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여다본 시인 갈상호의 문학지도를 그릴 수 있다면 기원에 독산동이 있다. 독산동 살던 시절 나는 그를 처음 만났다. 그곳에서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2019)를 썼고 펴냈다. 이후 흑석동 시절과 대전 자양동 시절을 넘나들며 기록한 시적 진술이 『왔다갔다 두 개의』(2024)이다. 신작 시집에 독산동과 흑석동의 기운이 흐릿하게 남아 있긴 하지만 『오고가고 수목금』(2025)과 대전 자양동을 분리시키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길상호는 1년의 시차를 두고 펴낸 두 시집( 『왔다갔다 두 개의』, 『오고가고 수목금』)을 가리켜 공공연하게 쌍둥이 시집이라고 말한다. 어디 시집뿐일까. 길상호는 실제로 쌍둥이 동생이 있다. 시인의 대전 자양동 이야기가 궁금하다. "재개발"이 될망정 아직까지는 "부스럭부스럭" "혼자 하는 놀이"를 "즐길 수 있"(「이사한 놀이」)다, 고 그가 전할 때 사라져가는 대동 골목이 오늘도 작고 희미한 것들로 북적인다. 시인의 시간이다. '대전 자양동 골목 안'(『오고가고 수목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