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군화 - 한울사회문학시리즈 1
잭 런던 지음, 차미례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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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 내 어린시절을 풍미했던 '하얀 엄니'('늑대개')의 작가라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 달 '판타스틱'에서 소개한 SF와 사회주의에 관련된 책들 중 그 이름을 보고 찾아본 결과,
...같은 사람 맞아?
평론에서도 말하듯이 사회주의 소설과 모험소설의 내용은 물론이요, 그 안에 담겨 있는 사고방식조차도 너무나 다르다. 나중에는 '바로 자기 자신이 부르주아들에게 글을 판 귀족 노동자가 되어가는 심정으로' 글을 썻다는 평론가의 말이 납득갈 정도로.
평론이 심각할 정도로 '혁명적' 언사를 난무하기에 이미 혁명의 불길은 사그라들고 사상 최대의 실험이었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젠 이 이름이 살진 뒤에 태어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오고 있다;;)이 붕괴된 이후 한국인의 화두가 "돈 벌자!"로 변모한지 어언 십여년, 대체 언제적 고서인고 하고 출판일을 보니...
1980년.
...이 책,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아니, 그러고보니 80년대면 전통 시절인데 그때 이런 게 나올 수 있었던 건가?

인간은 모두가 이기적이기에 자본가와 노동자가 사이좋게 이익을 나눠 가질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특성상 무한히 많은 잉여자본을 생성하기에 그 잉여자본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다른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곧 그 시장이 자본주의적으로 개발된다는 의미이므로 얼마 안 가 전 세계가 소비할 수 없는 무한히 많은 잉여자본을 손에 쥐고 마침내 그것을 소비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것이다,
노동자의 저항을 분쇄하기 위해 자본가는 어용노조를 만들고 음모를 꾸미고 여론을 조작하고 재판을 발기하며 결국 강철 군화로 노동자들의 얼굴을 짓밟고 걸어다닐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마치 예언서처럼 미래를 그려내기는 했는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빠트린 덕분에 소련이 망했다. 노동자가 혁명을 일으키고 나면 노동자 내부에서 귀족과 노예로 나뉘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전제 자체가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것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된다면 사회주의 이론까지도 팔아먹는(마르크스 두상과 체 게바라 티셔츠는 상당히 인기 있는 상품이다)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마저도 흡수하여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오히려 이렇게 '강철군화' 와 같은 지나치게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상을 그려낸 것 때문에 결코 낙원이라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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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1
조 홀드먼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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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전쟁'은 기동장갑복이라는 특이한 수단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와 공통점을 보이지만, 그 외의 것은 완전히 틀리다.


'영원한 전쟁'은 전쟁물의 탈을 쓴 시간여행물이자 사회비판물이다. 보통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의 메타포인 장면에 주목하는 것 같지만 나는 베트남 전쟁의 전장이 아닌, 그 배후에서 벌어지는 사회분위기의 변화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정통적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시간 수축 현상에 의해 한번 날아갔다 오면 수십 년 이 지나 있는 지구, 이것은 일반 시민들과는 완전히 격리되어 있었던 베트남 전쟁과는 그 비교를 불허한다. '영원한 전쟁'의 세계에서는 전쟁이 100년 동안 지속되어도 돌아온 참전용사는 23명에 지나지 않으니 개선 퍼레이드는 둘째치고 사망자의 급증에 의한 반전 퍼레이드도 일어날 수가 없다. 오로지 '강철 군화'에서 지적했던 잉여자본을 무한정 쓸어부을 수 있는 바닥 없는 구덩이가 생겨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그 바닥 없는 구덩이에 무한정 필요자본을 쏟아넣는 경제구조가 완성됨에 따라 '실제로 전쟁을 하고 있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끝나면 지구 경제는 파탄나는' 세계는 바로 현재와 아주 유사한 면을 지니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경제적 구조, 그리고 문화적 변혁에 고대의 원시인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그 원시인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대가 변화하는 한 방향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영원한 전쟁'인 것이다. 홀드먼이 200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9.11 이후의 현대를 보았더라면 그것을 어떻게 그려내 주었을까, 그런 상상을 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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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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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를 먼저 보고 다카노 가즈아키의 이름을 알게 되어 데뷔작이라는 "13계단"을 찾아 보았다. 어째서인지 시험때만 되면 뉴스데스크도 재미있어지기는 하지만, 이런 게 손에 들어오면 시험공부는 물건너가는거다--;;


