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특별한 생일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생일과 두 달 차이나는 결혼기념일을 그냥 넘겨서였을까 남편이 호기롭게 내게 무슨 선물을 줄까라고 물었다. 아마 회사사람들에게 무언가 코치를 받은 분위기였다. 내가 땡땡 가방이라도 원하면 사주겠다며 뭔가 비장한 각오를 한 듯도 보였다.
난 그런 남편에게 민음사고전시리즈 200권 이었나를 요구했다. 남편은 낭패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혹여 책 무게로 집이 무너질까 걱정이 태산인 남편이었다 ㅎㅎㅎ
어릴 적 기뻤던 기억 중 하나가 바로 계몽사 문고본 책이었다. 월급쟁이인 우리 아빠, 사람좋으신 우리 아빤 직장으로 찾아 왔을 왕년에 조금은 안면을 튼 누군가가 내민 할부책을, 나름의 이유로 덜컥 사 오신거다. 그 이유에는 형편이 어렵다더라 아이가 아프다더라 등 비슷한 래파토리였던 걸로 기억난다. 그리 넓지 않은 집 한 귀퉁이 책장도 없이 박스채 담겨있던 100권이 넘던 그 책을 나는 수십번도 넘게 읽었다. 시튼동물기에서 메어리 포핀즈( 그 덕에 가오겔2의 명장면에서 웃을 수 있었다. ) 초원의 집 치티치티 빵빵 돌리틀선생의 모험기.. 그 후로 한 달 용돈을 받으면 제일 먼저 갖고 싶은 책을 사곤 했다 20살쯤이었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 책들이 뻥튀기로 바뀌어 있어 엄마랑 싸웠던 기억도 난다.
부모님과 언니들은 내가 하도 책을 읽어대는 통에 혹여 작가가 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저 책을 좋아할뿐 재능은 없는 걸로 , 책 욕심만 많은 걸로 판명이 났다.
민음사 책들은 여전히 반 쯤은 박스에 담겨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좀 더 부지런하게 읽고 싶은데 일도 하랴 밥도 하랴 고3아이 뒷바라지에 이젠 우리집 개님 눈치도 보랴 ( 6살쯤 되니 강아지가 아니라 개님이시다. 입맛도 까다로우시다 )거기다 노안까지ㅠㅠ 라며 자기변명을 해 본다.
다른 새로운 책들을 읽느라 한 편으로 치워놨던 민음사.
반 정도 읽은 기념으로 나름 재미있었던 책을 손꼽아본다.
( 완전 주관적인 평이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