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1~6 세트
카오루 모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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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품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무리라 생각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만화는 돈을 번다거나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냥 메이드를 그리고 싶어서'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널리 퍼트린다거나 하는 발상이 결여되어 있다(편집부에서도 '그냥 메이드 만화를 출판해보고 싶어서' 출판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렇게 '좋아서 그린' 작품인만큼 그 완성도와 몰입도는 농담이 아니다. 누구든지 잠시만 들여다보면 '메이드에 미친 X'가 되어있는 것을 깨닫게 될 정도다(본인은 이미 미쳐있다). 다시한번 말해 두지만 이 만화는 메이드물이다. 요즘 쌓여있는 메이드인지 세컨드인지 보디가드인지 알 수 없는 빠와푸르 미라쿠르 이마쿠르한 물건이 아니라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진지하고 제대로 된, 귀족가의 덜떨어진 청년과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 엘리트 메이드의 이야기이다(뭔가 틀려!). 작가 모리 카오루 여사가 상당히 메이드에 빠진 인간인지라 비슷하게 '메이드에 미친' 작품들이 더 있는데, 그것들도 출판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윌리엄따위에겐 아깝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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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Heureka - 단편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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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쟁사, 로마사, 수학사 어느 하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시라쿠사에서 각종 장비를 만들어 로마군을 때려잡았다는 아르키메데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대의 역사가들에 따르면 백발백중인 투석기, 사다리를 집어던져버리는 긴 팔, 빛을 모아 배를 불태우는 광학병기로 압도적인 숫자의 로마군을 1년이나 막아냈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장비들인지는 받아들이는 이의 상상에 달려 있었다. 역사가들이란 작자들이 원래 문과계인지라 이런 이과계 기록은 영 부실한 게 문제다.
그리고 이와아키 히토시의 [유레카]는 그 상상력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수직으로 돌을 떨어트리는 거대한 투석구, 전함을 통째로 들어올리는 기중기, 핑그르르 돌며 연결다리를 박살내버리는 분쇄기, 상륙해온 병사들의 허리를 토막내버리는 회전하는 칼날(누가 [기생수] 작가 아니랄까봐...), 결국에는 증기 터빈에 의한 속사식 투석기와 초고성능 열광학 병기까지. 뭐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만든 게 그리스 철학자 헤론이니 할 말은 없다만, 이게 바로 초고대 병기인게야. "뭐야 저 괴물딱지들은..." 이라고 중얼거리는 마르켈루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정말 괴물딱지다.
[기생수] 같이 자신의 이미지를 당당하게 쏟아붓지는 못했지만 만화가로서의 상상력이 극한까지 발휘된 작품이다. 이과계 전쟁사 매니아로서 감동의 눈믈을 쏟아낸 작품이며, 조금 속물적으로는 투자한 돈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던 작품, 약간 거창하게는 이공계의 로망이랄까. 모든 수학과 물리학의 고통의 근원인 아르키메데스가 아주 약간 좋아져 버렸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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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 쥘 베른 컬렉션 04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4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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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야기를 할 때면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 당시 이용 가능했던 교통기관만으로도 지구를 한 바퀴(직선으로 4만 킬로미터다!) 도는 데 80일이면 충분하다고 모 신문이 계산한 것을 기반으로 "실제로 돌려 버린" 쥘 베른의 이 작품은 뭐랄까, 마치 장난기섞인 꽁트 같은 느낌이다. 계획대로 돌아갔다면 아무 이상도 없이 기계적으로 세계를 한 바퀴 돌았을 세계일주 계획은 일단 꼬이기 시작하자 전세계 풍물기 같은 온갖 이국적인 풍경의 묘사와 꼬이고 꼬이는 사건의 중첩에 후반으로 갈수록 필리어스 포그의 돈질(거의 지폐로 길을 만든다)로 변질되어가는 이 작품은 결국 [해저 2만리]나 [지구에서 달까지] 등과는 전혀 다른 19세기의 판타지 모험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체불명에 칼같이 각잡힌 "뽀대"를 자랑하는(총격전에 결투까지 전혀 무리없이 해낸다) 필리어스 포그 씨는 정체불명의 정의의 사도 혹은 악의 화신으로도 최적이며, 그 뒤를 쫓는 열혈형사 핍스는 진정으로 (약간 멍청한) "열혈"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돈키호테] 이후 죽어버린 불타는 피가 저 머나먼 세계의 서쪽 끝 영국에서 부활했달까. 신대륙(미국), 인도, 중국, 일본, 심지어는 얼어붙은 동토의 땅까지 종횡무진 누비는 그 모습은 오늘날의 슈퍼 스파이 액션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점점 더 쥘 베른의 전공이 궁금해진다). 게다가 액션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결투에 총격전에 추격전에 미스테리에 로맨스까지 더해졌으니 이 어찌 감동하지 않으리요.

프랑스어 문법 상의 문제인지 억지로 고어체 문투를 흉내낸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익숙하지 못한 화려취미의 만연체 문투는 상당히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마치 희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쥘 베른 작품의 전체적인 특징이기도 하지만, 분위기가 가벼우면서도 밝은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는 더욱 효과가 크다. 개인적으로 쥘 베른 작품이라면 어린 적부터 [해저 2만리], 그리고 최근에 [지구에서 달까지]를 더해 19세기 분위기의 진지한 SF물을 좋아했었는데, 나이를 먹고 새로이 읽은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어릴 적 세계에 대해 너무나 낯설었던 시절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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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컬렉션 05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5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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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 때부터 대강 알고있던 사실이지만, 쥘 베른, 이 사람이야말로 천재다. 19세기에 대포로 포탄을 달에 '갈겨넣을' 생각을 하다니… 그리하여 버섯을 방패로 쓰고 무를 칼로 쓰는 달의 주민들은 이 일격으로 지구와 전쟁을 결의하고, 지구의 우주포를 유심히 관찰한 화성인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지구를 침공하여 세 발 달린 전투로봇과 죽음의 광선으로 영국을 정복하는데… 아니, 이건 다른 소설이었던가.
