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연금 6
와츠키 노부히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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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이면서도 최근 점차 줄어드는 열혈 바보를 주인공으로 가져다놓은 와츠키 노부히로의 신작이다. 전작 [바람의 검심]을 너무 거하게 때리는 바람에 자기 작품에 파묻혀 허우적거리다([건블레이즈 웨스트]는 진짜로 재미 없었다)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센스 칩을 이식당하고 내놓은 작품(진담)인데, 특히 그 외계적 센스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팬티만 입고 빠삐용 가면 쓴 괴인이 복근으로 총알 튕겨내는 장면은 너무 쇼크가 컸다(쿨럭). 개구리까지는 어떻게 참을 수 있었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등장한 연금술이란 개념은 그야말로 '이게 왜 연금술이야?' 내지는 '이름만 붙이면 다 연금술이냐.' 혹은 '소립자전환 테크놀로지를 무시하지 마-!' 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기 딱 알맞은 물건인지라 깊이 생각했다가는 진짜로 욕 먹을 물건이다([강철의 연금술사]의 연금술은 여기 비하면 정통파 고전물리학이다). 그런 이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근본은 누가 뭐래도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를 살려내는 이야기. 와츠키가 괜히 와츠키가 아닌지라 이야기를 전개하는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싸우고 강해지고 더 강한놈 나오고 하는 파워 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전개를 보이고 있음에도 설명 논조의 1권 도입부를 간신히 넘겨내고 2권에 와서부터 주인공인 무토 카즈키의 막무가내 돌격 성향(무기의 이름은 선라이트 하트! 돌격창!)과 쿨하다못해 니힐해져가는 토키코의 캐릭터성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30점. 그림체 자체는[바람의 검심]과 많은 면에서 유사하지만 얼굴에 무려 칼빵을 내놓는다던가(…) 하는 막나가는 방법으로나마 차별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어쨌거나 적들은 개조인간으로 변신하고 주인공은 돌진한다. 그것 뿐, 그러나 그 이상은 필요없는 법이다!
그건 그렇고 토키코가 언제쯤 '눈물을 글썽' 거릴까. 저 얼굴에 저 성격에 조금만 약한 장면을 보여주면 헐떡헐떡할 인간들이 널리고 널린 걸 모를 와츠키가 아닌데말야('그건 너잖아.'라고 말하는 사람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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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블럼 Parabellum 4 - 혼란과 혁명
김정훈 지음 / 아선미디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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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또는 군바리 이계진입 깽판물이 아닌 '리얼리티' 밀리터리 판타지를 한정하며, 저쪽 세계에 마법이 존재하고 기술적 발전이 정체되었을 것을 상정한다면 이 [파라블럼]은 [파이오니어]와 함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완성도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내용 요약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소설상의 옛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대강 4,338년 쯤 전에(…대강?) 어느 나라 망나니 황태자 하나가 왕따를 견디지 못하고 "에라, 살 데가 여기뿐인 줄 아냐? 새 판 짜자!" 하고는 '물, 불, 바람 계열의 마스터 마법사 3명' 과 '세 가지 보물' 과 '3천 명의 백성' 을 이끌고 다른 세계로 도망쳤다. 뭔가 상당히 낯익은 전개다. 그런데 이 황태자네 나라는 엘프들을 보호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망한 모양이다. 해서 2-3천년 지나고 나니까 드래곤의 보호 따위는 별 의미도 없고, 결국 종족적인 포획 및 사육대상, 즉 '가축'이 되어버린 엘프들은 이대로는 종족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고는 자그마치 2천년 전의 약속을 지켜내라며(어거지…) 골드 드래곤의 도움을 받아 그 망나니 황태자가 떠나간 세계에 도움을 요청한다- 는 도입부. 멋지다! 단군신화를 이렇게 멋지게 어레인지하다니! 이 도입부를 통해 1화부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필력은 화를 더해가며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제법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묘사한 국론의 변화와 정치체계의 변동, 국민적 의식의 발달 혹은 퇴보. 세력확장을 스스로 경계하는 뜻있는 사람들과 서로의 의지를 겨루는 정치적 투쟁 등 단순한 국가적 이계진입 깽판물이 아니라 상당히 깊이있는 부분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적포기자에 대한 극단적인 처벌 부분은 그야말로 '속이 시원하다'.
