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무기와 갑옷 조선사회사 총서 22
민승기 지음 / 가람기획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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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분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우리 조상님들의 전래무기에 대한 연구는 극히 드물며, 그나마 체계적이지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군사전문가나 역사학자(그것도 아마추어)들의 개인적인 연구가 대부분으로, 그것도 논문이나 군사전문지의 몇몇 기획기사 정도인 것이다. 옛부터 글로 다스리고 창으로 지킨다고 하였거늘 머리 위에 인구며 영토며 백 배나 되는 강대국을 얹어 놓고도 독립국가로서의 자부심을 이어온 데 있어 일익을 담당해 온 옛 무기들은 유산으로 대우받을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연구를 연구자들끼리의 환담이 아닌 대중 앞에 펼쳐 보였다는 점에, 저자분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나도 그 '대중'에 속하거든…).
그나마 서양 고대무기나 중국, 일본의무기는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에 의해 대강이나마 구색을 갖추었고 현대 무기체계는 책장 한 칸을 군사전문지와 각종 자료집, 소설로 가득 채워서 스스로도 만족하고는 있지만(중간중간 끼어있는 [건담 오리진]이나 [슈퍼로봇대전 공략본], [아머드 코어 자료집] 등은 눈 감도록 합시다) 정작 우리네 옛 무기에 대한 자료는 잡다한 논문 출력물이며 낡은 잡지책에 의존해야 했던 몸으로서, 책장 한켠에 당당히 자리잡은 [조선의 무기와 갑옷]은 뿌듯하기까지 하다.
내용면에서도 무척 만족스러워서, 저자분께서는 '억측과 추측을 동원해서라도 대중서로서의 가치를…' 라고 말씀하시지만, 내가 본 [조선의 무기와 갑옷]은 환도부터 판옥선까지 이어지는 넓은 분야를 다루면서도 그 깊이 역시 부끄럽지 않을 만한 밀도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책을 내 주신 저자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표한다. 그럴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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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창기병 9
권병수 지음 / 청어람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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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의 둔탁한 반사광으로 시작된 무기에 대한 흥미는 곧 전쟁사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거쳐 무기체계학과 국가전략 혹은 전술이론에 대한 사랑으로 발달하기 마련이다. 간혹 화학공업과 강내탄도학, 해양학에 우주공학으로 가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이쯤되면 이미 사회 복귀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런 사회이탈자들 중에서도 뇌세포를 태워버릴만큼 어려운 군사용어와 근대적인 군사공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홀딱 반할만한 물건이 바로 이 [여왕의 창기병] 되겠다.
창과 칼이 주무기이고 화약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최강의 장거리 무기는 캐터펄트와 롱보우인 시대. 그러나 초근대적인 징병/군사훈련제도와 한니발 저리가라 할 만큼 전술학이 발달한 시대. 일당백의 전사 열 명으로 구성된 모험가 파티가 깝죽거리면 1만명짜리 사단을 통째로 투입해 밀어버리는 세계. 혼자서 천 명이고 만 명이고 쓸어버리는 전술 핵탄두급 먼치킨 주인공이나 기껏 몇백 명 모아놓고 대군이니 어쩌니 하는 소박한 군대(?), 전원 다이어트에 목숨 건 병사들인지 보급로 신경 안쓰는 군대(!?), 머릿속에 근육을 채운 건지 아예 비운 건지 첨입 후 포위섬멸을 무슨 하늘이 내린 전술입네 하는 지휘관(!!?)들에 질린 사람이라면, 절대로 보라고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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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지음 / 거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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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에 몸통 끼워넣기. 잠수함 갑판에서 일광욕. 다스베이더에게 도전. 어이, 그렇게 특징적인 방법으로는 오히려 실패 가능성이 높다구. 뭐 그렇게 세상 살기가 힘든지 무표정한 얼굴로 자살을 향해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하는 토끼들의 모습은 토끼들 스스로는 필사적일지 몰라도 보는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귀엽다(…). 작가 앤디 라일리는 영국 사람이라는데, 영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놨다. 당신, 국가이미지 개선에 일조한거야^^. 칙칙한 날씨에 재미없는데다 축구 훌리건 정도로만 생각해왔던 영국인의 머릿속에서 이런 물건이 나왔단 말인가! 그냥 웃고 넘어가기에는 아쉽다. 세상살이가 힘들어 정말 죽고 싶을 때, 이 책을 보고 한번 웃으며 지금 내 고민도 남들이 보기에는 저렇게 우스꽝스럽겠거니 하고 넘겨버리면 어떨까. 프로작 같은 '기분 좋아지는 약' 보다 효과 좋을 것 같지 않는가? 하지만 절대 애들한테는 보여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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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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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화려한 제목과 각종 서평에 '낚여' 주문한 책. 책이 온 날 그 두께에 얼마나 뻘쭘했던가... 그날 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사실 별다른 재미를 못 느꼈다. 그저 읽기 시작한 관성으로 읽다가 후반 10페이지에서 아주 박살이 났달까. 결국 책을 다시 처음부터 읽어서 밤을 꼴딱 새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야 진짜배기를 눈치챌 수 있었다.
대전쟁 후 황폐해진 지구에 살아남은 마지막 인간, 로버트 네빌. 거기다가 시체들은 피를 마시는 흡혈귀로 다시 일어나 그를 뒤쫓는다. 그러나 로버트 네빌은 밤에는 흡혈귀들과 싸우고 낮에는 흡혈귀의 가슴에 말뚝을 박는다. 너무나 일상화되어 도리어 무미건조하기까지 한 '평범한 생활' 속에서 미쳐 가는 네빌의 심리 묘사에서부터, 흡혈귀의 정체에 관한 독특하고 과학적인 발상까지, 세기말 SF 호러 액션 사이코드라마라고 불러도 될 듯한다.
