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 2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를 딱 20페이지씩만 읽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댄 브라운 이 아저씨는 아나그램(문자 뒤섞기)을 무지하게 좋아한다. 물론 이런 아나그램과 기호학은 전반적으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인 측면이 커서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냈다!' 라기보다는 '이런 소설을 썼다!' 인 느낌이 강하지만, 어차피 소설이니까 역사적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의외로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는 상상력을 핵심으로 하는 현대 판타지로서 충분한 흡입력을 갖추었다고도 할 수 있다. 현대 대중문학의 핵심인 빠른 전개, 비주얼적인 표현, 일상적이면서도 독특한 소재와 해석에 더해 전통 대중문학의 필수요소인 사랑, 납치, 배신, 음모, 위기, 극복을 올망졸망 채워넣은 훌륭한 '대중문학'(좋은 의미로) 인 것이다.
다만, 캐릭터 묘사가 조금 어색하다. 캐릭터의 묘사된 내면과 행동이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미끄러지는 듯한 어색함이 있는데, 달리 말하자면 부분부분 끊어진 느낌이다. 특히 광신도 A씨와 B님, 음모가 C군과 D양 등등이(내용 누설 막으려고 별 짓을 다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 혹은 감정 - 내면묘사가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를 못한다. 단순한 대중문학으로 평가하자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저작 역순으로 출간된 [천사와 악마], [디지털 포트리스] 와 비교할 때 그다지 발전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의 팬이 돼 볼까 마음먹은 사람으로서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마지막으로, 비바 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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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병기 그녀 1~7권 세트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등에 강철의 날개를 달고, 거대한 라이플을 늘어트린 채 불바다를 뒤로 하고는 멍한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는 소녀(그것도 교복!)의 일러스트 한 장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좋은 사람]으로부터 이어진 그림자를 너무나 확실하게 걷어버리고 타카하시 신의 화풍을 완성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지나치게 잘난 처녀작 때문에 학을 떼고 있는 수많은 만화가들(대표적으로 [바람의 검심]의 와츠키 노부히로. [건블레이즈 웨스트]는 정말 재미 없었다)과 비교하면 이 사실은 더더욱 빛을 발한다.
수많은 작품들이 그려냈던 개조인간, 최종병기. 그러나 타카하시 신의 최종병기 치세는 맹하고, 키 작고, 공부도 운동도 젬병, 입버릇은 '미안해', 자신있는 과목은 세계사이지만 인생엔 별 도움 안된다는 것 쯤 잘 알고 있으며, 잘 넘어지고 잘 다치는 아이다. "나… 최종병기가 되어버렸어…" 라는 힘없는 한 마디로 수많은 남정네들의 가슴을 진탕시킨 바 있는 치세는 절대로 지켜주어야 할 듯한 연약함과 무엇이든 요구해도 좋을 듯한 맹함, 그리고 절대적인 파괴력이라는 세 가지로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으며, 강력한 최종병기로서 도시 몇 개를 '지워' 버리고 몇 만의 적병을 '소거' 하며 모든 자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소녀가 점차 그 힘에 매몰되어가는 모습은 타카하시 신 특유의 섬세한 감정묘사에 힘입어 어떤 작품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슬픔으로 얼룩져 있다. "나,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단 한 문장에 함축된 절망과 실낱같은 가능성에 매달린 가냘픈 기대의 조화는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리라.
그리고 그 심리묘사를 뒷받침하는 그림체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유려하며 특히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그린다. 누구처럼 어린 소녀 아니면 인체비례가 완전히 망가진다거나 손에 중기관총을 들었더라도 속옷 이상 걸치면 그리다 때려쳐버린다는 모 작가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고, 동글동글하고 토실토실한 어린 소녀의 몸부터 그 품에 안기면 폭신 가라앉을 듯한 성숙한 여성의 풍만한 몸까지 '진짜 이상적인 여성'을 멋지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몸이 경험하는 농후한 성행위는 얼마 전 [쵸비츠]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사랑의 과정이자 목표이자 증명으로서, 두 사람의 관계가 진전되고 멈추는 모습을 확연하게 증거한다. 거기에 치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맹하기 때문에 더더욱 역사에 남을 퀄리티를 지니고 있다. "야한 짓이 하고 싶었으면 제일 먼저 나한테 말했어야지!" 흐미이이이이~!!(잠시 폭주)
그렇지만 전혀 야하지 않다. 그저 슬프고 안타까울 뿐. '이 작은 지구의 마지막 사랑의 이야기'라는 테마대로 그들의 마지막 작은 사랑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무력한 슈지의 눈물과 치세의 가냘픈 몸을 통해 슬프고 슬프고 슬프도록 그려내어진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급류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자각하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남자로 성장해가는 슈지의 모습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자각하고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치세의 '성장'과 맞물려 진정 덧없는 아름다움과 안타까움을 일으켜보인다.
