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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책 (도시 풀꽃 에디션)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
이소영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그저 잡초라 불리는 길가에 핀 식물들에 대해 이름과 그 나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려 주는 책이다. 잡초라는 게 어디있는가. 모두가 아름다운 생명이고 귀한 것이다.
서양민들레가 토종민들레를 밀어냈다는 오해를 풀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주변에서 자주 보았으나 이름도 모른 체 지나친 많은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보다 더 오래, 더 강인하게 뿌리를 내려 열심히 살아오는, 그리 흔하게 보는 풀인데도 어쩌면 인간들의 이기심에 내일이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식물들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으로 작가는 그림을 그리고 기록하고 있다.
식물의 특징과 발견한 이와 원산지가 학명으로 많이 쓰이는데, 우리 토종 식물들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식물학자들에 의해 보고되면서 일본이름들이 많이 보여 안타까웠다. 어지러웠던 시절 빼앗긴 나무종자들도 속상했다. 구상나무, 미스김 라일락, 산딸, 원추리,호랑가시나무...
제일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참나무다. 우리나라 선인들은 이름도 재미있게 지은 것 같다.
상수리 나무를 중심으로, 상수리 열매보다 열매가 조금 길어서 갈참, 열매가 길고 가늘어서 졸참, 열매가 둥글어서 굴참. 잎으로 떡을 싸서 떡갈, 짚신 바닥이 헤지면 덧대서 신갈나무인, 참나무 육총사.
그러고 보면 어릴 때 밤나무를 보면서, 그 열매가 좀 작으면 너도밤나무? 말밤나무 등 친구들과 낄낄대며 이름들을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있다. 길거리에 가로수로 많은 마로니에 나무의 열매는 마롱인데 정말 밤처럼 생겼다. 독이 있고 맛도 그닥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은행나무열매가 냄새가 난다면 싫어했던게 미안해진다.(누가 냄새나는 인간보고, 너는 냄새가 나니 자손번식을 하지마, 짝을 만나지마 하면 난리가 나겠지.)
올해는 샤인머스켓 대신 홍주씨들리스를, 아오리 대신 섬머킹을, 복숭아는 유미로, 딸기는 설향딸기로, 우리가 개발한 우리 종자로 우리 땅에서 키운 아이들을 골라서 먹어볼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책은 바로 보리 세밀화 시리즈이다.
아이가 어릴 적 같이 읽으며 같이 보며 정말 좋아했던 책. 특히 상수리 나무며 느티나무며 참나무며 정말 바라보고 있으면 바로 옆에 턱하니 줄기 하나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듯 마음이 시원했다. 동물세밀화에서는 아이와 제일 좋아했던 게 바로 똥강아지~ 역시 강아지는 똥강아지가 귀엽다.
곤충조차 징그럽기보단 부드러운 파스텔색에 보드랍고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실제 보는 건 사양.
오늘 우리집 개님과 산책을 하며 민들레를 만나고, 개망초를 보며 즐거웠다. 반가운 애기똥풀을 보며 줄기를 꺾으면 진짜 노란진액이 나올까, 그게 정말 진통제 역할을 할까 신기해하고, 토끼풀을 보며 꽃으로 반지 만들던 어린시절도 떠올랐다. 아파트 담벼락 위, 부지런한 수위아저씨가 정성으로 키운 덩굴장미들을 보며, 공존하는 삶이란 참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이 오래 가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