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식견문 4
마시바 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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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와 인쿠버스라는 이름을 알런지 모르겠다. 서큐버스는 잠자는 남자에게 악몽을 꾸게 하고 정액을 빼앗아가는 여성형 몽마, 인쿠부스는 잠자는 여자에게 그 정액을 주입하는 남성형 몽마라고 한다. 이 전설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어서 최고의 남자와 최고의 여자에게만 온다던가, 그냥 꿈만 꾸게 한다던가, 그런 걸 생각하면 중세에 어떤 일로 아비 없이 낳은 아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생긴 전설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맥'은 그런 녀석들과는 전혀 맥락을 달리하는, '꿈을 먹는' 요정이며, 악마를 의미한다. 원래 묘사대로라면 상당히 기기묘묘하게(?) 생겼는데, 여기서는 꽤 귀엽게 그려 놨군.

꿈이란 희망의 상징이다. 그것을 먹는 맥은 인간에게서 가능성을 빼앗아가는 사악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꿈이란 불안의 상징이다. 그것을 먹는 맥은 인간에게서 괴로움을 빼앗아가는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 어떤 면에서도 인간이 손댈 수 없는 꿈의 세계에 머무는 맥은 신비하고, 위대하며,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다. [몽식견문]은 선도 악도 될 수 있는, 그러나 선도 악도 아닌 맥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런 현대 오컬트 계열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시간낭비는 아니리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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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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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죽으면 당연.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면 다행, 그렇게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연애, 정말 별볼일 없다.

나는 현실파다. 연애 같은 것, 만나면 만나는 거고 그렇게 눈이 멀고 가슴이 찢어질 듯한 사랑은 세상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당연히 연애소설이나 영화 같은 것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이 책을 읽는 순간까지였다. 화려한 만연체의 문장도, 숨 막히는 액션도, 복잡미묘한 수수께끼도 없는, 그저 담담히 흘러가기만 하는 이런 소설을 숨도 돌리지 못하고 매달려 정신없이 읽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이 멈춘 과거의 거리가 흘러간다. 사랑한다. 사랑을 잃는다. 사랑에게 배신 당한다. 사랑을 배신한다. 쥰세이가 된다. 운다. 웃는다. 기뻐한다. 슬퍼한다. 만난다. 헤어진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렇게 사랑하지 않으면 그런 연애, 정말 별 볼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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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대전 3 - 거대한 로봇 편, 개정판
후데요시 주니치로 & 야나기타 리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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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괴수 착지!" "미확인 우주인 가속하고 있습니다 곧 음속으로…!"
외계인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특별히 설립된 지구방위대 SAMON의 비밀 관제소에서 두 개의 보고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4만톤의 괴수는 착지 순간 자기 체중을 못 이기고 '뼈와 살이 분리되며', 키 80미터의 거대 우주인은 음속 돌파의 순간 충격파에 머리가 날아간다. 오오, 지구는 지켜졌다!
우주의 평화를 지켜온 우타 성의 우타 일족(울트라 성의 울트라 일족…)으로서는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 지구는 '특이하게도' '과학의 벽이 존재하는' 행성이었던 것이다. …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나름대로 괴작. 작가, 당신 천재야.
과학의 벽은 난공불락으로 지구를 지켜주지만, 동시에 과학이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모습으로 대기하던 주인공 히키카쿠('비과학'이라는 뜻의 일본어)는 우타맨의 거대한 몸이 지구에서는 견디지 못하는 것은 둘째치고, 아예 우타 일족으로 변신할 수조차 없으며, 아주 약간 멋을 부려본 지구방위대는 출격조차 할 수 없게 강제하기도 한다. "조금 폼 좀 잡으려는 게 그렇게 잘못이란 말이냐!"는 절규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거대괴수와 거대영웅이 맞닥뜨리는 과학의 벽은 높고도 수없이 많아서 첫번째 벽조차 넘지 못하고, (만화가 진행이 안 되니까) 할 수 없이 일단 한 번 마주한 과학의 벽은 다음 번에는 어떻게든 극복한 것으로 치는 무시무시한 비기를 동원하고 있음에도 매번 발목이 잡히는 침략자 모드킹 일당. 눈이 마주치면 5초 안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불타는 할머니이자 실질적인 침략군의 지도자 겸 청소부 '두건소녀'의 귀여움(+과격함)이 작렬하는 지구침략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러나 거대괴수는 침략자의 로망! 소형화나 경량화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가랏 나의 거대괴수들아! 축 첫걸음!
…돌된 아이 부모도 아닌데 한 걸음 걸은 것만으로 이렇게 기뻐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거대영웅과 지구방위대의 노력은 아무런 상관도 없이 자금부족으로 퇴각. 역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예산이란 말인가!

