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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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몬교라...

몰몬교, 현대과학을 부정한다? 일부 다처제다? 이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가,몰몬교인 롬니가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서 좀 더 상세히 알게 되었다.

롬니는 방탄내복?으로 미국내 한 신문에서 조롱거리가 되어 있었다.(몰몬교의 내복을 입으면 총을 맞아도 살 수 있으니, 대통령이 되어도 경호를 받지 않아도 되는가, 받아야 하는가 등의 내용으로 시사만화나 내용이 나온 걸로 기억된다)

몰몬교는 조지프 스미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천사가 준 은판을 받아 새로운 교리를 내세운 종파를 만들었고, 몰몬교의 내복을 입으면 총에 맞아도 살 수 있다는 희한하고 묘한 종교란 생각이 들었다. 조지프 스미스는 사기등으로 감옥수감 중 탈옥하다가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했다. 그 때 그는 몰몬교의 내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 내복은 꼭 맨몸에 입어야 하며, 혹여 타종교인에게 보여서는 안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아무래도 타종교인에게 내복을 보이지 않기가 쉽지 않아, 혹여 타종교인이 보게 되면 그에게 포교활동을 하면 괜찮다고 변했으며, 이제는 몰몬교가 운영하는 공장 등에서 이 내복을 만든다고 한다. 솔직히 몰몬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오로지 이 내복때문이었다. 좀 신기하지 않은가. 하고 많은 것 중에 내복이라니. 그렇지만 일상 생활속에서 항상 입고 벗고 하면서 잊지 않기 위한 좋은 수단이란 설도 있다. 밥 먹기 전에 기도하는 것이나 밥 먹고 약을 먹으라는 것이나 결국은 잊지 말라는 수단도 되듯, 아침 저녁으로 샤워 전 내복을 보며 다시한번 내가 몰몬교라는 걸 새길 수 있는 좋은 도구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눈을 뜨면 보이는 산과 고철들, 아버지가 읽어주는 몰몬경과 역사, 언젠가 정부에 의해 총에 맞아 죽을 지도 모른다는 극단적 공포와 종말에 대한 준비, 형제에 의한 폭력과 두려움. 이 모든 것을 매 시간 마주하며 살아 온 작가가, 배움을 통해 털어내고 힘을 내는 모습은 과거의 그녀를 떠올리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유추하게 해준다. 첫걸음마를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잘못된 걸음마를 고치며 새로 시작하는 일일 것이다.



“배움의 발견”은 그런 몰몬교에서 살아 온 타라의 이야기이다. 몰몬교에 대해 우스꽝스럽거나 혹은 어떤 일정부분에 대해 몰아가는 내용보다는 타라가 겪은 일들에 대해 조금은 담담하게 써 내려 가고 있지만, 읽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힘들기도 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이건 학대가 아닐까. 이게 정말 사랑일까.

조울증에 삐뚤어진 종교적 확신을 가지고, 고통에 대해 아이들에게조차 극단적 인내를 요구하며, 말도 안되는 동종요법으로 매 순간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아빠, 그런 아빠에 점점 동조하며 몰몬교내에서 기적을 행하는 이로 추앙받게 되는 엄마. 그리고 교육을 받은 자녀들과 받지 못한 자녀들로 나뉘어, 타라를 외면하거나 혹은 힘이 되어 주는 형제자매들.



왜곡된 역사관과 지독한 남녀차별, 일부다처제, 거기다 인종차별까지 자행되는 곳에서 그것이 당연한 도덕이며 선이라 생각했고, 그 외의 세상을 모르던 타라는 대학이라는 곳에서 결국 자신의 유년을 다시 정리하고 부모에게 배운 것들을 버리는 법을 배웠다. 죄책감에 힘들어했고 17년간의 삶을 부정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외면당했지만, 그것이 옮음을 알기에 용기를 냈다. 그것이 바로 배움의 발견이며 배움의 힘이라고 타라는 말한다.

“나는 친절을 제외한 어떤 형태의 잔인함도 견뎌 낼 수 있었다. 칭찬은 내게 독과도 같았다. 그것을 마시면 나는 목이 메었다. 나는 교수가 나에게 고함을 치기를 원했다. 그의 비난을 너무도 깊이 원한 나머지 공핍감으로 어지러웠다. 나의 추한 모습을 누군가가 말로 표현하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교수의 목소리에서 그 표현을 찾지 못하면 내가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내 수치심은 철컥철컥 돌아가는 전단기의 칼날로부터 나를 밀어 내는 대신 오히려 그쪽으로 나를 밀어 넣는 아버지를 가졌다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 수치심은 내가 바닥에 엎드려서 목을 눌리고 있는데도 바로 옆방에서 엄마가 눈과 귀를 막고, 그 순간 내 엄마가 내 엄마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는 사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언제나 비난받으며 극도의 공포 속에서 그것이 바로 진실임을 살던 타라는, 오빠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다는 아빠에 의해 몸이 동강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보다 부모가 더 이상 나를 보호해 주지 않음에, 보호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외면했음에 더 상처받고 아파했다. 타라의 세상에서는 금기시되는 숱한 이야기와 세상의 목소리들을 받아들이며 더 공부하고 더 배워가며 타라는 자유를 더 많은 자유를 얻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의 2/3쯤 읽을 때까지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무방비 상태의 여리고 작은 아이에게 이 무슨 짓인가. 이 미친 부모는 무엇인가. 이 속에서 어떻게 반이나마 잘 자라 주어 제 몫을 하며 사는 것인가. 나머지 1/3은 그래도 가족의 일원이길 바라며 가족의 사랑을 바라고, 자신의 고통을 감싸주길 바라는 타라와 그런 타라를 외면하는 부모를 보며 느낀 막막함이었다.

배움, 맞다 제대로 된 배움과 책읽기, 그것은 삶에서 힘이 된다. 자존감이 바닥이며 모두가 옳지 않다고 이야기하지만, 타라는 책과 배움에서 자신이 옳지 않음을 알게 된다. 커 오면서 우리가 쉽게 얻는 것들을 힘들게 얻는 이들도 많다. 그런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며, 쉽게 얻은 이들에겐 고마움을 느낄 기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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