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스트리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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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내 잘못도 아니예요. 모두 트리니다드의 책임이죠. 이곳에서는 술이나 마셔야지 그 밖에 할일이 있겠어요?


“나는 그들을 떠나 재빨리 비행기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고, 내 앞에 놓인 나 자신의 그림자만 내려다보았는데 그것은 포장된 활주로 위에서 난쟁이가 춤추는 것처럼 보였다.”



미겔스트리트의 소년이 자라 이 곳을 떠나는 것이 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이 곳에서 자라면서 만난 거리의 사람들에 대한 어린 소년의 시선이 화자로 곁들여져 있다.
인도계이주민으로 백인의 지배하에 흑인들과 섞여 사는 이 곳 트리니다드섬의 빈민촌 미겔스트리트
럼주와 도덕적 타락과 거짓말과 불신이 가득찬, 그래서 간절히 이 곳을 떠나길 바랐던 소년
거듭된 실패로 인한 권태로움과 무기력함이 당연한 거기다 유색인종으로서의 자격지심과 백인에 대한 적개심과 굴종, 흑인에 대한 멸시, 못난 남성과 매 맞는 아내들.
그런 그들을 매서운 눈이나 도덕적 잣대보단 연민의 눈으로 보게 된다.
아이들에게 크리켓을 보여주는 해트나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예술가 포포 꽃불제작을 하는 모건 등 우리가 총체적 난국이라 불리는 이 곳에도 사람들은 살아가며 그들 나름의 연민과 동정의 방식으로 위로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함보단 연민이, 그러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음에 대한 이유를 찾게 된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슨은 기회가 많이 주어질 수록 덜 이기적인 사뢰가 된다고 한다. 기회라곤 없는 도시에서 착함이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동화따윈 발 붙일 수 없는 이 곳에서의 그들은 그나름의 선과 도덕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도와가며 살아간다. 소년은 탈출하고 배움으로 그 도시를 떠나지만, 나름의 연민과 애정의 글쓰기로 그 시절을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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