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 SF 소설가가 그리는 미래과학 세상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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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에 매번 있는 행사들, 그 중 대표적인 게 아마 과학의 날일 것이다. 물 로켓 만들기, 과학상상화 그리기, 과학 글짓기 및 독후감.

주로 이런 행사가 싫은 아이들은, 대충 하늘을 나는 자동차 한 대 그리곤 엎드려서 자거나, 친구들 그림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곤 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혹은 손목에 차고 다니는 전화기, 우주버스, 화성에 사는 사람들...... 그땐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과학 기술이 이젠 실현가능성을 떠나 실험 운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놀라곤 한다.

미국의 한 회사가 닭고기를 인공배양해서 싱가포르에서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의 디지스트 학생들이 한우의 인공배양에 성공했다고 한다. 3D 프린터로 특정 인체 부위나 고기 등을 배양하는 것도 가능하며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단다. 몇 년 전만 해도 3D프린터로 기껏 플라스틱 열쇠고리를 만드니 마니 하더니 이젠 어엿하게 인체를 대체하고 인공육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가까운 미래의 상점들에서 파는 물건들을 예로 들어, 기술의 발전과 과학의 기초지식 등을 전달한다. 그저 기술의 발전과 지식만이 아니라, 이런 미래에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윤리 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초등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미래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물건들을 팔까?

값비싼 로봇이나 아이언맨 수트가 난무하고, 하늘을 나는 자가용과 달로 가는 우주 버스? 미래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것, 그렇지만 이 미래에는 가난은 빠져 있다.

그래서일까. 작가님이 그려낸 미래의 상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 관련 내용이다.

미래엔 더욱 기술과 정보의 격차가 바로 빈부의 격차가 되지 않을까.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IT교육을 받고, 다양한 기기를 접해본 아이들과 가난과 빈곤속에서 제대로 컴퓨터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커서 맞이하게 될 세상은 너무 다를 것이다.

이미 우주와 관련해선 기술격차와 빈부격차가 너무나 크다. 결국 우주에 갈 수 있는 기술과 돈이 있어야 우주에 대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비싸고 좋은 기기뿐만 아니라, 뛰어난 미래기술을 이용해 아주 값싼 컴퓨터와 기기들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보기 좋고 훌륭하고 다양한 기술을 가진 뽀대나는 기기가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기본적인 기술만 담겨있더라고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가격이 싼 컴퓨터 한 대가 더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적정기술로 만들어 낸 XO컴퓨터 등이 계속 발전해야 되는 이유이다.

수많은 기기들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미래이니 당연히 배터리가 중요하다. 입고 다니는 배터리도 팔지만, 미래에는 모든 배터리들이 규격화되어 있다. 그래서 수 많은 회사들이 더 나은 더 싼 그러나 성능은 좋은 배터리들을 만들려 노력한다.

그리고 “엘리자” 미국이 1960년대에 만든 대화형로봇이다. 의외로 간단한 이 로봇에 사람들은 속깊은 비밀이야기를 더 쉽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미래에는 학습하고 배우는 그리고 인성함양에 도움이 되는 대화형 로봇, 혹은 각자가 결여된 부분을 복돋을 수 있는 대화형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을 위해 자존감을 세워주는 대화를 하는 로봇?

또한 특정기능을 가진 로봇이 아닌, 스스로 학습하고 배우는 로봇이 보편화되어, 주인이 어떤 행동을 보이면 따라하는 양산형 로봇이 나온다고 한다. 가르치면 따라하는 로봇, 우리나라의 어렵다는 무형문화재들도 로봇이 전수 할 것이라고 한다. 살풀이춤의 그 한을 로봇이 표현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읽은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의 주인공,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가 생각난다.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해서 더 나은 로봇이 되려 하던 클라라. 미래에는 클라라와 함께 성장하고 같이 배우며 크는 아이들이 생기겠지? 어릴 적 가장 친한 친구가 클라라라. 책 속 내용을 보면 싫진 않지만 그래도 왠지 우울해지는 건, 친구란 모름지기 동네 골목에서 해 질 때까지 뛰어놀거나, 절대 발설할 수 없는 바보짓을 같이 하며 자라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다. 인공지능로봇과 바보 같은 짓을 할 순 없지 않을까.



나노기술로 바닷물의 짠기를 걸러내거나, 모듈화 건축으로 싸게 집을 짓는 등의 미래 모습.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요즘은 지구온난화란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온난화란 말이 긍정적으로 들려서란다. 실 예로 한 기후변화단체가 가로수에 바나나를 매달아 놓고,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어쩌면 가로수가 바나나가 될 수 있다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그거 참 좋은데? 였다고 한다. 미래에는 녹색건축과 이산화탄소포집저장기술 등으로 기후변화를 막아낸다고 한다.



여기 이 미래를 파는 상점의 물건들은 대부분 들어 본 것들이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된다면, 기후변화도 늦출 수 있고, 정보기술의 빈부격차도 줄일 수 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여주는 책, 그렇지만 미래에는 미래를 파는 상점과 반대로 미래의 어둠을 파는 상점도 있겠지. 말단소체를 복원해 불법으로 죽지 않는 이들, 예전 영국에서 부자들이 더 특이한 강아지들을 갖기 위해 온갖 편법을 쓴 것처럼 미래엔 유전자 조작으로 특별하고 기이한 동물들을 소유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 부자아이들이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꼴을 보게 되는 걸까. 미안해, 아이야 용은 못 사줘도 좀 작은 밸로시랩터는 어떠니 이럴지도 모른다.

한 대학교수님이 공대생 수업 시작 전에 꼭 과학과 윤리에 대한 질문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결국 인간이 만드는 과학이기에, 그 속엔 인류애와 엄격한 윤리가 필요하겠지. 미래를 파는 상점엔 냉철하고 정확한 기술로 만들어져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팔려나갈 물건들이 가득 진열되길 바란다.

그렇다고 나노 기술을 모든 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마음껏 쓸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정밀한 조작을 하는 데에 전력이 너무많이 소모되거나 다른 귀한 재료를 소모해야 해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제법 정밀한 조작을 할 수 있는 기술을개발했다고 해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실제로 쓰기에는 소용이 없을 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기술자들은 꾸준히 기술을 가다듬는 데 도전했다.
1980년대에는 탄소 원자 60개를 축구공 모양으로 조립하는 데성공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어마어마하게 작은축구공에 풀러렌fullerene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풀러렌은 지름이0,000001 밀리미터 즉 1나노미터 정도였다. 한편으로 1990년대에는 탄소로 아주 가느다란 빨대 모양을 만드는 기술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빨대는 그 굵기가 0.00001 밀리미터 그러니까 10나노미터 정도가 되는 것도 있었는데, 그래서 이런 빨대 모양을 탄소 나노튜브 carbon nanotube 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적정기술을 향해 나아가는 회사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을 주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필요와환경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미래의 주요 첨단기술업체들은 대체로 이런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꾸준히 사업을 키워 나가고 있다.
여전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교통체증을 싫어하는억만장자들에게 팔겠다고 하는 회사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많은회사가 염소 한 마리 값이면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작은 전기 경운기를 만들어서 판다. 이런 전기 경운기는 농사를 짓지 못해 식량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팔려 굶주림을 없애고 있다.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는 아름답고 정교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초라하고 못생겼지만 나무에서 과일을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농가 일손을 도와 경제 발전에세우는 공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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