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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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여행에세이가 있다.
감성이 넘치다 못해 책마저 젖어버린 듯 부담스러운 책, 너무 많은 걸 주려하거나 혹은 오감중에 하나에만 너무 치중해서 뭔가 삐끗한 느낌의 책.
좋은 여행 에세이를 만나면 그 여운과 담백함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잠시 같은 골목을 걸은 듯 여유롭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보는 그 곳의 사진들과, 작가의 묘사로 음미하게 되는 음식들의 향과 그 과정과 주변의 풍경들, 과하지 않은 투덜거림과 감상, 그 곳을 여행한다면 가졌을 호기심이나 알고 가면 더 좋을법한 역사적 지식들이 차분하게 여행지의 골목들에 담겨있다.
시칠리아하면 맞다. 대부, 섬? 또 뭐지 하는 낯설음으로 시작했다가 정말 불편하고 울화가 치밀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가고 싶은 곳이 되게 만드는 작가만의 수다가 좋다.
시간이라곤 지키지 않는 기차를 타고 라파리에 가서 , 혹은 아그리젠토에서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디엠 하고 싶다
그리고 내 삶에도 마법같은 주문 하나가 생겼음 좋겠다. 그들의 (prego. E`caldo ) 같은 .

그렇게 무너진 신전을 바라본다는 것은 이중으로 쓸쓸한 일이다.
제우스나 헤라, 포세이돈 같은 신들이상상 속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
인간이 세운 높고 위태로운 것은마침내 쓰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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