이미 만화책이 아닌 그림책이나 수필집 수준의 문자량, 거기에 더해 굳이 고집한 세로쓰기에 뻘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지만, 힘들게 읽은 내용은 그저 만화가 아닌, 무언가 깊은 의미를 담은 가치있는 작품이었다. 이런 작품과 만난 것이 큰 행운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하겠는가. 이런 때면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부터가 큰 축복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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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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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낳은 유일한 천재. 몸젠의 평가다. 이 인간의 업적을 요약하라면 이탈리아와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던 로마의 눈을 대륙으로 돌려 세력권을 확대하고 로마의 문명을 전파시켜 유럽을 창조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위대한 업적은 국가예산급의 돈을 빌려 갚지도 않고 먹어치운 것과 로마의 귀부인이란 귀부인은 몽땅 건드렸다는 점이랄까(만세!). 그 강렬한 돌파력, 지휘능력, 필요하다면 악덕이라도 가차없이 저질러버리는 결단력, 전쟁을 해도 정치를 해도 항상 이기는, 한니발 이상 가는 괴물. 그러나 여자들에게 불타는 연애편지를 보내고 돈을 빌려 멋부리는 데 열심이었던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
개인적으로, 카이사르는 이름이 아니라 무슨 관직명이나 예명, 여러 사람이 한데 뭉친 천재집단의 명칭인가 하는 망상도 해본 일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한 사람이 전쟁도 달인, 정치도 달인, 문장도 달인, 연애도 달인일 수 있단 말인가. 거의 반칙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결국은 칼 맞아 죽은 것 보면 한 사람인 것 같다. 정말 이 사람이 30년을 더 살아 완성된 제국을 아우구스투스에게 넘겨주었더라면 어떤 것이 탄생했을까? 천재의 한 세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범재의 수십 세대가 필요한 법이다. 아울러 아우구스투스는 제국을 완성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 자신이 완성한 제국을 통치하는 데 적합한 인물로 카이사르가 점찍은 후계자, 과연 카이사르가 꿈꾼 로마는 어떤 것이었을까?

어느 경찰서장의 평가라고 한다. 그의 부대에서 백인대장이라도 시켜달라고 부탁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내 평가다. 그의 부대에서 기록관이라도 시켜달라고 부탁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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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 양과자점 애장판 전2권 박스 세트 - 한정판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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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나가 후미의 그림은 섹시하다. 물론 동인지는 창피할 정도로 막나가 버리지만, 상업지 역시 맨살조차 잘 안 나오면서도 단순한 선으로 야하게 그리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특히 케이크를 먹고 뿅 가 있는 치카게와 칸다의 얼굴이 극강. [서양골동양과자점]은 그런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군 중에서도 조금 섹시하고 조금 멋있고 조금 사회적인, 즐겁고 사회적인 작품에 속한다. 그래봤자 본성은 못 속인다고 전반적으로 노골적이며, 특히 '서른이나 먹은 남자 둘이서 비 맞으며 강강술래를 하는' 장면은 멀쩡한 여자 하나 동인녀로 만드는 것쯤 금방이며 살짝 맛이 간 남자한테 야오이를 가르치는 것까지도 가능했다. 작중에 나온 말을 인용하자면, "어떤 남자든 마음만 먹으면 10초 안에 격침시키는 마성의 게이가 주인공에 대학 3학년 때 사시 패스하고 과자점 차린 밥맛 없는 바람둥이가 나오는 이 만화가 이렇게 재미있는 이유"는 "그런 놈들 가지고 벌이는 저 개그스러운 짓거리들 때문이겠지."가 정답일 것이다. 개그다. 온통 개그다! 후반 가서 스토리라는 걸 좀 해 보겠답시고 무게를 잡는데, 전혀 안 어울린다. 니들은 그냥 과자나 팔아.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12시부터 다음날 02시까지 영업하는 서양과자전문점 [안티크]. 사장 겸 판매원의 말빨에 휘말리다보면 어느새 예산을 초과시켜버리는 가게지만, 마치 자기 집처럼 언제건 들를 수 있는 가게. 꼭 한번 들러보고싶은 가게다.

그치만 우리나라 조각 케이크는 너무 작은데다 비싸서 손 댈 엄두가 안나... 언제 날잡아 초콜릿 케이크 하나 사다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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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 2 - 책으로 보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시리즈 2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글, 이강주 엮음 / 가치창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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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그 뒤에는 '부유하게' 오래 산다는 옵션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부분은 패스. 그건 재테크 서적을 참조하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을 연구한 서적들 중에서 무척이나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KBS는 의외로 이런 부분은 잘 만들거든... 직접 눈으로 보이는 충격적인 영상과 잘 읽을 수는 없지만 그럴듯한 그래프의 조합은 상당히 효과가 컷다(왜 비꼬는 것처럼 들리는 거지?). 하지만 직업이 직업이고 시간이 시간이어서 조금 느긋하게 접하고 싶었는데, 2004년에 1권이 나온 이후 "이것도 책으로 나오겠지."하고 느긋하게 기다린 물건이 마침내 나와서 무척이나 반갑다.
물론 내용을 살펴보면 조금 김이 빠질 수도 있기는 하다. 마음을 편하게 갖자, 과일과 야채를 먹자, 편하게 움직이자, 맑은 공기와 신선한 물과 따스한 햇빛을 즐기자. 너무가 간단하면서도 현대인으로서는 따라가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인데, 그 '간단하고 당연한' 내용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설득하는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 '설득력'이야말로 핵심이다. 사실 어떤 보약, 어떤 마법, 어떤 수술보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오래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사실 쯤은 다들 알고 있다. 그리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못 할 것 없건만, 보통 사람들의 문제는 그 '조금만 신경쓰는' 것이 너무나 귀찮고 힘들다는 점이다. 오늘은 좀 피곤하네, 포기. 오늘은 좀 바쁘네, 포기. 오늘은 좀 귀찮네, 포기. ...그냥 포기.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곁에서 다그치고 가르치고 끌고다닐 선생, 선생이 너무 거창하다면 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럴 친구로, 이 책은 가장 적합하다. 들고만 있어도 이렇게 해 봐야지 하는 '공포감'이 들 지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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