과학은 즐겁다. 과학 교과서에 갇혀있는 재미없고 어려운 이야기도, 너무 가까워서 과학이라고 인식하기도 쉽지 않은 생활 주변의 사소한 사건들도 아닌 충분히 멀리에서 충분히 매력적으로 빛나는 과학 입문서. 최근들어 이런 종류의 쉽고 즐겁고 유쾌한 과학서적, 특히 영화나 만화의 과학적 고증을 검증하는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는데, 대부분이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이 학생들의 잠을 깨우려는 듯한 이야기책이라면 이 '공상과학대전'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흐름을 타고 읽을 수 있는 '만화책(긍정적인 의미에서)'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거대영웅의 이야기'의 뒤를 이어 2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개조인간의 이야기'와 3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거대로봇의 이야기'가 인기리에(?) 출간되어 있으며, 현재 본인은 5권 '과학적으로 올바른 우주전함의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와중이다. '네코야나기타 박사의 과학적 청춘'따위보다 공상과학대전을 내놓으란 말야!
자, 세계정복을 꿈꾸는 소년들이여! 과학의 벽을 뛰어넘어라!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적은 지구방위대와 거대영웅이 아닌 과학의 벽! 이 적만 극복한다면 세계는 그대의 손 안에 있다!
…정말이다. 노벨상 혹은 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이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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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파편 4
타카하시 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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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하시 신이다! [좋은 사람]으로 첫타에 KO당하고 [최종병기 그녀]로 굳히기당한 뒤 [안녕 파파]와 [좋아하게 될 사람]으로 확인사살당한 몸이니 저항 불가능. 일단 사고 나서 생각하자(암울).
죽어라고 눈 내리는 분화구 속의 마을을 배경으로 신비한 소년소녀가 주인공인 판타지 액션물이다. 신입사원 석세스 스토리(…뭐?)였던 [좋은 사람]이나 SF액션(러브스토리? 그게 뭡니까?) [최종병기 그녀]에서는 눈치채지 못했었지만 이 사람의 그림체로 판타지 액션을 그리자 예상한 대로(?) 상당히 (그림체만) 미야자키스러운 작품이 되어 버렸다. 마치 수채화같은(애니라면 모를까 만화에 이런 묘사를 쓰게 될 줄이야…) 마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주인공, 억척스러운 할머니, 상당히 동화적인 상황설정을 해 놓고는 그 동화적인 캐릭터들에게 [최종병기 그녀] 급의 아동학대를 가하고(이게 어디가 왕족이냐) 총질을 하고 탱크로 밀어버리며, 그러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절제되어 사실성있는 리얼한 현실 묘사(판타지라며?)를 도입하는 등 귀여운 그림체와 상황전개의 이질감이 상당히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이러한 이질감 자체가 매력이 될 수도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타카하시 신이 그려내 온 달리는 주인공(진짜 달리기 좋아하는 인간 같으니… 그동안 주인공은 무조건 육상부였다)과 맹하면서도 착하고 굳센 파트너의 이야기는 과연 [너의 파편]에서도 이어져 갈 것인가? 현재까지는 패턴이 뒤집어져서, 웃지 못하는 여자아이와 언제나 웃는 남자아이라는 설정은 누구 말마따나 똑부러지는 치세와 얼빵한 슈의 모험기가 되어간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태어났다는 것. 파편이라는 단어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태어난 자 - '히토가타'인 두 사람이 잃어버리고 태어난 파편을 의미하는 것일까. 작품의 제목이 [나의 파편]이나 [우리의 파편]이 아닌 [너의 파편]이라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흡입력 부족이 치명적이다. [좋은 사람]도 [최종병기 그녀]도 초반에는 흡입력이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었으니만큼 [안녕 파파]와 [좋아하게 될 사람]을 포함해 모든 작품을 끌어모으고 있는 심각한 빠돌이인 본인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지만, 1권을 사서 읽고난 뒤 2권을 읽을 마음이 안 생긴다는 것은 기존의 팬층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신규 팬층을 구성하기에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막나가 버리면 절대 타카하시 신이 아니라는 게 또 문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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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신부
임주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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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일본 공포물 때문에 주문하기도 힘든 초 마이너 작품. [어느 비리공무원의 고백]을 보고 임주연 씨에게 홀딱 반해버린 본인은 결국 이 책을 사기 위해 서점 세 군데에 주문을 넣고 총판 다섯 군데를 뛰어다녔다(…틀려).
굳이 말하자면 사립 그노시스 특수목적 고등학교라는 호수에 둘러싸인 중세풍 고딕식 성(주인공: "여기 대한민국 맞아?")에 잠입해 여동생을 구출하려는 민완 사립탐정과 신부를 구하기 위해 2만년동안 학교를 경영해온 악마님의 이야기랄까(…뭔가 틀려).
하지만 개그물입니다. 이 학교에 있는 저 조각상은, 밤 12시가 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희귀하죠. 다른 놈들은 다 움직이걸랑요? 음악실에 있는 피아노는 밤 12시가 되면 스스로 음악을 연주합니다. 신청곡도 가능하답니다(…). 가끔가다 어느 멍청한 년이 데스메탈을 신청하는 바람에 야밤에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긴 머리가 우아한 악마님은 머리카락이 청소기에 빨려들고 지하철에서는 남한테 밟혀서 고민이지만, 목이 720도 회전할 수 있고… 수직으로도 가능합니다(당신 대체 뭐야?). 반장인 장미공주님(성은 장, 이름은 미희)은 이미 흑마술의 달인이고, 걸어다니는 홀로코스트 유화 언니는 4층에서 떨어져 담장 철창에 꿰이는 게 일상사. 이런 학교에 잠입한 주인공(남자)은 할일이 없어서 공부하다가 악마님의 신부 후보로 내정되는데…(…완전 틀려).
뭐랄까, 동인의 혼이 무럭무럭 불타오르는 역작입니다. 게다가 단편, 두께를 보나 크기를 보나 센스를 보나 이건 동인지입니다! 그렇다. 드디어 이 대한민국에도 동인 작가들의 약진이 시작된 것이다!(잠깐 흥분) 제도화된 그림공장이 아닌 자유롭고 참신한 신인작가들이 제한된 분출구가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오면서도 정규 출판사를 통해 대중의 틈으로 뛰어들어가는 신호탄인 것입니다. 세 군데의 서점과 다섯 군데의 총판, 3주일의 시간, 그 발품과 시간품, 돈 낭비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일 리이이이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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