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책일기] 재령1

윤보인이 쓴 두번 째 장편 『재령』(2020)을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자 <물망초>(한상원)가 흘러나왔다.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주팔자, 그 어떤 운명에 대해 추적하는 글이 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 실패가 될 것이고 확인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고 다만 죽은 자들을 추억하고 봉합해서 보내주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10쪽)

덧> 안타깝게도 <물망초>(한상원)를 들려드릴 수가 없군요. 제안 하나를 드리자면 마지막 챕터 ‘’백로’ 편에 즈음해 <물망초>를 청해 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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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령 - 윤보인 장편소설
윤보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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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책일기] 재령2

1
재령. 재령은 어떤 곳일까요. 가려고 했지만 갈 수 없는 곳. 닿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저만치 물러서는 곳. 누구에게나 마음 속 재령이 하나 씩은 있을 겁니다. 재령은 지명1)이면서 인명2)이고 동시에 그 둘을 품은 무엇이기도 합니다. “굳이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231쪽)한 곳,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곳, 재령.

“그곳에는 어떤 나무와 꽃이 피는가, 재령. 풀이 돋아나고 무덤이 있는가. 어떤 노을과 바람이 기다리나. 어떤 눈송이와 어떤 봄비가 사람을 적시나. 어떤 철새들이 날아다니나. 지난한 시절을 지나 멀리 이곳으로, 우수와 경칩을 지나, 소서와 대서를 지나, 한로로, 소설로, 너무 아픈 소설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할지라도, 지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한번은, 부디 죽음 속에서 삶을 기억하듯이, 새들이 혹한의 계절을 피해 다시 날아오르듯이, 도저한 인생의 한복판으로, 깎아지르는 절벽 사이로, 그 속에 삶과 죽음이 있듯이, 가난과 추억과 상실과 베이는 아픔이 있듯이, 다시 한번 그곳으로,”(237쪽)

2
‘나’에게 재령은 어디일까. 제퍼슨 클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말한다. “저는 카메라 뒤에 있지 않아요. 그 안에 있어요!”(아녜스 바르다&제퍼슨 클라인, 『아녜스 바르다의 말』, 2020, 마음산책, 212쪽) 소설 속 화자 ‘나’는 지명과 인명 사이로 난 길을 바장이면서 쉼 없이 재령을 찾는다. ‘나’는, 윤보인은 재령에 이를 수 있을까.

1) 황해도 재령
2) 소설 속 박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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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령 - 윤보인 장편소설
윤보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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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책일기] 재령1

윤보인이 쓴 두번 째 장편 『재령』(2020)을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자 <물망초>(한상원)가 흘러나왔다.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주팔자, 그 어떤 운명에 대해 추적하는 글이 될 것이다. 그것은 분명 실패가 될 것이고 확인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고 다만 죽은 자들을 추억하고 봉합해서 보내주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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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의 그늘 시작시인선 240
이근일 지음 / 천년의시작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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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월하는 시

시인들이 월경한다. 월경의 방식은 여럿, 니체가 차안에서 피안으로 가기 위해 초월을 꿈꿀 때 김진석은 포월로 응수한다. 왠지 포월은 한국적이다. 니체가 산뜻한 월경주의자라면 포월주의자 김진석은 끈적거린다. 넘되 뛰지 않고 박박 기어 넘어간다. 온 몸을 피투하는 대신 기투한다. 차안과 피안이 이접한다. 이접의 방식은 말그대로 접붙이기, 이를테면 이종교배이다. <아무의 그늘>에서 이근일은 벽을 뛰어넘는 대신 문을 열고 온몸을 끄을며 문 너머로 나아간다.(때로 그는 구도자처럼 보인다) 문 너머에 무엇이 있나. 그곳은 꿈이고(<당신이 모르는 당신에 대해>, <악행>, <폭설>, <협곡>, <풀밭에 물들 때까지>) 환상이고(<곰소>, <불면의 날>, <도넛>, <환희의 음악>, <우리는 다른 기차를 타고>) 기억이고(<해질 무렵>, <귀가>, <적막 속에서 우리는>) 코마 상태이고(<가물거리는 흰빛>, <노래가 그리는 동그라미를)) 물 속이고(<생일>, <불타는 해바라기>). 언어를 뛰어넘는 그것들, 그것들을 언어로 다독이며 잠재우고 얼래 시인 스스로 계송이 되어 자음과 모음 사이를 박박 긴다. 뛰어넘고 달음박질하는 언어를 붙잡아 바끄러매고 칭얼거림에 귀 기울이는가 하면 서로가 서로의 발을 묶고 한 땀 한 땀 그렇게 포월의 방식으로 <아무의 그늘>은 쓰여졌다. #아무의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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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의 그늘 시작시인선 240
이근일 지음 / 천년의시작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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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잊지 않으려고, 혹은 잘 잊으려고 오늘도 무언가를 쓰는"('시인의 말') 자이다. 그는 "빛과 그늘 사이에" 머물면서 지난 11년 동안 마흔아홉편의 시를 썼다. '빛'이 '있음'이라면 '그늘'은 '없음'이다. '있음'이 '가능 세계'라면 '없음'은 '불가능 세계'이다. 빛이 물러나면 그늘이 오고 그늘이 사라지면 다시 빛이 떠오른다. 다시, 반복. '없으므로'. '있으므로'. 이근일의첫번째 시집 <아무의 그늘>은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처럼 보인다. 역도 가능하다. <아무의 그늘>은 그림자가 만들어낸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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