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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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우주비행사? 하면 떠오르는 것은 머리가 벗겨진 부리부리박사나 건장한 남성의 모습.

그러나 이 책엔 주인공, 과학자, 개척자, 우주비행사 모두 왜소한 체격의 여성들이지만,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시대의 변화뿐 아니라 작가가 그들의 내면을 차돌처럼 단단하면서 깊이있는 내공을 잘 묘사해서가 아닐까 한다.

먼저

1.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시초지에서 지구로 여행하는 성인식. 멋진 신세계 생각이 났지만, 그래도 창조주인 릴리는 선택권을 주었다.

커다란 얼룩을 가진 여성으로 태어나 평생을 멸시와 동정의 시선으로 살아 온 릴리에게 배아디자인은 어쩌면 나름의 ˝선˝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다름의 인정이 없는 곳, 지구, 그래서 태어난 완벽한 아이들과, 실수로 태어난 아이들이 갈리는 곳.

릴리가 꿈꾸던 시초지에서 멋진 신세계의 글귀가 생각난다. 불행해질 권리. 그러나 반대로 불행해지지 않을 권리도 있다. 그래서 성인식을 떠난 이들은 어떤 이들은 돌아오지만 어떤 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2.스펙트럼

색채의 언어와 돌아오는 루이.

외계생명체 루이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인 희진을 계속 찾고 있을까.


3.공생가설

루드밀라 행성의 지적생명체에 의한 인간양육, 우리가 가진 건 인간성이 아니라 외계성이란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우리에겐 펭성이 남아있을분, 펭하~ㅎㅎ

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마음이 저렸던 단편, 낡은 우주 정거장에서 슬렌포니아행 우주선을 기다리는 안나. 영원한 기다림을 준비하다.

5.관내분실

마인드업로드 도서관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6.나의 우주영웅에 관하여.

판트로피, 그리고 이 정도면 나는 최선을 다한 것 아니니?

이들은 모두 작고 왜소하다 그러나 새로움을 두려워하면서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건 공생가설, 이제 우리는 도덕과 철학을 논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토론하지 않아도 된다.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 아니다 인강성은 외계에서 온 것이다. 재미있고 색다른 시선이라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어린 시절 귓가에 속삭이는 말들에 귀 기울이며 우리는 이타성을 배우고, 알지 못하는 행성에 대한 그리움 하나를 품고 산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예전엔 같은 하늘 아래의 이별이었지만, 그 곳은 다른 하늘 아래의 이별이다.
자본주의의 효용성에 의해 그리움이 끊어지고 기다림이 무색해진다. 인간은 없고, 경제성과 공공의 이익이란 명목아래 인간성마저 퇴색되는 곳.
슬렌포니아행 우주선 티켓은 우리 모두의 뒷주머니에 구겨진채 들어있다. 시간이 없다고 이것만 마무리한다면서, 조금만 기다리라면서 경제적 이득앞에서 당장의 필요에 의해서 잊히고 낡아가 더 이상 쓸 수 없는 우주선 티켓. 이젠 갈 수 있는데 갈 수가 없는 우주선 티켓.

관내분실, 데이터는 있은으나 어딘지 모르는 곳, 거기다 어떤 이이름으로 저장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아 찾기를 포기한, 어느 날인가 컴퓨터의 자판을 두들겨 쓴 내 일기같다. 혹여 사후에 누가 볼까 꼭 처리를 하고 가야 하는데, 예전보다 번거로워진 면이 있다. 일기장은 태우면 그만인데..
어머니의 우울증과 집착 속에서 사랑에 대한 의문과 미움만 기억하던 지민이, 엄마가 되어가면서 용서나 사랑이 아닌 ˝이해˝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좋았다.
생각해 보면 아이란 내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면서도, 살면서 가장 큰 대가와 희생을 내놓으라하며, 그런 모든 것들이 당연시 되곤한다.
내 방, 내 책상? 부엌 한귀퉁이겠지.
사실 엄마의 관내분실은 사후에 일어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이 세상에서 아이를 낳은 뒤 관내분실로 처리되었을, 엄마의 원래 이름을, 엄마의 예전 삶을 이해한다는 지민의 말이 아닐까.

이 책의 단편들엔 인간의 놀라운 기술발달과 미래가 그려져 있지만 결국은 슬렌포니아의 가족에 대한 안나의 그리움과 종을 떠난 루이의 사랑, 인류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한다.

캄캄하다. 지구의 어둠과는 다른 종류의 어둠.
그 사이 보이는 별들, 그러나 보인다고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님을 안다.
답답한 탈출용 비행선안에서 언젠가는 올지도 모를 구조신호를 기다린다. 그러나 오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 이 우주에서 홀로 남은 인간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두려움, 간절함? 그리고 내려놓음 .
그 후엔 가족들? 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가족들의 얼굴과 추억들에 집착하겠지? 그러고 보면 죽음과 닮았다. 혼자만 갈 수 있으며 혼자서 견뎌야 하는 것. 어둠인지 빛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는 곳 . 어쩌면 죽음이란 우리가 우주로 한 발작 더 나아가는 것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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