마법은 늘 안전지대 밖에서 일어난다
내 자리는 내가 만든다
이 아까운 것들이 다 흘러가버리기 전에

퇴근 후 외부 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이 “회사에선 뭐라고 안 해?”라든가 “회사 일에 지장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가 아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문제없이 해내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그리고 그 후에 남는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쏟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회사가 내게 요구하는 몫을 해내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남는 에너지도 생긴다. ‘레벨 업’ 같은 거다. 이전에는 해치우기만도 버거웠던 일을 제법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일의 효율을 높이고 목표를 달성한 후에 남는 에너지가 있다면, 이젠 그것을 어디에 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업무 역량을 확장하는 데 투입할 수도 있고, 직급이나 업무 강도가 변화함에 따라 새로 적응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아예 회사 밖 활동이나 인간관계에 추가 에너지를 투입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내린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실행하는 것뿐이겠지만, 이왕이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그 기회와 마주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로변 외에 작게 난 골목길이나 구석에도 흥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꼭 길이 난 대로만, 눈앞에 보이는 대로만 길을 갈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내 커리어가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면, 나에게 보다 다양한 기회를 허락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나 딴짓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퇴근 후에 또 일을 한다고?!”, “너무 힘들지 않나?”, “어떻게 저걸 다 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은 힘들긴 하지만, 행복하고 내가 나로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어쩌면 사업도 비슷한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자기 사업을 하는 이들이 감내하는 고통과 스트레스의 크기는 매우 커 보이지만, 그들은 단기적인 즐거움 대신 장기적으로 얻게 될 가치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힘들고, 피로하고, 스트레스 받는 그 환경이 어떤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행복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과정으로, 기꺼이 감수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