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 메이든 3
Peach-Pit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희귀한 일이다. 피치핏은 [디어스]로 꽤나 본인의 취향을 직격시켰던데다 [좀비 론]도 믿을만했고 애니메이션판 [로젠메이든]이 음악, 퀄리티, 캐릭터, 스토리 4박자를 강중약약 중강약 콤보로 때려넣었기에 기대하고 보았는데, 뭐랄까 상당히 망가진 그림체에 따라가기 힘든 스토리에 애초에 음악 같은 건 없지 캐릭터로 승부하는 만화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중간중간 들어있는 일러스트들은 깔끔한데 만화 자체의 그림체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선 몇 개로 찍찍 그어 나타내는 단순화된 SD야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기는 하지만 맹함과 그 맹함에 의한 과다노출을 히트포인트로 삼았던 [디어스]의 렌과는 달리 여왕님+고스로리+독설로 구성된 신쿠나 제멋대로+막무가내 성향의 하나이치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어둠의 여제'인 스이긴토우는 말 할 것도 없고. 애니메이션과 코믹스의 차이인 정지된 컷의 생명력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서, 애니메이션 1화에서 수많은 하인 지망생들의 혼을 불태웠던 '문을 열지 못하는 여왕님' 사건의 재현도 완전실패! 그 매력적인 작품 전체의 내용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잘 살려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신비하고 몽환적인 메이든 간의 전투 장면이며 인형들의 움직임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아쉽다.
멀티미디어믹스 작품에 있어서는 같은 작품일 경우 먼저 본 매체가 기준이 됨으로서 다른 매체들에 대한 평가는 처음에 본 매체가 기준이 되는 경향이 있다. 즉 같은 작품이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로 나올 경우 어느 게 원작인지에는 상관없이 읽는 이가 가장 먼저 본 물건이 '원작'이 되어, 다른 작품들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아니라 '원작'을 제대로 살려내는가 살려내지 못하는가로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멀티미디어믹스가 당연시되는 일본 작품들을 볼 때 중시해야 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로젠메이든]은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코믹스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 3권까지 전반을 걸쳐서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애니메이션과 완전히 같은 내용으로 나가고 있으니, 그다지 소유욕이 일지 않는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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