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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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예이츠의 시 <재림>에서 따 온 제목이다.

오콩코의 세상은 언제 산산이 부서진것일까.

백인의 법에 따라 구치소에서 용맹도 명예도 없이 무시당하던 그 때였을까, 앞잡이의 목을 도끼로 잘라 버렸을 때 였을까, 아니면 그가 여자의 방식으로 목을 매던 날이었을까



나이지리아의 이보족 출신 작가 치누아 이체베가 28살에 쓴 소설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검은 빛, 사막, 건조함, 그리고 제국주의와 피로 얼룩진 역사다

동물처럼 잡혀와 팔려갔던 이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살아가는 아메리카와 유럽.

그들의 이야기들을 잃어버린 채 길 잃은 아이처럼 뿌리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조상들의 구전이야기와 뿌리를 찾아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또한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함에서 좀 더 자세히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데 도움이 된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무능하고 게을러보였던 아버지 우노카와 반대되는 삶을 살려는 강박을 가진 오콩코, 가장 용감한 전사이고 씨름에도 일등이며 얌농사에도 탁월하다. 아내도 셋이며 아이들도 많다. 그런 그가 다른 마을에서, 배상금으로 보내온 (오콩코 마을의 여인을 죽인 대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하나를 보내온다)이케메푸나를 자식처럼 여기고 사랑함에도, 대지의 여신이 죽음을 명하자 나약해보이지 않으려 도끼를 휘두른다. 아들 은예웨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한심해 하고, 아내를 때리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속한 부족의 법으로 살아간다. 그 부족의 관습과 법이 맞지 않다하더라도 지금의 잣대나 서양의 잣대로 이야기할 순 없다

그들의 이야기와 속담에도 그들의 법에도 담겨 있는 것은,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이자 생존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불길하다 하여 쌍둥이를 버리고,(어린아이의 사망률이 높았고, 두 명 혹은 세 명의 아이들은 모유량 등으로 살리기 더욱 힘들어 결국 한 아이만 혹은 두 아이 모두 버림받는 경우는 어느 나라나 고대에 존재했다고 한다.) 아내를 구타하지만, 옳지 않음을 깨닫고 변화하거나 비폭력적인 방법을 모색해서 모습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서구의 문물을 통해 위협하고 폭력과 법이란 이름으로 교수형을 행한다면 두 문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어떤 것이 야만이며 어떤 것이 문명인가.

브라운씨와 스미스신부를 통해 교회의 선교방식에 대해 다루기도 한다. 스며들기를 바라며 극단적이기를 원하지 않았던 브라운씨덕에 어느 정도의 공존은 이루어졌으나, 광신적인 스미스신부를 통해 공권력이 동원되며 우우오피아부족의 삶은 흔들린다.



오콩코의 자살도 부족에 대한 학살도 그들에겐

그저 <나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논문이나 짧은 글에 알맞은 글감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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