쥘 베른의 과학작품들은 대부분 현대에 실용화되거나,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럴 만큼 어마어마한 설득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해저 2만리]의 잠수함이 그 하나이며, [지구에서 달까지]의 대우주포 역시 sharp-gun이라는 대궤도 위성배치포(로켓보다 1/100 가까이 저렴하다)라는 개념으로 완성 단계에까지 갔다가 우주 개발이 조금 시들해짐에 따라 개발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포가 로켓으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 이 대포 때문에 거대한 경제적 수요를 창조하고 눈이 부시도록 발전해가는 플로리다의 모습은 쥘 베른의 상상력이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한다. 우주개발이 '전쟁이 끝나 돈 퍼부을 구멍을 잃어버린' 강대국들의 강력한 경제개발요인이 되리라는 것을 예측하다니! 당신 대체 전공이 뭐야!?
이것은 19세기의 사이버펑크다. 어쩌면 스팀 펑크, 증기 냄새나는(증기는 냄새 따위 없다!) 사이버펑크랄까. 과학을 중요한 요소로 채용하여 쓰여진 모험 소설이면서도 사회비판과 구축을 잊지 않은 저항작품. 팔의 숫자가 반밖에 안되고 다리의 숫자가 1/3 밖에 안 되는 대포 클럽 회원들의 모습은 용맹하다기보다 우스꽝스럽고, "일단 포탄부터 날리고 보는 짓이지만, 소위 문명국의 외교라는 게 원래 그렇다."라는 말은 비판보다는 해학이다. 대포 만들어 보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위부터 아래까지 열광하고 환호하고 폭주하는 전 세계인들의 모습, 하필이면 발사 지점은 플로리다고 기어코 로키 산맥에 얹은 망원경(그 이유가 또 걸작이다), 결투하러 가면서도 거미줄에 걸린 새를 풀어주는 캐릭터(이봐, 거미는 뭘 먹고 살라고?), '언제나 폭주' 하는듯한 아메리카의 자신감을 200% 박력있게 실행해 보이는 프랑스인…
그러나 현대의 사이버펑크와는 달리 냉혹한 과학과 끝없는 테크놀로지,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인간군상 대신 과학의 밝은 기대면과 두근거리는 열정, 비웃음보다는 따뜻한 웃음을 불러일으키는 실수와 고집으로 채워넣은 '밝은' 사이버펑크이자 곧 스팀 펑크. 천재는 시대를 10년 앞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시대를 100년은 앞서버린 사나이 쥘 베른. 100년이 지난 지금은 그 사람이 그린 시대가 다른 모습으로나마 상당히 비슷하게 완성되었고, 그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 이 시대에 다시 만난 쥘 베른은 정말 반갑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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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왕비의 유산 - 쥘 베른 컬렉션 07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8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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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단 하나, 모험소설이다! 는 것이다. 물론 쥘 베른 아니랄까봐 과학소설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는 하지만, 이렇게 모범적일 정도의 모험소설도 오랫만이다. 특히 캐릭터성에 있어서 현대적인 소설이라면 마음 잡느라 아수라장을 벌이고 전형적으로 속을 썩이며 여차하면 배신해서 뒤통수때리기 딱 알맞은 캐릭터가 돈 좀 쓰고는 아무 문제없이 정신차려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주인공을 마음 깊이 경애하며 보조하는 모습은, 역시 19세기! 라는 감상을 중얼거리게 한다. 내가 그동안 비비 꼬아대는 인물간 갈등중시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것일까.
쥘 베른이 [인도 왕비의 유산]에서 묘사하려 한 것은 '완벽한 계획도시'와 함께 과학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절대병기'가 아닐까 한다.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 꿈꾸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까. 거기에 더해 재미있는 것은, 민족차별 요소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원래 이것은 쥘 베른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으로서 프랑스인은 당연히 주인공이고 미국인은 경박하지만 유쾌한 친구들, 독일인은 대마왕의 부하, 영국인은 바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인도 왕비의 유산]에서는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하다. "(전략) 이러한 성공은 게르만적인 음악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음감이 부족한 영국인은 절대 이를 흉내낼 수 없을 것이나, 세계 제일의 음악가인 프랑스인은 쉽게 이를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운운. 저 시대엔 저래도 별 문제 없었나 보다. 책이 나온 시대가 '프랑스-프러시아 전쟁으로 프랑스가 역사상 최초로 프러시아한테 대판 깨진 시대'이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라기보다는 원래 유럽 놈들이 하나같이 그런 놈들이지.
그뿐 아니라 중국인 쿨리들에 대한 반응은 거의 인종차별이라기보다는 히스테릭에 가깝다. 도시 개발이 끝난 뒤 '다시는 프랑스빌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해야'만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중국인들이 아름다운 프랑스빌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노동력의 확보와 그 처분 방법을 주도면밀하게 설정한 그 준비성은 전쟁 준비에 광분하며 생활환경의 확보와 함께 방어력의 확보를 '완벽한 계획도시'의 양대 축으로 삼는 '완벽한' 시민들의 모습과 함께 '결국은 유럽놈들'이라는 비웃음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세계 각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던 네모 선장하고 너무 차이나지 않아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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