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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순정 (여름에디션)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 / 2020년 3월
평점 :
용돈을 받으면 르네상스를 사고 댕기를 사고, 시험이 끝나면 학주눈을 피해 만화방을 간 적이 있는 40대라면 정말 반가운 책이 아닐까
나랑 같이 야자를 빼먹고 만화방에서 최신간 황미나 만화를 보던 단짝을 만난 기분,그 단짝과 날밤을 새며 그 시절 읽었던 만화책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 책이다.
이미라 선생님의 만화책을 읽으며 절친과 약속을 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푸르매, 너는 지원으로 짓자고. 그러나 나는 푸르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을 가진 남편을 만나 결국 돌림자대로 작명소에서 지은 것으로 아이이름을 정했지만, 뚝심있는 절친은 아이의 이름을 기어이 지원으로 정했다. 그 남편은 알까. 그 시절 우리의 첫사랑은 푸르매, 지원이었음을.
만화책은 무조건 나쁜 것, 그래서 만화방에 가는 것도 학주에게 들키면 따귀쯤은 예사였던 시절. 그래서 몰래 보는 만화가 더 재미있었던 걸까. 시험이 끝나면, 혹은 명절이면 언니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만화방에서 50권쯤 빌려 배 깔고 누워 보던 그 시절이 그립다.
불량식품과 같은 취급을 받았던 그 시절 그 만화책이 나에겐 그 어떤 영양제보다 더 많은 힘과 용기를 준걸 그 시절의 선생님들은 알고 있을까.
선생님들의 하나마나한 백마디 잔소리보다, 만화책 속 내 상황같던 그 에피에 나온 단어들이 더 심금을 울렸음을 알까.
지금은 닭살 돋을 것 같은 대사들도 그 시절엔 위로였고 설렘이었다.
맞다 설렘
단발머리에 교복입고(그 당시 다시 교복으로의 회귀가 유행이었다.)매번 7시 30분까지 등교해서 10시에 교문을 나서던 그 시절,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건 매점과 만화책과 친구들과 음악이었다. 신승훈과 이승환 노래를 들으며 만화책 속 절절함을 읽으며, 친구들과 들떠서 만화책 속 주인공들을 짝사랑했던 그 시절, 우리들의 탈출구였고 작은 행복이었다.
지금도 나는 이 책 속 만화책 주인공들을 사랑한다. 순수했던 그 시절,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 친구들을. 이젠 순정을 잃었지만, 그 시절의 순정을 기억하며.
(책 속 삽화만으로도 내게 이 책은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그 시절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주인공들을 이 한권에서 다 만날 수 있으니 ~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