어쨌거나 옛 약속 따윈 상관없지만 그쪽 동네에 엄청난 유전이 있다는 소리에 눈이 뱅글뱅글 돌아 달려든 한국군(국민적 합의? "예쁘면 장땡"이라는 현대의 트렌드 혹은 절대진리가 있는 이상 별 문제 없었다. 엘프들은 무지무지하게 예쁘다)에게 엘프를 사육하던 저쪽 나라들은 대표적으로 '엿을 먹게' 되고, 그렇게 퍼온 돈도 돈이지만 갈취하다시피 수집한 마법적 지식과 현대 과학기술의 결합은 비상식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온다. 과학과 마법의 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관해서는 예로부터 소수의 선지자들이 제시해 온 바 있지만, 그것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적용한 것은 이 [파라블럼]이 처음 아닐까 한다. 단순히 과학으로 불가능한 부분을 아무 설명도 없이 마법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마력과 정신력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기술이라는 느낌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상호 발전을 기대하는 제대로 된 기술의 발달. 그것이 군사과학에 편중되어 싹쓸이 세계정복 프로젝트로 나가기는 하지만 기술의 발달을 드러내보이기 가장 좋은 방법이니만큼 인정할 만 하다.
전반적으로 주인공이 너무 많아서 집중도가 떨어진다거나 후반 가서 '지나치게 막나가 버리는' 느낌이 조금 거슬리지만, 질질 끌지 않고 적당한 곳에서 제대로 끊기는 했는데… 그 끊은 방법이 조금 문제였달까. 내 짧은 식견으로 최고의 작품이라거나 하는 찬사를 붙일 수는 없지만 단점을 집어내기조차 쉽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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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비상 5 - 1부 조청전쟁, 완결
임영대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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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동 대체역사물이 아닌, 자체적 대체역사물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이 이 [봉황의 비상]이다. 북벌이 성공하면서 조선의 역사가 바뀌는 내용으로, 대규모적이고 순간적인 변화가 아니라 역사 전반에 걸쳐 조금씩 더해온 변화가 마지막에는 어떤 결과를 일구어내는지 잘 설명해 낸 필력은 실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시간이동 같은 억지를 동원하지 않고도 이 정도까지 역사의 흐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음은 놀랍기까지 하며, 가상역사물이나 판타지에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앞뒤 지식을 갖추고 가상역사라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진지하고 묵직한 '역사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은 그대로 단점으로도 적용되어 전문가에게는 인정받을지언정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 흐름에 익숙한 현대의 주된 독자층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아니한 것이 사실이다. 작가분 입장에서도 좀 더 대중적으로 써 보려 하시는 듯도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진지한 모습은 [봉황의 비상]의 강력한 특징이며 작가의 개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상당한 필력을 갖지 못한 이상 문체의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성공적인 문체 변화란 곧 [봉황의 비상]의 특징의 변화이이다. (별로 도움은 안 되긴 해도) 연재 초기부터 좋아해 온 애독자로서 이러한 변화를 응원해야할지 말아야 할 지 망설여진다. [봉황의 비상]의 모습이 바뀌는 것은 안타깝지만 동시에 이 작품이 널리 퍼지는 것도 무척이나 기대되는 모습일지니.
따라서, 이 시점에서 당신이 진지한 역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진짜 역사와 대체 역사의 흐름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지식수준을 갖추었다면 지금 당장 이 소설과 접하기 바란다. 어쩌면 이 기회는 지금 순간이 마지막일 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조금씩 대체역사물과 역사소설에 관심을 느끼기 시작한 초심자라면 다른 작품들 먼저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에 관한 조예를 쌓아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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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 메이든 3
Peach-Pit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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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귀한 일이다. 피치핏은 [디어스]로 꽤나 본인의 취향을 직격시켰던데다 [좀비 론]도 믿을만했고 애니메이션판 [로젠메이든]이 음악, 퀄리티, 캐릭터, 스토리 4박자를 강중약약 중강약 콤보로 때려넣었기에 기대하고 보았는데, 뭐랄까 상당히 망가진 그림체에 따라가기 힘든 스토리에 애초에 음악 같은 건 없지 캐릭터로 승부하는 만화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중간중간 들어있는 일러스트들은 깔끔한데 만화 자체의 그림체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선 몇 개로 찍찍 그어 나타내는 단순화된 SD야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기는 하지만 맹함과 그 맹함에 의한 과다노출을 히트포인트로 삼았던 [디어스]의 렌과는 달리 여왕님+고스로리+독설로 구성된 신쿠나 제멋대로+막무가내 성향의 하나이치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둠의 여제'인 스이긴토우는 말 할 것도 없고. 애니메이션과 코믹스의 차이인 정지된 컷의 생명력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서, 애니메이션 1화에서 수많은 하인 지망생들의 혼을 불태웠던 '문을 열지 못하는 여왕님' 사건의 재현도 완전실패! 그 매력적인 작품 전체의 내용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잘 살려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신비하고 몽환적인 메이든 간의 전투 장면이며 인형들의 움직임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아쉽다.
