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버리지 못하는 그림책이 있다
아이는 다 컸고 이제 아무도 보지 않아 먼지만 쌓일테지만
아이는 기억할까
이 책을 읽어주며 울먹이던 엄마를.
그래서 언제나 마지막엔 기침하는 척 하며 읽어주던 걸

그 그림책은 바로
( 할머니가 남긴 선물)
돼지할머니와 손녀는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가지만, 이제 할머니가 떠날 시간.
책을 반납하고 밀린 외상값을 정리하고 남은 돈은 손녀의 지갑에 넣은 후 천천히 집 주변을 걸으며 그들만의 파티를 한다
“저기 좀 보렴!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이는 게 보이니?”
“저어기 좀 보렴! 구름이 수다쟁이들처럼 하늘에 모여 있는 게 보이니?”
“저기 좀 보렴! 연못에 정자가 비치는 게 보이니?”
“새들이 재재거리는 소리 들리니? 아아, 따스한 흙냄새. 우리 이 비 맛 좀 볼까?”

그리고 이젠 손녀가 할머니를 꼭 안아주며 잠이 든다.
다행히 마지막장엔 손녀옆에 오리 한 마리가 같이 한다.

큰 이변이 없다면 나 또한 아이를 남긴 체 떠나야 할 것이고, 가까운 예로는 나를 남기고 우리 부모님도 떠나시겠지. 삶은 만남과 이별이라는 상투적 말도 있지만 수십년의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가족간엔 그 이별이 참 힘들다.

( 은지와 폭신이)
여우인형 폭신이와 은지가 할머니집을 찾아가며, 폭신이인형이 기차에 꼬리가 끼이기도 하고 개에게 물리기도 하면서 은지에게 매번 “괜찮아” 라고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괜찮다고 말하는 여우인형 폭신이 때문에 아이도 울고 나도 울며 읽었던 책.
울 신랑이 초상난 줄 알고 놀라서 달려왔다가 기가 차 했다. 결국 우리 신랑도 이 책을 읽었지만 왜 우는지 지금도 미스테리란다.
아마 괜찮다고 말 하는 폭신이의 맘이 너무 따뜻하고 감정이입도 되고 그래서였나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본인 또한 한없이 약한 존재이면서도 배려하는 모습.
다행히 은지와 폭신이에겐 할머니가 있다.

이젠 읽어줄 이 없는 소중한 그림책
언젠가 내가 할머니가 된다면 돋보기를 끼고 다시 이 책들을 읽어주는 게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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