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의 비상 5 - 1부 조청전쟁, 완결
임영대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시간이동 대체역사물이 아닌, 자체적 대체역사물 중 주목할 만한 작품이 이 [봉황의 비상]이다. 북벌이 성공하면서 조선의 역사가 바뀌는 내용으로, 대규모적이고 순간적인 변화가 아니라 역사 전반에 걸쳐 조금씩 더해온 변화가 마지막에는 어떤 결과를 일구어내는지 잘 설명해 낸 필력은 실로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시간이동 같은 억지를 동원하지 않고도 이 정도까지 역사의 흐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음은 놀랍기까지 하며, 가상역사물이나 판타지에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는 어느 정도 앞뒤 지식을 갖추고 가상역사라는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진지하고 묵직한 '역사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은 그대로 단점으로도 적용되어 전문가에게는 인정받을지언정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 흐름에 익숙한 현대의 주된 독자층에게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아니한 것이 사실이다. 작가분 입장에서도 좀 더 대중적으로 써 보려 하시는 듯도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진지한 모습은 [봉황의 비상]의 강력한 특징이며 작가의 개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상당한 필력을 갖지 못한 이상 문체의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닐 뿐 아니라 성공적인 문체 변화란 곧 [봉황의 비상]의 특징의 변화이이다. (별로 도움은 안 되긴 해도) 연재 초기부터 좋아해 온 애독자로서 이러한 변화를 응원해야할지 말아야 할 지 망설여진다. [봉황의 비상]의 모습이 바뀌는 것은 안타깝지만 동시에 이 작품이 널리 퍼지는 것도 무척이나 기대되는 모습일지니.
따라서, 이 시점에서 당신이 진지한 역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진짜 역사와 대체 역사의 흐름을 비교하며 즐길 수 있는 지식수준을 갖추었다면 지금 당장 이 소설과 접하기 바란다. 어쩌면 이 기회는 지금 순간이 마지막일 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조금씩 대체역사물과 역사소설에 관심을 느끼기 시작한 초심자라면 다른 작품들 먼저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을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에 관한 조예를 쌓아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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