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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령 - 윤보인 장편소설
윤보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평점 :
[책읽기/책일기] 재령2
1
재령. 재령은 어떤 곳일까요. 가려고 했지만 갈 수 없는 곳.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저만치 물러서는 곳. 누구에게나 마음 속 재령이 하나 씩은 있을 겁니다. 재령은 지명1)이면서 인명2)이고 동시에 그 둘을 품은 무엇이기도 합니다. “굳이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231쪽)한 곳,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곳, 재령.
“그곳에는 어떤 나무와 꽃이 피는가, 재령. 풀이 돋아나고 무덤이 있는가. 어떤 노을과 바람이 기다리나. 어떤 눈송이와 어떤 봄비가 사람을 적시나. 어떤 철새들이 날아다니나. 지난한 시절을 지나 멀리 이곳으로, 우수와 경칩을 지나, 소서와 대서를 지나, 한로로, 소설로, 너무 아픈 소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한번은, 부디 죽음 속에서 삶을 기억하듯이, 새들이 혹한의 계절을 피해 다시 날아오르듯이, 도저한 인생의 한복판으로, 깎아지르는 절벽 사이로, 그 속에 삶과 죽음이 있듯이, 가난과 추억과 상실과 베이는 아픔이 있듯이, 다시 한번 그곳으로,”(237쪽)
2
‘나’에게 재령은 어디일까. 제퍼슨 클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말한다. “저는 카메라 뒤에 있지 않아요. 그 안에 있어요!”(아녜스 바르다&제퍼슨 클라인, 『아녜스 바르다의 말』, 2020, 마음산책, 212쪽) 소설 속 화자 ‘나’는 지명과 인명 사이로 난 길을 바장이면서 쉼 없이 재령을 찾는다. ‘나’는, 윤보인은 재령에 이를 수 있을까.
1) 황해도 재령
2) 소설 속 박재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