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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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를 위해 울어주는 밤


동물권이란 단어조차 없던 시절, 인류의 발전이란 미명아래 혹은 인간의 유희를 위해 희생된 수많은 동물들이 있었다. 지위가 없는 인간들 또한 동물과 다를바 없으니 동물권이 당최 말이 안되던 때였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우린 주변을 둘러보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러브룩의 가이아 이론이나 살아있는 것엔 차등 구분을 두지 않는 피터싱어의 사상이 급진적이라며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면서 들은 짓궂은 질문들. 네가 키우는 강아지랑 동네 꼬마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래?
우리 개는 수영 잘 해요, 저도 수영 못해요. 라며 넘기지만.
하지만 이 질문에 담긴 불편한 그들의 맘이 느껴진다.


천 개보다 더 많은 단어를 알지만 그 단어 속엔 사랑도 배려도 없다.
천 개보다 더 많은 날들.
매번 시작되는 파란 하늘보면서, 그 하늘 파란지 모른체 살았다.
천 개의 파랑을 기억하며 투데이의 행복을 품고 추락하는 콜리는 누구보다 파랗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아 있을 때보다 더 길고 긴, 충분히 모든 나날을 되짚을 수 있을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3초를 보냈다. 기수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정도의 아주 긴 시간을,
나의 최후다. 엉덩이부터 상체까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으나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맑은 하늘이 보였을 뿐이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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