13계단은 분명히 사회파 소설이다. 죄값을 치르고 출소한 범죄자가 사회에 복귀하기에 생겨나는 사회적, 법적인 어려움, 그리고 과연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것이 - 그리고 사형이라는 것이 죄에 대한 벌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사형이라는 것은 결국 보복행위다. 살인자를 죽인다고 해서 피해자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징역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범죄자가 벌을 받는 것으로는, 때로는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더라도 그 피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법적인 처벌이라는 것은 피해를 당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하여, 그 구성원으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려 '겁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사형은 그 극한이다.


만일 양 떼 속에 놓아둘 수 없는 병걸린 양을 도살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사형이 아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13계단"은 이런 생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단 하나도 의미 없는 복선 없이 사람의 감정과 트릭을 복잡하게 얽어매고 최후의 최후에 단 한 번에 명쾌하게 풀어내는 실력은 과연 첫 작품인가 할 정도로 깔끔하면서도 필감이 넘친다. 취향 차이이기는 하지만, '그레이브 디거'보다 오히려 낫다고 할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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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하우스 - 평범한 하루 24시간에 숨겨진 특별한 과학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7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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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러브크래프트라는 예지자가 전승한 그 '존재'들은 인간이 맞서싸우거나, 연구하거나, 숭배하거나, 의심하거나, 깨닫거나, 바라보아도 될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도망치는 것 뿐. 그것조차 할 수 없다면 차라리 파멸의 직전까지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기를.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한 순간이라도 뒤돌아보면 그 뒤에 남는 것은 차라리 죽음을 애원하게 될 절망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티칸 13과, 시공관리국 제6과, 임호테프의 후예들, 하이브 스톱워치, 필요악의 교회, 왕립국교기사단, Infinite guards, Tome patrol, 국제연합 다원세계위원회, Men In BLACK, 호루스 레그난스, 뮤지엄, 세계과학위원회 특별요원 등등은 이러한 지식들이 인간들 사이에 흩어지지 않도록 긴밀이 협조하고 있으되, 별 수 없이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간혹 그런 지식의 편린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종류다.
이 기분나쁜 감촉의 장정에도 불구하고 그 자물쇠를 열고 다른 차원을 들여다 본 자는 인간이 알아서는 안 될 것을 접하게 된다.
키 300km의 인간의 얼굴 피부 위에는 닥스훈트들이 마룻바닥 틈에서 솟아나오는 음식들을 탐닉하며 마구 분열하고 있다던가, 눈썹 사이에는 수백만 마리의 진드기가 그 다리로 모근을 꽉 움켜쥐고 버티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던가, 방 안에 있는 세균이...
이런, 여기에 또 일부가 스며나갔다. 당장 눈을 소독하고 뇌를 정회하라. 인간은 여기에 다가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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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사 -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
W. 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 교양인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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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드물지 않은,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많은 책들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현실의 이러저러한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는 이런 일, 이런 일,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이러저러한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라고 말하며 '모든 가능성을 예언하여 절대로 예언을 적중시키는'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치 미래소설과도 같이 미래에는 '이렇게 된다'는 예측을 행하고 있는데, 사실 1판에서는 50년 뒤에나 일어나리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1990년에 일어나 버려서 열심히 뜯어고치게 됐다던가... 어쨌거나 그 내용 측면에서는 노스트라다무스 수준의 '맞을 수밖에 없는' 적중율을 자랑한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인류가 마침내 완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이룩하게 된 것이 인류의 노력이라던가 정치체계의 발달이라던가가 아니라, 아예 유전자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더 도덕적이고 더 지혜로운' 다음 세대의 인류, 호모사피엔스 알티어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만들어내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정치구조는 현대의 인간이 보기에는 너무나 불안정하고 너무나 비합리적이지만, 그들은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끝나 버린 세계에서는, 정치체계에 완벽을 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과연 그들이 인간일까 하는 점은 젖혀두고라도, 유전자 조작에 의해 등장하는 다음 세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도덕성'을 제시한 점만은 높이 사야 하지 않을까. 인간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평화를 이룩하지 못했다는 너무 단순한 사실을, 인간이 더 성장하면 이룩할 수 있다는 너무 단순한 이론으로 증거해낸 그것은 명쾌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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