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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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공통점? 우선 캐릭터의 얼굴형 등이 닮았다.(미래소년 코난 등과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이 작화에 참여했던 작품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식탁위의 음식들이 너무 먹음직스러웠다는 것.

빨간 머리 앤같은 경우는 마릴라가 차려내는 식탁이 정말 큰 볼거리였다. 그 예쁜 그릇들과 물병, 예쁘고 아기자기한 각종 빵들과 잼류들. 엄마에게 저런 물병을 사자고 졸랐다가 양푼으로 맞을 뻔한 슬픈 기억도 있다. 그리고 하이디, 하이디가 옆집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리고 싶어 옷장에 모았던 그 하얀 빵, 지금은 건강을 위해 오히려 호밀빵이니 오징어먹물빵이니 하는 걸 사게 되지만, 어린 시절 그 포실한 하얀 빵은 뭐가 감동도 줬던거 같다.

그런 책 속 빵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한번쯤은 궁금해 했을 책 속 음식들의 정체를 밝혀주는 책이다.

어릴 적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작은 아씨들, 소공녀, 키다리 아저씨,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 우리 아이가 좋아했던 마틸다, 안나 카레리나까지 책 속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 메어리 포핀즈 속의 생강빵(코리 할머니가 파는 빵이다. 더럽고 지저분한 빵가게지만 맛은 일품, 거기다 쌍둥이 아기들에게 손가락을 뚝 분질러서 먹이는 장면! 엿이었다.)에 붙어있는 별을, 정말 하늘에 풀칠하고 붙이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좋았다. 그 때부터 반짝이를 보면 뭐랄까, 한번 붙여 보고 싶다는. 전형적인 이과생들인 남편과 아이는 이런 나를 좀 더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작은 아씨들에선 에이미가 손님들을 위해 준비하는 랍스터 샐러드에 대해 소개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우와 이 비싼걸했는데 알고 보니 그 당시엔 좀 싸다고 해야 하나, 그다지 선호하진 않은 식재료였다고 한다. 솔직히 작은 아씨들에서 내가 제일 궁금해 한건 에이미가 학교에서 먹다 걸려 혼난 설탕절임라임? 이었다. 선생님께 혼나고는 더 이상 학교에 가기 싫다는 에이미를 달래는 내용이었다. 그걸 읽으며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한 건? 헐, 그런걸로 학교를 안 가면 우리나라 애들은 아무도 학교를 안 다니겠다. 그렇다. 언어적 신체적 폭력에 익숙했던 80년대 국민학생은 그게 나쁜 건지도 모른 체, 오히려 에이미가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라임, 제제의 라임이야기는 언제나 어느 때나 슬프다. 그리고 월귤, 초원의 집에도 자주 나오는 재료인데 나 또한 당연히 작은 귤?쯤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블루베리 비슷하단다.

톰아저씨(톰아저씨의 오두막집)가 그리워했던, 아내가 구워주던 옥수수팬케이크 등 많은 수의 음식들이 소개된다. 작가는 소설가이며 번역가, 그래서인지 음식류에 대한 오번역에 안타까워한다. 작품의 맛을 살리는데 음식 또한 큰 몫을 하기 때문이리라.

책을 읽다보면, 책 속 인물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나 작가의 뛰어난 묘사로 인해 파블로프의 개마냥 침이 고일 때가 있다. 한 번쯤 맛보고 싶던 이국적인 음식들과, 더 이국적인 이름들.

난 마들렌에 대한 굉장한 기대가 있었다. 마들렌, 이름도 멋있다. 홍차에 적셔 먹으면 진짜 짜잔하고 추억들이 마구마구 휘몰이 장단마냥 몰려올까. 그렇지만 내 촌스런 입에 마들렌은 그냥 텁텁한 빵, 왜 홍차에 적셔 먹는지 그 느낌 알 것 같은, 그래서 진짜 본고장에 가서 먹고 싶은 빵 중의 하나다.
본고장에서 먹는 마들렌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내 어린 시절, 빵은 꽤나 귀했다. 헉 너무 나이들어 보이나. 그러니까 제과점 빵. 주로 보름달빵과 단지우유 하나면 너무 좋았던 때, 가끔 엄마가 해 주는 카스테라의 계란 냄새도 참 좋았다. 그 달걀 흰자로 거품을 내선 머리 위로 뒤집어 보이셨던 엄마의 그 의기양양한 모습도 기억난다. 이젠 숟가락 들 힘도 없다시지만 한번씩 등짝을 맞을 때면 주성치의 쿵푸허슬에 나오는 여래신장? 의 파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면 가끔 아빠가 사오셨던, 그 촌스런 하얀색에 분홍꽃으로 장식된 케이크, 그리고 노동절에 회사에서 받아 오셨던 양과자가 다였다. 그래서 가끔 책 속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용 칠면조나 케이크들을 동경했던 거 같다. 책 속 음식들에 침 흘려 본 이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도록. 더 심하게 침을 흘리게 될지도. 일단 이 책을 읽고 결심한 건, 내일 나는 아주 큰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생강빵을 제과점에서 산 후, 동네마트에서 땅콩크림빵 하나를 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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