머릿속에 영상이 좌르륵 스쳐지나간다. 폐허가 된 거리를 질주하는 자동차, 마치 [28일 후]나 [레지던트 이블]에서처럼 그 뒤를 쫓는 수없이 많은 흡혈귀-혹은 좀비들. 그러나 이 작품의 탄생은 1953년! 누가 원조인지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물론 로버트 네빌이 반쯤 미쳐서 머리 꼴 엉망이고 수염 덮수룩한 반 원시인이라는 사실은 자동으로 무시되었고, 깔끔하게 면도한 의지 굳은 남성으로 변형! 배우로는 키아누 리브스!([콘스탄틴]이 조금 ›였? 인류가 멸망하고 아내와 아이가 죽고 죽은 자가 살아나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세계가 파괴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홀로' 정상인 남자가 여기에 서 있다. 이제 그의 전설이 시작된다! ...라고? 천만에. 그의 전설은 끝난다. 그로써 불멸의 가치를 얻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고 단순히 최근 유행하던 호러 액션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한번, 아니 두 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마지막 2페이지에는 그가 전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있다. 그 당연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진리가 어찌나 가슴을 에던지... '그' 스티븐 킹마저 '나는 이 소설을 읽고 소설가가 되었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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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서커스 37
후지타 카즈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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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리오넷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성격상 구조적으로 복잡한 무기를 싫어하기 때문인데, 거기에 판타지 취향을 더해 자동인형들과 시로가네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 같은 세계관이지만 마리오넷을 쏙 빼 버린 동인물을 만든 일도 있었다. 하지만 [꼭두각시 서커스]는 그저 단순한 현대 액션물이 아니었기에 마리오넷을 제외해 버리자 후반부에 가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걸맞은 흐름을 보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럴만큼 마리오넷들은 작품의 분위기와 주제를 기저에 깔고 있는 중요한 소도구였던 것이다. 마리오넷은 실로 조종되는 인형일 뿐 의지를 가진 캐릭터가 아니지만 그 마리오넷을 조종하는 시로가네들 역시 누군가의 실에 조종당하는 '인형을 다루는 인형'이라는 사실이야말로 작품 전반을 뒤덮은 강력한 아이러니이다. 이 아이러니를 벗어나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 답변하려는 것이 이 작품, [꼭두각시 서커스]의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되려 하는 자동인형들, 인간이기를 포기한 시로가네들, 인간이 되어가는 엘레오놀. 그리고 그들 가운데 서 있는 '인간' 마사루는 무척이나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싸움의 미끼이자 그릇으로 태어났지만 죽음과 고통을 뛰어넘어 각성한 '진짜 인간' 마사루는 "환한 웃음을 짓는 자"로서 뚜렷한 존재감을 갖는 것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그리고 성장하다"라는 성장물의 왕도를 걸으면서도 '싱긋 웃을 수 있는' 불완전한 인간의 가능성과 위대함을 증명하는 존재로서 마사루는 주인공으로 부족함이 없다(그런 의미에서 조금 성장하나 싶다가 완전히 맛이 간 가토가 어떻게 재기할지도 꽤 기대되는 장면이다).
이렇게 작품 기저에 깔려 있는 기본 사상은 확실하고 단호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그림체도 거칠긴 하지만 균형잡혀 있는데, 스토리 전개가 조금 부실하다. 암살자-조나하병-한밤중의 서커스-옛이야기-뒤통수때리기로 이어지는 전개에 복선이 없어서(진짜로 없다) '일단 연재 시작한 다음 허겁지겁 끼워맞춘 거 아냐?' 라는 진부한 의문을 떠올리게 만들며, '게임'이라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에는 악의 대마왕도 뭔가 행동이 어설프고 억지스럽다. 거기다 마사루가 간신히 읏샤읏샤해서 하렘삘나는 흐뭇므흣한 장면을 연출할까말까하는 순간에 '질러' 버리는 짓거리도 상당히 쇼크였다(나름대로 괜찮은 연출이기는 했지만). 그러면서도 군더더기없이 사건사건을 제대로 끊어내고 접합하는 이야기 솜씨는 높이 살 만하다고 하겠다. 40권 가까이 되는 긴 작품이면서도 한번 잡으면 그 길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읽어버릴만큼 밀도가 높은 작품인 것이다.
이제 벌어지는 최후의 싸움. 이 싸움은 지금까지의 '인간이 되고자 하는 자들의 싸움'이 아닌 '인간을 포기한 자'와 '진짜 인간' 사이의 싸움이다. 과연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 마사루가 '진짜 인간'으로 각성하였으며 자동인형과 시로가네-0들은 인간따위 끝장내 버리려는 시점, 스스로는 느끼고 있지 못하면서도 점차 인간의 영혼을 드러내보이는 엘레오놀과 제대로 맛이 가 있는 가토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깨어날까.
그건 그렇고 바이 진이란 놈 참 징하다. 결국은 짝사랑 타령에 세상 말아먹은 거 아냐. 사랑타령으로 세상 말아먹은 살라딘-셰라자드 커플도 있지만 이 놈들은 '염장 파워!'인 만큼 '짝사랑 폭주'인 바이 진과는 그 질을 달리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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