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퍼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7
앨리스 워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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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앨리스 워커의 두 번 째 책이다. 컬러퍼플

스티븐스필버그의 영화로도 유명한 책이다. 예전 우피 골드버그의 열연이 생각나는 영화다.



흑인에

여성인데다

예쁘지 않으며

많이 배우지 못했고

친아버지인줄 알았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해 아이 둘을 낳았고,

그 두 아이를 모두 빼앗긴 채

동생을 원하던 남자에게 소 한 마리에 얹혀 시집을 가게 된

샐리.



샐리의 삶이 어떨지는 불보듯 뻔하다.

핍박받고 불평등한 대우에 익숙한 흑인들, 자신보다 더 약자인 흑인이자 여성인, 그들의 어머니이자 누이인 혹은 아내인 여자들에게 풀어댄다.

마치 모두가 동그랗게 모여 서로에게 난도질을 하는 것 같다.

그 중에 한 여인이 난도질을 당하며 조용히 당하고만 있다.

모두가 자신의 분을 풀며 뒤에서 당한 일들에 앞쪽 사람에게 당연하다는 듯 풀어대는 이 중에, 조용히 그저 맞고만 있는 여자. 누구는 바보스럽다하고 누구는 무시하지만,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다. 죽은 듯 살아야 해. 그래야 살아 갈 수 있어.

바로 샐리다.

죽은 듯 살아가는 자 샐리, 그래서 그녀의 세상은 살아있지만 무채색이다.

세상을 가득 채운 보랏빛도 보지 못한체 언제나 주어진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땅만 보던 샐리에게 세상의 색을 보게 해 준 건, 남편의 영원한 사랑인 쇼그이다.

자유분방한 그래서 세상의 색을 모두 가진 듯한 쇼그는 샐리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

제멋대로 엉망진창이지만, 즐겁게 살기를,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를 , 그래서 신이 만든 이 아름다운 세상, 온 천지 가득한 아름다운 보랏빛을 샐 리가 볼 수 있게 해 준이 쇼그.

샐리는 변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누군인지 알게 된다.



몸으로 부딪치며 부당한 대우에 싸우는 소피아, 동생을 지키려 노력했고 결국 그런 샐리의 노력덕인지 바르게 자라 사랑도 찾고 언니의 아이들도 잘 길러낸 네티, 그리고 쇼그, 이젠 노래하는 짹짹이 메리.

어둡고 무서운 서사가, 당차고 개성적인 혹은 따뜻한 여성들의 캐릭터들에 의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간다.

퀼트같다. 누더기거나 버려진 천들이 제각기 알맞은 곳에 바느질 되어 누벼지면 아름다운 식탁보가 되고 누군가의 포근한 담요가 되는 것처럼, 각자의 아픔들을 서로 모아 꿰매며 풀어내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치유가 된다.

친부가 남겨 준 그들의 진짜 집에서 샐리와 네티 가족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포치에서 햇볕을 쬐며 바느질을 하겠지. 삶이 담긴 퀼트는 더 큰 용기가 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앨리스 워커의 그래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보단 읽고나서 맘이 덜 어두어 좋았다.

(그레인지 코플랜드

남부의 흑인, 끌려왔고 여전히 노예의 삶.

명령권없는 가장이자 남자로 자신의 가족도 지킬 수 없어 스스로 파멸하는 삶을 살며 가족을 망가뜨리는 남자.

아내가 낳은 혼혈아이만은 용서할 수 없어 집을 떠나고, 아내는 그 아이와 함께 자살한다 .

그의 아들 브라운필드는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열등감과 좌절감에 그리고 어머니의 변해가는 모습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예전 사촌들이 말한 남부와는 다르다는 북부로 길을 떠난다.

그러나 북부로 가다가 브라운필드는 아버지의 정부였던 조시와 그의 딸 사이에서 더부살이를 하게되고, 조시의 조카인 글도 읽고 쓸 줄 알며 반듯한 교사인 멤과 결혼한다. 처음에는 마음 잡고 살것 같던 그는 곧 괴물로 변한다. 모든 절망을 아내탓으로 돌리며, 사회적으로 사람구실 남자구실을 못하게 하는 차별적 구조를 오로지 가정에서 폭력과 억압으로 풀려한다. 알비노아이를 낳은 갓 출산한 아내를 , 아내의 정조관념을 알면서도 부정을 짓을 저질렀다며 악독한 매질을 한다.

딸 아이들을 지키려 신발에 신문지를 대고 삐쩍 마른 몸으로 일을 하는 아내를 결국 나락으로 찍어내리고 얼굴에 총을 쏴 버린다. 그 모습을 본 큰 딸은 성장 후 정신병원에, 매번 창녀라 불리던 둘째는 결국 진짜 창녀가 되어 버린다.

조시와 결혼해 작은 목장을 사 은둔생활을 하던 할아버지 그레인지가 맡아 키우는 루시만이 전폭적인 할아버지의 사랑아래 반듯하게 자라지만, 출소한 브라운필드는 조시와 살림을 차리고 오로지 아버지를 괴롭히려 루시를 법적으로 빼앗으려 한다.

그런 아들을 죽이고 결국 경찰에 의해 총살당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을 쓴 앨리스 워커는 어릴 적 시신을 화장해 주던 언니가 보여준 워커부인의 사례를 통해 멤이란 인물을 만들어냈다. 우리에겐 컬러퍼플로 더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아마 영화화되어서 더 유명한지도 모르겠지만 ~)



대부분 실화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절망과 좌절 분노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탈출구도 기회도 없던 1920년대 흑인들의 이야기이다.

기회도 희망도 없이 인간적 대우도 받지 못한 이들이 모여 있다면, 결국 서로를 갉아먹으며 죽이려 들 수 밖에.

브라운 필드는 멤과 결혼하면서 최소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똘똘뭉친 열등감과 추악함으로 딸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살려 노력하는 아내를 죽이고도 죄책감조차 없다. 내가 바닥이면 내 아내는 내 가족은 더 바닥이어야 하는 것이다.

책 제목 그대로다.

그레인지 코플랜드는 첫번째 남부노예로서의 분노와 좌절의 삶, 그리고 두번째 은둔의 삶과 과거에 대한 후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 손녀 루스와 삶을 살아가며 영혼을 되찾아 결국 손녀를 위해 순교하는 삶을 산다. 세번째 인생이 주어짐에 감사하며 손녀 루시가 다른 삶을 살길 바라며.

“우리한테도 영혼은 있어.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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