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 내게 이 책은

1. 재니의 성장소설

2. 세 번의 결혼식과 두 번의 장례식

3. 흑인에다 여성인 주인공이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길을 떠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로드 무비같은 소설.


우리의 최초 조상은 어떤 모습에 누구일까. 아프리카가 인류 조상의 태동지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 최초의 인류가 흑인임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뭔가 인류의 조상은 책이나 영화에서 그렇게나 멋지게 나오고 잘난 척 하던 백인쪽이 아닐까 어렴풋이 선입견을 가졌나 보다. 인류가 수렵이나 채집을 할 시에는 영양분의 부족이 생각보다 적었다고 한다. 비타민 D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경생활을 하면서 탄수화물 등 한쪽의 영양소만 과잉섭취하게 되고, 정착지의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비타민D의 필요에 따라 얼굴색이 변한 것. 농경과 정착이 만들어낸 피부색의 차이치곤 결과가 참 끔찍하다. 말하는 동물, 신이 내린 선물...... 백인들의 눈에 비친 유색인종들은 말 하는 노새일 뿐.

“백인남자는 자기 짐을 내려놓고는 흑인 남자더러 그걸 들라고 하지. 어쩔 수 없으니까 흑인 남자는 짐을 집어 들긴 하지만 그걸 짊어지고 나르지는 않아. 그냥 자기 여자 식구들한테 집을 넘긴단다. 내가 아는 한 흑인 여자들은 이 세상의 노새란다 ”

주인에게 강간당하고 이리저리 팔리며 살았던 재니의 할머니 대사다. 재니의 엄마는 학교 선생에게 강간당했고 재니를 낳은 후 홀연히 사라진다. 흑인 여성들은 백인 주인들에게 매 맞고 팔리고 강간당하고, 그리고 같은 처지의 남편에게 또 매를 맞고 가혹한 가사노동과 학대 속에서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당연하던 시대,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이중고의 짐을 지는 일이다. 백인들이 가하는 차별에 흑인남성들의 가부장적 폭력에 짓밟히기까지 해야 한다. 평생 배 불리 먹지도 못한 체 일생을 노동과 가사와 폭언 속에서 살다가 늙은 후엔 조롱과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삶.

그런 삶을 겪어, 그 끔찍함을 알기에 할머니는 재니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농장을 가진 로건과 결혼시킨다. 결혼을 하면 사랑이 찾아 올 거라 믿었지만 재니에게 찾아 온 건 사랑대신 일꾼취급이다. 재니는 로건을 버리고, 조디와 미련 없이 떠나지만 그 길에도 사랑은 없었다. 조디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자유 없는 삶, 조롱과 업신여김에 여성성까지 숨기며 살아야 하는 숨 막히는 삶이다

“그녀는 길에 난 바퀴 자국 같았다. 표면 아래에는 많은 생명력이 존재했지만 그것은 바퀴들로 끊임없이 짓밟혔다. 때때로 그녀는 자신의 삶이 현재와 다를 것이라 상상하면서 미래에 집착했다. 그러나 햇살과 더불어 숲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림자의 형태처럼 감정의 동요를 겪으며 그녀는 대체적으로 반복적인 일상을 보냈다. 그녀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조디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않았고 그녀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만을 그에게 주었다.”

조디와 살면서 재니는 자유를 잃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도 웃지도 행복하지도 자유롭게 어딘가로 갈 수도 없는 삶은 조디가 죽으면서 끝이 난다. 그리고 찾아 온 티 케이크, 그와 살면서 재니는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꿈을 꾸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누구의 재니가 아닌 재니 자신이 된 것이다. 탐스런 머리를 내려뜨리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사랑하고, 삶에서 제대로 재니라는 사람이 된 것이다. 허리케인으로 티 케이크는 미친 개에게 물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티 케이크는 재니에게 총을 겨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쏘게 된다. 사격을 가르쳐 준 것도 티 케이크였다. 정당방위로 풀려나고 다시 예전 조니와 살던 집으로 돌아온 재니에게, 스스로에게도 이 장소도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재니를 사랑하는 티 케이크도 다른 남자 앞에서 재니가 자신의 소유물임을 보이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그저 울고 있는 재니를 보며 남자들은 맞았다고 대들지 않는 아내를 가진 티 케이크를 부러워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티 케이크를 보며 여자들은 재니를 부러워한다. 이 무슨 난린가 싶다가도 그 당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얼마나 난무했는지 얼마나 당연한 일이었는지 알 수 있다.

흑인들의 문학에서 억압의 역사는 중요한 축이다. 그 중에서 특히 흑인 여성의 삶은 이중적 억압구조로 인해 더욱 가혹하다.
<그레인지 코플렌드의 세 번째 삶> 도 <컬러퍼플> 도 모두 흑인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흑백 차별 뿐만 아니라 그 차별에 대한 부당함과 억압을 여성을 통해 풀려 하는 흑인남성들의 정신적 육체적 폭력등도 드러난다. 이 책 또한 그러한 남성들의 시선과 흑백차별에 대해 차분하게 묘사하고 있다. 차분하고 담담한 어투가 오히려 그 밑바닥과 좌절을 더 깊이있게 느끼게 한다.


아무래도 작가가 흑인방언이나 흑인들의 관용어구 등을 사용했다니 반역이나 문구 자체가 낯설거나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책 표지! 가 고갱의 그림이다. 타히티의 원주민 여성을 그린 그림, 고갱은 44살에 14살의 원주민 소녀와 결혼? 한 후, 원주민 소녀들을 상대로 수 많은 누드를 그렸다. 그녀들의 누드는 서양남성들의 환상을 충족시키게끔 그려졌고, 서양 남성들의 우월감을 부추겼다. 원시적이고 유아적인 모습의 그들을 보며 은연중에 우월감을 가지고 멸시했을, 서구의 입맛에 맞게 그려진 그림이 굳이 표지가 되어야 했을까. 서구인들이 갖고 온 병으로 원주민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지금은 혼혈인과 화교들로 이루어진 타히티, 표지의 그녀는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었을까. 분연히 일어나 길을 떠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 재니와 어울리는지. 재니의 탐스런 검은 머리를 닮은 원주민 소녀가 빗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단순히 공통점을 찾은 걸까.

(208쪽, “아저씨 면전에서 음식 받쳐 들고 있을 시간이 있어요.” 그녀가 쿠드메이에게 말했다. “여기요, 아저씨가 직접 들어요” 문맥 내용상 없어요가 맞지 않나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1-01-18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오타가 너무 많지 않았어요? 저는 읽으면서 (전자책) 오타에 밑줄을 긋다가 -오타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했는데 반영이 될런지. 암튼 우리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밑줄을 긋고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 마음이 하나 되는 것 같은?^^;

mini74 2021-01-18 14:21   좋아요 0 | URL
오타도 많고 뭔가 한글인데 어색하고 ㅠㅠ 재니가 좋아서 ㅎㅎ열심히 읽었는데, 다음 번에 라로님 신고가 반영되길 바라며 *^^*

cyrus 2021-01-18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예출판사의 책들, 특히 고전 작품은 대개 오래 전에 나온 거라서 올드한 문체와 오자가 가끔 발견되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