멀티미디어믹스 작품에 있어서는 같은 작품일 경우 먼저 본 매체가 기준이 됨으로서 다른 매체들에 대한 평가는 처음에 본 매체가 기준이 되는 경향이 있다. 즉 같은 작품이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로 나올 경우 어느 게 원작인지에는 상관없이 읽는 이가 가장 먼저 본 물건이 '원작'이 되어, 다른 작품들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아니라 '원작'을 제대로 살려내는가 살려내지 못하는가로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믹스가 당연시되는 일본 작품들을 볼 때 중시해야 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로젠메이든]은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코믹스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 3권까지 전반을 걸쳐서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애니메이션과 완전히 같은 내용으로 나가고 있으니, 그다지 소유욕이 일지 않는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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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 Hellsing 7
히라노 코우타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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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은 매력적이다. 피는 곧 생명이며, 때문에 피를 마심으로써 영생을 얻고 인간을 지배하는 흡혈귀는 밤의 귀족이자 퇴폐적이고 음란한, 아울러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져 왔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물론이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나 최근의 [츠키카제] 등 흡혈귀는 그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고혹적이면서도 도착적인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다. 클라우디아야말로 진정한 팜므 파탈이라고 주장하는 친우 모씨가 있을 정도다(사실 그놈은 로리콘이라 그런 거지만).
그러나 [헬싱]에서의 흡혈귀는 약간 다른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 '최강', D의 일족, 망국의 왕 아카드를 비롯하여 그의 유일한 혈족이 된 세라스 빅토리아(성이 또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미쳐 날뛰는 최후의 대대에 이르기까지 흡혈귀들을 감싸고 있는 기류는 '폭력'과 '유혈'로 요약된다. 전대 당주 헬싱 경이 손녀 인테그라와 나눈 문답은 그 기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흡혈귀는 왜 두려운가?" 그들은 박쥐로 변신하고, 피를 빨며, 인간을 노예로 만들고, 혈족을 무한히 늘린다. 그 모두가 위험한 힘이지만, 진정 흡혈귀를 '괴물'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흡혈귀는 두렵다. 왜냐하면 '강하기' 때문에. 아무런 희생도 없이 힘을 얻으며, 그 힘을 사용하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기 때문에 흡혈귀는 두렵다. 흡혈귀가 되면서 힘을 얻는다는 것은 흔한 이야기기지만 그 사실에 이토록 집중한 작품도 드물다 할 수 있겠다.
원래 흡혈귀라는 특성상 인테그라의 피를 핥는 세라스라던가 아카드에게 살해당하는 리피전의 맛 가는 표정 등에서 간혹 '삘'이 느껴지기도 하며 아카드 자신은 "고귀함도 신념도 이성도 없는" 하급 흡혈귀들을 비웃고 매도하지만 그런 그들이 보여주는 싸움, 인간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전투장면은 그야말로 피와 육편이 날리는 폭풍같은 분위기이다. 아카드가 말했던 진짜 흡혈귀의 싸움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전쟁보다도 과격하고 난잡하며 악랄하다. 자신의 몸을 찢고, 몸 속에서 벌레를 끌어내고, 다리를 재구성해 일어나 먹어치운 모든 것들을 내보내 다시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흡혈귀의 싸움은 그 싸움에 매료된 자들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맹포한 격류처럼 흘러간다. 트럼프로 치면 조커, 그것도 13장 분량(무슨 기준?)의 파괴력을 가진 아카드인만큼 한번 날뛰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처참하게 박살나는데, 이렇게 마음껏 먹고 늘어지게 자고 마음내키는대로 때려부수는 아카드, 그런 아카드에게 한 발짝도 안 밀리는 '참수판사' 안데르센, 생긴 것도 하는 짓도 귀엽다 하여 상당한 고정팬을 가진 '돼지 소좌', 50년 전에는 미소년이었던 '사상 최강의 집사' 월터, 야족의 눈에 눈떠가는 세라스(세라스비움과 각성 세라스는 필견), '하면 되는' 완전히 맛 간 맥스웰과 9차 공중기동십자군이라는 어이없는 놈들까지, 이미 작가의 손을 벗어나 날뛰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 런던이 깔끔하게 몰살. 엠마는 무사히 피난했을라나(시대가 틀려). 굴다리 밑(…)으로 우리 큰형님(…)이 올라오고 계시니 이제 호그와트 마법학교와 아이언사이드만 참전하면 나올 놈들은 다 나오게 된다는 계산이다(작품이 틀려!).
1년에 1권이라는 꾸준한(?) 페이스로 차근차근 발간된 끝에 마침내 7권. 인간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싸움, 광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대사, 어디로봐도 신과 악마의 아마게돈이 아닌 악마와 악마의 아마게돈, 그동안 변죽만 때리던 싸움이 드디어 본격적인 전면전에 접어들었다. 현재 생존자는 최후의 대대 수백 명, 공중기동십자군 수천 명, 13과 수십 명, 왕립국교기사단 2명.
그리고 거대한 유령선을 몰고 괴물이 돌아온다.
오로지 힘과 폭력과 유혈의 윤무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추신. 7권 감상. 천국에 계실 요한 바오로 2세 대교황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뭐하는겨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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