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잊지 않으려고, 혹은 잘 잊으려고 오늘도 무언가를 쓰는"('시인의 말') 자이다. 그는 "빛과 그늘 사이에" 머물면서 지난 11년 동안 마흔아홉편의 시를 썼다. '빛'이 '있음'이라면 '그늘'은 '없음'이다. '있음'이 '가능 세계'라면 '없음'은 '불가능 세계'이다. 빛이 물러나면 그늘이 오고 그늘이 사라지면 다시 빛이 떠오른다. 다시, 반복. '없으므로'. '있으므로'. 이근일의첫번째 시집 <아무의 그늘>은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처럼 보인다. 역도 가능하다. <아무의 그늘>은 그림자가 만들어낸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