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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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리처드 부부는 지독하게 가난했다. 백인 사회는 흑인 원주민과 비슷한 혹은 더 못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동정하기보다 미워했다. ‘백인 문명은 터너 부부의 경우와 같은 비참한 실패를 용납할 수 없었다”


‘리처드 같은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두 가지 밖에 없음을 조만간 깨닫게 된다. 즉, 정신이 어떻게 돼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거나, 아니면 이를 악물고서 쓸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보는 것이다.’

책 제목은 엘리엇의 황무지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산속의 이 황폐한 계곡
희미한 달빛에 싸여 예배당 주변의
나자빠진 무덤들 위에 풀잎은 노래한다 )


황무지위에서 노래하던 풀잎은 시들어 누렇게 말라빠져 무덤들위에 또 하나의 무덤을 만든다 그 무덤엔 이름도 없겠지. 메리란 이름.
그저 자신이 평범하고 정상이길 바랐던, 그래서 사랑없이 가난하고 대책없는 무능력자 리처드와 덥석 결혼을 해 버린다.
천장도 없이 양철지붕밑에서 남아프리카의 열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땀을 흘리며 무기력하다 보면 가난에 찌들다 보면 나란 것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가난과 부모의 학대 속에서 인정받음을 알지 못한체 남들과 비슷하게 살려 노력했던 그래서 성장하지 못한체 서른이 넘도록 소녀처럼 옷을 입고 남성에게도 소녀처럼 도망치려 하는 메리.
그런 메리가 남들같아지려고, 나사빠진 메리가 되지 않으려 선택한 남자 리처드.
둘 다 결혼이 어울리는 사람들은 아니다.
좀 더 부유했다면? 천장이 더위를 좀 막아줬다면? 일을 시작하고 끝내지 못한체 몽상만 하는 리처드는 고생만 죽도록 하며 빚만 버는 사나이다. 남들의 시선과 말들을 곡해하며 남편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으로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다루는 메리는 실상 모든 것에 겁먹은 늙은 소녀일뿐
가난한 어린 시절 그 모습 그대로일뿐이다.
모세에 대한 의존과 두려움, 톰에 대해 상상한 탈출구. 모두 부질없음을 알기에 자신의 죽음도 안다. 받아들여야지.
낡고 허름한, 원주민에게나 어울리는 천박함으로 꾸며진, 양철로 남아프리카의 태양을 고스란히 반사하는 메리의 집에서 누가 살아남을까. 하물며 상처 가득한 늙은 아이 메리는.
리처드도 병원으로 톰은 기분나쁜 기억으로 모세는 감옥으로. 그리고 사람들은 시답잖은 스캔들에서 망각으로 그렇게 메리네 집 이야기는 시들어가는 풀들로 가득 덮히겠지. 그 풀잎이 부르는 노래는 비명일까 절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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