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계절은 별 불만이 없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봄은 그럭저럭 지내겠지만 여름 장마는 정말 사람을 숨막히게 한다. 턱까지, 온 몸을 휘감는 습기와 더위에 열대어가 된 것 같은 장마엔 마음마저 우울해 진다. 겨울이 다가오면 내 나이를 빼닮은 계절이 오는 것 같아 그 또한 힘겹다. 그럴 땐 시리도록 환한 그림들을 본다. 메리 포핀즈처럼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순 없지만.
환한 그림들을 보고, 더 없이 열정적인 앤의 수다를 읽고, 키다리아저씨와 주디의 썸 타는 부분을 뒤적여도 본다.
그런 날 최애 그림.바로 칼 라르손.
이 분 책이 나왔다니 당연히 이건 사야하는 것이다.
이케아가 추구한다는 이념이 칼과 그의 아내 카린의 디자인과 신념에 있다는데 알송달송하다. ( 각자의 개성과 독창성, 가족으로 서로를 잘 알아 모두에게 편한 인테리어와 세심한 배려가 라르손 가족의 릴라 히트나스엔 있는데 ......이케아에? 오히려 삼시세끼의 유해진식 이케요가 더 맞지 않을까 ㅎㅎ)
환하고 빛이 잔뜩 들어온다. 집 곳곳엔 칼과 카린의 수제로 만든 가구와 그림들, 벽엔 가족들이 모여 그린 다양한 문양들이 가득하다.

스웨덴의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컸던 불우한 소년은,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며 내 가족에겐 꼭 책임감있는 아버지가 될 거라 결심했다. ( 카린은 부잣집에서 살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그녀 또한 뛰어난 화가였다.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예술성과 창의성은 인테리어 소품, 정원 가꾸기, 아이들 옷 디자인 등에서 라르손 못지 않게 뛰어나다고 본다. 그녀의 뛰어난 안목이 남편의 그림 속 배경이 되어 라르손의 작품을 더 행복하고 따스하게 보이게 해 준다 )
맑은 수채화로, 더 맑은 아이들과 그들의 집 릴라 히트나스( 작은 용광로란 뜻) 를 그려낸 칼 라르손.
그는 아내 카린과 아이들, 수잔, 울프,(10대때 맹장염으로 사망) 폰투스, 리스베리, 브리타, 메츠( 메츠는 태어나서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커스티, 에스뵈른, 그리고 강아지 카포를 그렸다. 간간히 고양이들도 보인다.
살아가면서 늘 행복하고 즐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의 죽음이나 불화가 없진 않았을거고 그들도 절망이나 고통앞에 속수무책인 적도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칼과 카린 가족은 그 때마다 행복했던 그 순간을 되새기며 이겨내고, 다시 또 그 행복함을 찾았을 것이다.

맘에 드는 그림과 글귀에 색인포스트잇을 붙이곤 하는데, 이 책엔 포스트잇이 가득이다. 놓치기 싫은 그림들.
아이들의 웃음도 장난기 어린 볼도, 늘어져 자고 있는 그들의 강아지 카포도 그 자체가 미소 짓게 한다.
그림 속 배경으로 보이는 카린의 꽃꽂이 솜씨며 테피스트리와 탁월한 감각으로 만들어 입힌 아이들의 옷까지 하나도 놓치기 싫은 그림이다.
꽃들과 자작나무 사이 아이들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있으면, 숨바꼭질 소리 웃는 소리 옷자락 바스락거리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까지 모두 마음에 들어온다. 사각거리는 그들의 사랑이 환한 행복으로 완성된 그림.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칼 라르손뿐만 아니라 카린의 작품도 다뤘다는 것이다. 그 시절 윌리엄 모리스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에 대항해 손으로 만든 것에 대한 가치와 독창성의 중요성을 알리려 했고, 카린 또한 열심히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도안들과 자수, 옷 디자인등이 소개되어 카린이 그저 칼의 아내가 아니라 오롯이 한 사람의 예술가로 볼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특히 꽃꽂이 정말 예술이고 멋스럽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 페이지를 차지하는 큰 그림들은 아무래도 중간부분이 보기가 힘들다는 것. ㅠㅠ 놓치는 부분이 있어서 안타깝다~ 첫 번째 사진은 표지, 두번째 사진은 바로 그 안타까운 순간.
세번째는 좋아하는 라르손 그림 중 하나이다 )

* ㅠㅠ 예스 24는 칼 라르손 엽서를 준단다. 알라딘은 ㅠㅠ 6.25일부터 사은품을 준다는데 그럼 미리 산 나같은 사람은 ? 나도 엽서가 갖고 싶다. 괜히 일찍 샀나 후회중. 혹시 소장 하실분은 좀 기다렸다 사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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