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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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

한나를 가장 잘 표현한 한 문장이 아닐까.

낯선 곳, 낯선 언어들이 가득한 곳에서 길을 잃어, 그 와중에 비밀 하나와 들키기 싫어 해내야 하는 몸과 마음의 거짓 연기.
언제나 경직된 뒷목과 쫓기듯 불안한 감정,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수치심.
정착대신 두려움에 떠밀려 찾게 되는 낯선 곳. 한나의 삶이다.

한나는 두려움에 떠는 길 잃은 미숙한 아이, 그러지 않아도 될 일에 힘이 잔뜩 들어가 에너지가 탕진되고 만다.
그래서 한나와 꼬마는 서로에게 맞는 한 쪽이지만, 꼬마는 자라고, 한나는 여전히 비밀을 감추려 불안해 하는 아이.
감옥에서 한 자 한자 글을 배우며 한나는 성장한다. 더 이상 꼬마에게 황홀한 사랑이 아님을,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가며 순식간에 나이들어 버린건 아닐까.
아이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성장한 한나는 사랑이 지나갔음을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이 있음을 감당해야 한다 . 한꺼번에 아이로 지낸 수십년의 세월을 보상하듯 .

(헤어진 연인들은 세월이 흐르면 다시 보지 않기를. 동물원의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도 보지 않기를, 아파트에서 쓰레기를 버리다 만나지 않기를, 눈썹을 반만 그린 상태로 만나지 않기를. 한 쪽만 여전히 꺼지지 않은 마음으로 만나지 않기를 ,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만나지 않기를 .
그저 빛바랜 사진으로만 가끔 만나기를, 마치 내가 20살이었던 그 때인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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