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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왕비의 유산 - 쥘 베른 컬렉션 07 ㅣ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8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단 하나, 모험소설이다! 는 것이다. 물론 쥘 베른 아니랄까봐 과학소설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는 하지만, 이렇게 모범적일 정도의 모험소설도 오랫만이다. 특히 캐릭터성에 있어서 현대적인 소설이라면 마음 잡느라 아수라장을 벌이고 전형적으로 속을 썩이며 여차하면 배신해서 뒤통수때리기 딱 알맞은 캐릭터가 돈 좀 쓰고는 아무 문제없이 정신차려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주인공을 마음 깊이 경애하며 보조하는 모습은, 역시 19세기! 라는 감상을 중얼거리게 한다. 내가 그동안 비비 꼬아대는 인물간 갈등중시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것일까.
쥘 베른이 [인도 왕비의 유산]에서 묘사하려 한 것은 '완벽한 계획도시'와 함께 과학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절대병기'가 아닐까 한다.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 꿈꾸던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까. 거기에 더해 재미있는 것은, 민족차별 요소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원래 이것은 쥘 베른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으로서 프랑스인은 당연히 주인공이고 미국인은 경박하지만 유쾌한 친구들, 독일인은 대마왕의 부하, 영국인은 바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인도 왕비의 유산]에서는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하다. "(전략) 이러한 성공은 게르만적인 음악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음감이 부족한 영국인은 절대 이를 흉내낼 수 없을 것이나, 세계 제일의 음악가인 프랑스인은 쉽게 이를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운운. 저 시대엔 저래도 별 문제 없었나 보다. 책이 나온 시대가 '프랑스-프러시아 전쟁으로 프랑스가 역사상 최초로 프러시아한테 대판 깨진 시대'이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라기보다는 원래 유럽 놈들이 하나같이 그런 놈들이지.
그뿐 아니라 중국인 쿨리들에 대한 반응은 거의 인종차별이라기보다는 히스테릭에 가깝다. 도시 개발이 끝난 뒤 '다시는 프랑스빌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해야'만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중국인들이 아름다운 프랑스빌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노동력의 확보와 그 처분 방법을 주도면밀하게 설정한 그 준비성은 전쟁 준비에 광분하며 생활환경의 확보와 함께 방어력의 확보를 '완벽한 계획도시'의 양대 축으로 삼는 '완벽한' 시민들의 모습과 함께 '결국은 유럽놈들'이라는 비웃음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세계 각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던 네모 선장하고 너무 차이나지 않아요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