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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 프랑스 혁명기의 다비드부터 자본주의 시대의 반 고흐까지
이동섭 지음 / 지식서재 / 2018년 12월
평점 :
지식서재 인문 , 예술 여행 시리즈로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를 읽었다.
이 시리즈에는 스페인 예술로 걷다, 이탈리아 예술로 걷다, 프랑스 예술로 걷다. 까지 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책으로 보는 알쓸신잡 같은 멋진 책인 듯 하다.
이 책의 부록에는 파리미술관과 주요소장품 지도가 있는데 파리 시내에만도 그 유명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 오르세, 오랑주리, 루브르등 8곳이나 되었다.
그 미술관을 걸으면 역사와 미술 강의를 듣는 책이다. 특히 참고자료로 화려한 작품 사진들이 있어 감상에 큰 도움이 된다.
살짝 어렵고 생소한 프랑스 역사와 미술이야기인듯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역사와 미술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재밌게 읽혀졌다. 총 12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프랑스 혁명기의 다비드는 천재 화가인가, 비열한 기회주의자인가부터 많이 알려진 밀레가 그린 농부들의 역사적 의의, 쿠르베와 제2제정, 마네와 대중 시대, 드가와 파리 코뮌 이후, 모네와 제3공화국, 르누아르와 근대 도시 파리, 반 고흐와 자본주의에 대한 알찬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프랑스 파리를 찾는 여행자들이라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이다. 베르사유 궁을 방문한다면 그곳에 있는 프랑스 역사박물관도 필수 코스다. 특히 프랑스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꾼 1789년 프랑스 혁명부터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격동적인 변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인문학을 예술작품으로 설명하는 활동을 해온 예술인문학자 이동섭은 이책에서 파리 미술관의 그림들을 통해 프랑스 혁명과 역사를 이해하는 참신하고도 흥미로운 시도를 한다.
명화 속에 숨겨진 역사이야기들이 이 책의 큰 줄기인데 1804년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거행된 황제 대관식에서 나폴레옹은 교황 비오 7세의 손에서 관을 빼앗아 스스로의 머리에 쓰는 불경을 저질렀지만 이 장면을 그려야 하는 다비드는 나폴레옹이 황비 조제핀에게 관을 씌워주는 순간을 그림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에도 황제의 입맛에 맞는 그림을 그려 총애를 받았던 다비드는, 영국 봉쇄와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나폴레옹이 실각을 하자 궁지에 내몰리게 된다. 다비드는 로마로 망명하고자 했으나, 대관식 때 수모를 당했던 교황이 허락할 리 없었다. 결국 다비드는 벨기에 브뤼셀로 망명해서 거기서 생을 마쳤다.
장프랑수아 밀레는 바르비종 농촌의 농민을, 귀스타브 쿠르베는 산업사회의 노동자와 하층민을 그렸다. 밀레의 <만종>에 등장하는 농부는 환경과 세상을 탓하지 않고 매일 열심히 삶을 영위하는 정직하고 숭고한 존재다. 쿠르베의 <오르낭의 장레식>에 그려진 시골 동네의 흔한 사람들은 역사적 주인공으로 새롭게 부상한 ‘보통 사람들’이다.
왕정과 혁명, 여러 번의 제정, 공화정을 거치면서 프랑스에서는 자유ㆍ평등ㆍ박애 정신을 기초로 한 시민사회가 자리잡았다. 화가들도 왕이나 귀족의 요구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릴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이 자유는 공짜가 아니었다. 누가 화가들의 그림을 사줄 것인가 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화가는 창작과 판매라는 까다로운 두 질문을 동시에 풀어야 했다. 프랑스 혁명으로 안착된 공화정은 결국 부르주아지를 위한 사회였고, 그들의 자본주의적 세계관에 어긋난 사람들은 쓸모없는 존재들로 처벌당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초기 자본주의를 살았던 반 고흐의 고난이 지금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는 반 고흐가 썼던 팔레트가 소장되어 있는데, 미처 사용하지 못한 물감들이 말라붙은 모습은 생을 못다 산 채 죽어버린 그의 자화상으로 느껴진다. ‘빈센트 반 고흐’는 때 이른 죽음으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꿈과 현실 사이의 불화의 상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